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무료변론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

  • 마석우
  • 입력 : 2017.07.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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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16] 1. 수임한 형사공판에서 변론을 종결하고 의뢰인을 위로하며 술을 마신 적이 있다. 성공적으로 증인신문을 마치고 나서다. 이날 무척 비싼 술을 마셨다. 의뢰인인 피고인의 사위에게 성공보수를 받지 않겠다는 말을 했던 것. 이 바람에 2건의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빼고도 성공보수를 날렸다. 바로 몇 해 전의 일이다. 친한 친구 소개로 온 사람, 형편이 안 된다고 하며 울먹이는 사람에게 대폭적으로 수임료를 할인해주었다가 애를 먹은 경우도 많다. 사정을 감안하여 수임료를 할인해준 건에서 유독 이런 일이 다반사다. 무엇보다 압권은 일본 판례까지 뒤지며 최상의 결과를 안겨줬건만 몇 달째 입금을 안 하다가 최근에야 그 일부만 입금했던 고객이다. 최근의 일이다. 미수금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고충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2. 변호사 개업 후 내가 맡은 사건에 대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성실했다고 자부한다. 물론 결과가 의뢰인 기대에 못 미쳤던 것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결과도 좋게 나왔다. 개업 초반은 물론이고 현재까지 정작 의뢰인과 나 사이의 관계를 정확히 하지 못해 애를 먹곤 한다. 전문가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못 보인 건 아닐까? 의뢰인이 나에게 오는 건 나에게 위로받기 위함이 아니라 내 지식과 경험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함에 있다. 때때로 이런 사실을 잊었다. 이런 때 미수금 문제가 꼭 발생한다. 정확한 대가를 받고 '그만큼',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많은 노력과 성과를 내는 게 정석이다. 이런 관계가 무너지면 나는 물론이고 의뢰인도 힘들어진다.

3. 몇 년 전에 '변호사가 무료 상담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제목으로 메모를 해둔 게 있었다. 미국 쪽 문헌에서 발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몇 년간 내 변호사 생활을 돌이킬 때면 자꾸 이 메모가 떠오르곤 한다. 다시 어렵게 예전 메모를 찾아냈다. 역시 나에게 필요한 문구가 적혀 있다. 이번 달에 만나게 될 의뢰인들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이 메모를 다시 읽는다.

a. People Value Things They Pay For
b. Pay Equals Positioning
c. Your Confidence Level Increases with Your Fees
d. You Must Value Your Most Perishable Asset

1. 사람들은 자기가 돈을 준 것에 가치를 둔다.
2. 얼마를 받느냐는 곧 나의 포지셔닝과 같다.
3. 내가 얼마만큼 자신 있느냐가 보수에 반영된다.
4. 너는(나는) 가장 상하기 쉬운 네 자산을 소중히 해야 한다(네 자산을 값싸게 취급하지 마라).

의뢰인에게 내가 제공할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대가를 받는 것에 주저하지 말자. 내가 제공할 서비스에 대해 나는 자신감이 있고, 내가 이분들께 내어주는 결과가 현 여건에서 최상의 결과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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