외인시대의 명과 암(하)

  • 정지규
  • 입력 : 2017.05.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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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41] 2014년 3월 31일 KBO리그 개막전은 좀 다른 의미에서 특별한 날이었다. 5경기가 열리는 모든 구장의 10개팀 선발투수가 모두 외국인으로 구성됐다. KBO리그에서 외국인선수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로 개막 경기 전 구장의 선발투수가 외국인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프로야구에서 개막 경기의 선발투수는 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전년 10월에 시즌이 종료된 후, 약 6개월의 휴식기를 끝내고 각 팀이 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첫선을 보인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러하다. 선수들, 특히 투수들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고 개막전을 준비한다. 개막전 선발은 곧 팀의 에이스이자 1선발을 의미한다. 이 자리는 선수들로서도 영광인 것은 물론이고, 팀 또한 반드시 승리하기를 원하는 자리일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전체 리그 144경기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시즌의 시작, 곧 처음이라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고 이 때문에 꼭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물론 성대한 홈 개막전을 준비하는 개막 경기 원정팀이나 팀의 에이스가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개막전 선발이 무조건 팀의 최고 에이스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첫 경기라는 특별한 의미, 그리고 일반적인 경우에서 보면 개막전 에이스 투입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점차 희귀한 일이 되고 있는 제1선발 에이스 간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것도 개막전의 묘미 중 하나다. 그래서 야구팬들은 더 개막전에 환호하고 관심을 갖는다.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개막전 선발투수에서 소위 '토종' 선발이 사라졌다. 단 한 명의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도 선발투수로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선수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로도 처음 있는 일이며, 당연히 1982년 KBO리그 도입 이후 최초의 일이다.

사실 이러한 사태는 몇 년 전부터 예견돼 왔던 일이었다. 1998년 외국인선수 도입 첫해에 개막전 선발투수는 모두 '토종' 선수들이었다. 도입 초창기만 해도 외국인 선발투수에 대한 신뢰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듬해와 그 이듬해인 1999년과 2000년에도 개막전 외국인 선발투수는 고작 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 상황이 변하기 시작 했다. 점차 외국인 선발투수에 비중이 늘어났다. 그래도 2000년대 말까지는 절반 이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리그를 주름잡던 국내 투수들이 아직은 건재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상황이 급속도로 달라졌다. 국내 투수들의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올해는 단 한 명의 선수도 보기 어려워졌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개막전 외국인 선발투수의 증가 추세는 KBO리그 각 팀 에이스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외국인 에이스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반드시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아니, 좋고 나쁨의 문제 자체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애초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분명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리 야구가 그들을 통해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무척 의심스럽다. 외국인 선수 도입을 통해 가장 기대했던 점은 한국 야구의 수준 향상이다. 초창기에 재일동포 출신 선수들이 그러했듯이 이번에는 주로 미국 야구를 통한 수준 향상이 기대됐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전편에서 기술했듯이 도입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과가 투입비용만큼 나온다고 보기 어려운 거 같다. 현재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은 대부분 100만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200만~300만달러를 넘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메이저리그를 잠깐 경험한 마이너리거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지금은 메이저리그를 확실히 경험한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이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리그 전체를 소위 "씹어 먹는" 수준은 또 아니다. 과거에는 일부 선수들이 그러했으나, 지금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그냥 국내 최정상급 수준이 아닌가 싶다. 이들은 당장의 팀 성적에 도움이 되고 있고 또 될 수 있다. 하지만 리그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최근 WBC 등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부진한 모습이 그에 대한 방증이다.

KBO리그와 그 시장이 외형적으로 크게 커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 자생력을 갖추기에는 갈 길이 아주 멀다. 대부분의 팀은 매년 최소 100억원 이상을 모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이 상황에서 최소 수십억 원에 이르는 외국인 선수 몸값은 구단 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외국인 선수가 리그 흥행이나 마케팅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야말로 '용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KBO리그의 현실이다. 게다가 축구와 달리 제도상 우수 외국인 선수에 대한 해외 리그로의 리세일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테임즈와 아두치의 메이저리그에서의 큰 활약이 왠지 배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좀 더 발전적인 외국인 선수제도와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스포츠경영박사 정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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