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업의 CEO 라면 횡령배임 철저히 공부해야

  • 마석우
  • 입력 : 2017.08.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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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17] 먼저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갚을 수 없는 빚'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회자되던 이야기다.

오래전 미국 보스턴시에 큰 꿈은 있으나 돈이 없던 청년이 있었다. 그는 거부에게 찾아가 돈을 꾸어 달라고 부탁했다. 담보는 없지만 꿈과 용기를 믿고 돈을 빌려주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거부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청년의 용기에 모험을 걸고 큰돈을 빌려줬다. 기대했던 대로 청년은 그 돈을 갚았다. 그 후 10년이 지나 경제 대공황이 휩쓸자 거부는 완전히 파산이 될 지경이 되었다. 이때 "당신의 빚을 모두 갚아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10년 전의 바로 그 청년이었다. "돈은 이미 다 갚았는데 무슨 소리요"라는 질문에 청년은 "분명히 빚진 돈은 갚았지만 당신이 베풀어 준 은덕은 평생 갚지를 못합니다. 그때 빌린 돈으로 이렇게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돈으로 갚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신 나간 사람입니다." 청년의 답변이었다. 은덕과 사랑은 영원히 갚을 수 없는 빚이다.

이렇게 훈훈한 미담에 대해 잔인하긴 하지만 법의 잣대로 냉정히 분석해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스턴의 거부는 청년의 꿈과 용기를 근거로 담보나 제3자의 보증도 없이 거액의 돈을 빌려주었다. 거부의 개인 돈이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법인(회사) 자금으로 빌려주었다면, 또 제대로 대여금이 회수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1. 업무상 배임죄가 문제될 수 있다.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회사 대표)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회사 대표가 충분한 담보 조치 없이 거액의 회삿돈을 빌려 줌으로써 회사 재산에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발생한 경우, 다시 말해 회수가 곤란한 채권을 발생시킨 경우라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빌려주었더라도 배임죄 시비는 언제든 제기될 수 있다. 만일에 대여금이 5억원 이상을 넘게 된다면 단순히 형법상의 범죄가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될 수도 있는 일이다.

2. 자 그렇다면 그 거부 입장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회사 내부에서 충분히 채권 회수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하고 그 근거를 남겨야 한다. 이사회에 상정하여 근거를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록 담보는 없지만 청년이 제시한 사업 내용,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토 과정을 거쳐 충분히 회수 가능하다는 평가를 하였다는 근거를 남기는 게 좋다는 것이다. 임의로 "이 청년에게 얼마를 빌려주도록 해"라는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판례의 취지에 의하면 상법(회사법)과 회사 내규에 따른 절차에 따라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졌다면 비록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이 부정된다고 한 바 있다(소위 '경영 판단의 원칙').

3. 어떤 경우에 업무상 배임죄가 문제 될까?

경영권이 타인에게 인수되는 경우(그것이 강제적이든 아니면 정상적인 인수 절차를 거쳤든)에 흔히 새 경영진에서는 과거 경영진의 회계장부를 분석하여 횡령 내지 배임 혐의를 잡으려고 한다. 심지어 형사고소를 해 놓고 자신들이 지급한 경영권 인수대금(주식 인수대금)을 토해내게 하는 독한(?)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가 법인 파산을 하는 경우다. 파산 결정이 나서 파산관재인이 제3자로 지정되면 파산관재인 역시 과거 경영진의 회계장부를 검토하게 된다. 횡령 배임 혐의점이 있으면 형사 고소 조치를 할 수도 있다. 법인 파산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수사기관에서 특정 회사에 대한 수사를 하려고 하는 경우 흔히 횡령·배임죄로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가 있다. 횡령과 배임죄로 영장을 받아 법인 관련 계좌를 입수한 후 자금의 흐름 등을 분석한다. 그 흐름 등을 토대로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 등 원래 목적으로 했던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탈세 혐의까지 잡을 수 있다면 조사 과정에 좋은 추궁 거리가 된다.

4. 만일에 실제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수사)를 당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리 준비해 두었던 소명 자료들을 준비하여 첫 소환 단계부터 방어해야 한다. 또는 소명이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때 당시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자금 대여일 수는 있었지만 '경영 판단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논리와 근거가 필요하다(당장 손해 같아도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에 이익이 될 것 같아서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코 개인적 이익을 위해 결정한 것이 아니다).

-법인(회사)에 대하여 가수금 채권(대표가 회사에 받아야 할 채권)이 있다면 이 채권을 상계처리하면서 소명되지 않는 액수에 대해 배임죄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도 한다.

5. 결론

기업을 운영하면서 예기치 않게 경쟁 업체로부터 견제성 고소를 당하거나 수사기관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평생을 바쳐 이룬 기업을 정당한 대금을 받고 넘겼는데, 새 경영진으로부터 횡령·배임으로 고소를 당해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는 거의 양도대금에 육박하는 돈을 합의금으로 다시 회사에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때 심정이 어떨까? 기업 운영자로서 횡령·배임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이유이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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