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도시 부산의 '본격 호스텔'

  • 이윤식
  • 입력 : 2017.05.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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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MyGuesthouse-4] 광복동 '캘리호스텔 남포점'

◆부산 출장과 해운대

3박4일 부산 출장을 갔을 때였다. 행사장이 해운대구 벡스코인 까닭에 호텔은 해운대로 잡았다. 회사에서 잡아 준 곳은 '코오롱 씨클라우드'. 씨클라우드는 '코오롱 씨클라우드'와 '건오 씨클라우드' 두 곳이 있다. 예전에는 같이 운영했지만 두 측이 갈라서면서 영업을 따로 하게 됐다고 한다. 같은 건물인데도 '코오롱' 리셉션은 4층, '건오'는 6층에 있다.

출장 인원이 남자 셋, 여자 하나였는데 고맙게도 각자 1인실을 배정해줬다. 침대도 더블사이즈고 티비도 잘 나오고, 24층이라 창가 밖으로는 해운대 모래사장도 볼 수 있었다.

모처럼 호텔에 온 김에 혼자 기분을 내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밤마다 선배들과 술자리가 이어졌다. 첫날은 해운대 전통시장에서 장어와 소맥을 들이켰고, 둘째날은 광안대교 인근 횟집, 셋째날은 요즘 핫하다는 해운대 '더베이101'로 향했다.

매일 술을 먹었지만 아침 호텔 조식은 꼭꼭 챙겨먹었다. 기본 메뉴는 다른 호텔 조식과 비슷하게 빵, 소시지, 스크램블 에그, 과일과 샐러드 등이었다. 하나 특이한 게 있다면 매일 육개장 해장국이 나온다는 점. 한국인은 밥심인지라 얼큰한 육개장에 밥을 말아먹으니 힘이 솟았다.

3일간의 행사가 끝나고 선배들은 금요일 밤 서울로 출발했다. 모처럼 부산에 온 터라 나는 하루 더 묵으며 부산 구경을 하기로 했다.

부산의 핫플레이스라는 해운대 더베이101. 유명식당과 펍들이 들어서 있고 야경 보기 좋아 관광객과 시민들이 많이 찻는다고 한다.
▲ 부산의 핫플레이스라는 해운대 더베이101. 유명식당과 펍들이 들어서 있고 야경 보기 좋아 관광객과 시민들이 많이 찻는다고 한다.
◆금요일밤의 BIFF거리

출장 기간이 끝났으니 마지막 날 숙박은 자비로 해결해야 했다. 해운대는 부산의 부촌이지만 뭔가 도심과 떨어진 '섬' 같은 느낌이라 도심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항공·숙박 예매 앱 스카이스캐너로 부산역 인근의 저렴한 호스텔을 찾았다. 부산 중구 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부산국제영화제)거리 인근의 '캘리호스텔 남포점'이 검색됐다. 남자 도미토리가 1박 2만원이고, 자갈치 시장도 근처라 밤에 맥주 한 잔 하기도 괜찮을 것 같았다.

급행버스를 타고 1시간 걸려 BIFF거리에 도착했다. 이 거리의 명물 씨앗호떡을 사들고 거리 구경을 했다. BIFF거리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 방문이다. 대학생 시절 친구와 기차여행을 다니며 이곳에 방문했고, 2년 전 모 기업 인턴 때에도 부산으로 출장은 온 적이 있었다. 그때도 출장을 마치고 인턴 동기와 BIFF거리와 국제시장을 누비다 자갈치 시장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당시엔 남자 둘이서 데이트 코스인 용두산 공원까지 잘도 올라갔다. 이번에 내가 묵은 '캘리 호스텔 남포점'도 용두산 가는 길에 있었다.

용두산 공원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예전엔 몰랐는데 용두산 에스컬레이터는 언덕 마을에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란 점이 홍콩 소호의 '미드레벨'과 비슷하다. 다만 홍콩 소호의 그것보다는 짧고 경사도 비교적 가파르다. 네이버 지도에 나온대로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른쪽으로 나오니 호스텔이 바로 보였다.

부산 용두산공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캘리호스텔 남포점에 가려면 중간에 오른쪽으로 내려야 한다.
▲ 부산 용두산공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캘리호스텔 남포점에 가려면 중간에 오른쪽으로 내려야 한다.
◆호스텔과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캘리 호스텔 남포점' 호스텔 이름에서 나타나듯 숙소 디자인 주제는 캘리그래피다. 벽이나 바닥, 계단에 페인트가 흘러내리는 게 이곳 디자인의 기본이다. 이곳은 내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보는 호스텔다운 호스텔이었다. 1층의 리셉션과 넓은 커뮤니티 공간과 색깔 있는 인테리어는 그 자체로 여행 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 않던가.

서울에선 이런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어렵다. 서울 홍대·이태원 등 번화가의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법적으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업소가 많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업소 입지나 의무 구비시설 등 요건이 일반 호스텔보다 덜 까다로운데, 이렇다 보니 그냥 '원룸' 느낌이 나는 곳이 많다. 참고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업소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외국인만 숙박할 수 있다.

캘리 호스텔 남포점은 내국인도 숙박할 수 있는 일반 호스텔이다. 부산은 내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도심 한가운데 이런 중대형 호스텔이 들어설 수 있는 것일 게다.

캘리호스텔 남포점 1층 커뮤니티공간. 테이블이 많고 여러종류의 도서들도 구비돼 있다.
▲ 캘리호스텔 남포점 1층 커뮤니티공간. 테이블이 많고 여러종류의 도서들도 구비돼 있다.
◆부산이야기

부산에 내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건 커뮤니티 공간에 비치된 '부산이야기'라는 부산 소개 간행물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핫한 장소나 여행지, 특별한 행사, 인물 등을 소개하는 잡지인데, 당시 호에는 게임쇼인 G-STAR와 금정산, 영도대교가 소개돼 있었다.

인물로는 부산KBS에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활약한 도병찬 씨가 소개됐다. 원래 대구 사나이인 이분은 대구 민영방송 '한국FM방송' PD로 입사했는데, 군부정권의 방송통폐합 정책으로 회사가 대구KBS로 바뀌는 바람에 구조조정 여파로 부산KBS에서 일하게 됐다고 한다. 30여 년간 부산KBS에서 PD이자 DJ로 활동을 해온 이 분은 은퇴한 지금은 7080 음악을 주제로 한 '추억의 음악영상회-도병찬의 뮤직파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단다. 나이가 들어서도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신 게 부러웠다.

하나 특이한 건 지역 시인들이 이 잡지 기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부산시에서 발행하다 보니 발행인이 부산시장인 점도 재밌다.

게스트하우스에 비치된 "부산이야기"와 "AB ROAD" 11월호. 부산시에서 간행한 부산이야기도 콘텐츠면에선 로컬 여행잡지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 게스트하우스에 비치된 "부산이야기"와 "AB ROAD" 11월호. 부산시에서 간행한 부산이야기도 콘텐츠면에선 로컬 여행잡지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자기 지역에 대한 소개 잡지를 대대적으로 발행한다는 것은 내국인 관광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 아닌가 싶다. 일본 규슈지방의 다케오란 소도시에 갔을 때도 이런 점을 느꼈다. 작은 온천마을 다케오에는 대형 서점 체인 '쓰타야'와 협력한 '다케오시립도서관'이 명소인데, 이곳 잡지 코너에는 일본 내국 관광객을 위한 여행잡지가 많았다.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는 물론이고 그곳 다케오에 대한 여행잡지도 비치돼 있었다. 지역 관광잡지라고 딱딱한 게 아니라 AB.ROAD(일본의 여행잡지 브랜드) 못지않게 디자인과 사진 배치가 세련됐다. 일본어를 못 읽지만 내용도 풍부해 보였다. 부산시에서 낸 '부산이야기'도 콘텐츠 면에선 훌륭했다.

◆야밤의 남포동 산책

밤 11시, 조금 늦긴 했지만 시내 구경을 나갔다. BIFF거리로 돌아가니 씨앗호떡 가게들은 문 닫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거리 중앙에 두줄로 수십 곳의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지금의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본격적인 식사보다는 주전부리를 먹고 싶어 '부평깡통시장'으로 향했다. 예전 기억으로는 아시아음식과 퓨전음식을 파는 가판대가 많았다. 깡통시장으로 가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서니 노래방과 술집이 많은 유흥 골목이 펼쳐졌다.

부산은 노래방 간판도 서울보다 직설적이고 훨씬 선정적인 느낌이었다. 일본 여행 때 이런 식의 '당당함'에 당황했는데, 부산은 정서적으로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부평깡통시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파장 무렵이었다. '30분만 일찍 올걸' 후회해봐야 소용없었다. 포장마차 거리로 돌아와 잔치국수 한 그릇으로 간단히 배를 채웠다.

숙소로 돌아왔지만 그대로 자기는 뭔가 아쉬웠다. 숙소 주변을 돌아보다 수제에일맥주집 '쓰리몽키스'로 들어갔다. 지상 1~2층 두 개층의 가게인데, 2층 분위기가 괜찮다. 에일맥주 한잔을 안주용 과자와 함께 아주 천천히 마시며 신문을 읽었다.

부산 중구 광복동 인근의 포장마차 골목. 근래 서울에선 보기 어려워진 풍경이다.
▲ 부산 중구 광복동 인근의 포장마차 골목. 근래 서울에선 보기 어려워진 풍경이다.
◆숙소의 이모저모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먹은 조식은 토스트와 차로 간단히 해결하는 정도였다. 주방 옆 칠판에는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이 적혀 있었다. 국제시장에서는 부산갈비, 부평동족발거리는 홍소족발, 삼겹살은 맛찬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는 고로케가 추천됐다.

날이 밝으니 숙소를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숙소에 '헤어룸'이 따로 마련돼 있다는 점. 무대 대기실 같이 벽만한 거울들이 달려 있고 헤어드라이기와 고대기, 빗도 마련돼 있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추천한대로 인기 메뉴라는 고로케를 먹기로 했다. 보수동 골목의 유일한 빵집이라는 '우진스낵'은 도너츠, 꽈배기, 크로켓 등 유탕류를 파는 가게다. 아침 일찍이라 주인 아주머니는 아직 기름을 달구며 크로켓을 빚고 계셨다.

크로켓이 준비될 동안 책방들을 구경했다. '우리글방'이라는 가게는 골목에서 보기엔 작아 보였지만, 들어가보니 두개 층을 사용하는 비교적 큰 책방이었다. 한쪽에는 카페도 있었다.

다시 우진스낵으로 돌아와 크로켓을 샀다. 맛은 음... 평범한 튀김 크로켓이고,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아침의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서울 청계천변에도 중고책방들이 모여 있지만 보수동은 골목 양쪽으로 가게가 늘어서 있어 분위기가 다르다.
▲ 아침의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서울 청계천변에도 중고책방들이 모여 있지만 보수동은 골목 양쪽으로 가게가 늘어서 있어 분위기가 다르다.
이게 별거냐 싶겠냐만은, 잘 마련된 호스텔에 묵는 것만으로도 여행 온 기분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이윤식 부동산부 기자]

숙소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동 1가 15-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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