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개봉하는 하이틴 코미디 '지랄발광 17세'

  • 양유창
  • 입력 : 2017.06.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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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144] 이 영화의 제목은 눈에 확 띈다. '지랄'은 비속어 같지만 알고 보면 표준어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을 연기한 한석규가 '지랄'을 입에 달고 산 적은 있지만 이처럼 영화 제목으로까지 채택된 것은 처음이다. 원제는 의외로 차분하다. 'The Edge of Seventeen' 즉, 17세의 모서리라는 뜻이다. 영화는 17세 소녀의 모퉁이처럼 지질한 사춘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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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5%의 놀라운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인기 배우가 나오지 않으니 한국에선 극장 개봉 없이 DVD로 직행하려 했지만 영화를 미리 본 네티즌들의 폭풍 청원에 힘입어 소니픽처스는 제작해 둔 DVD를 전량 폐기하고 개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28일 개봉하는데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면 '겟 아웃'에 이어 또 한 번 네티즌이 만든 '강제 흥행작'으로 기록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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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모든 게 불만투성이인 17세 소녀 네이딘(헤일리 스테인펠드)의 성장담이다. 매일 똑같은 파란색 재킷을 입을 정도로 센스 없는 그는 친구 사귈 줄 모르고, 질투심 많고, 사람들이 자기를 몰라준다고 투정 부린다. 그는 잘생기고 인기 많은 오빠 대리언(블레이크 제너)에게 우월한 유전자를 다 빼앗겼다며 앞으로 이 얼굴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거울을 보며 화를 낸다.

네이딘의 대화 상대는 단짝 친구 크리스타(헤일리 루 리차드슨)와 역사 선생님 브루너(우디 해럴슨)뿐이다. 어느 날 사건이 터진다. 크리스타와 밤새워 술 마시고 잠들었다가 깨어 보니 크리스타가 오빠와 눈이 맞아 있는 것이다. 친구를 잃고 네이딘은 홧김에 짝사랑하던 닉(알렉산더 칼버트)에게 고백하는 문자를 보낸다. 하지만 자다가도 '이불킥'을 할 정도로 부끄러운 내용에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 없다. 네이딘은 브루너를 찾아가지만 친구 같은 선생님은 큰 도움이 안 된다. 괴로워하던 순간, 같은 반 친구인 다정한 소년 어윈(헤이든 제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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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남들보다 자신이 더 소중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는 네이딘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점점 성숙해져 간다. 사실 네이딘은 '지랄발광'보다는 '민폐' 정도가 더 어울리는데, 그 나이를 통과해온 어른에게는 옛 기억을 더듬어보게 해줄 사랑스러운 캐릭터이고, 그 나이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줄 발랄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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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딘 역을 맡은 헤일리 스테인펠드는 '더 브레이브' '비긴 어게인' 등에서 아역으로 시작해 꾸준하게 영화에 출연해오고 있는데 '지랄발광 17세'는 단독 주연을 맡은 첫 작품이다. 이유 없는 불안, 초조, 부끄러움, 설렘 등 10대의 감정이 그의 얼굴에 풋풋하게 묻어나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상큼하고 발랄한 하이틴 코미디를 찾는다면 '지랄발광 17세'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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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네이딘의 로맨스 파트너인 어윈 킴이 한국계 캐릭터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 재능 있지만 매사에 진지해서 네이딘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하는 게 꼭 노인 같은" 소년이다. 가까이 있던 훈남이 알고 보니 진국이었더라는 할리우드 하이틴 로맨스 스토리에서 그동안 이 역할은 늘 잘생긴 백인의 몫이었는데 한국계로 설정돼 있다는 것이 독특하다. 예전 미국 영화에선 한국인 하면 '돈만 밝히는 세탁소 주인'이 스테레오타입이었는데 한류의 영향 덕분인지 어느새 로맨틱 가이로 나오게 됐다. 단, 이 역할을 맡은 헤이든 제토가 한국계가 아닌 중국계 캐나다인이라는 점은 아쉽다.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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