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타는 컨버터블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 우제윤
  • 입력 : 2017.10.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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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시승기-27]
1) 디자인: 마세라티다운 퀄리티
2) 주행능력 : 잘 달리고 잘 서는 기본에 충실
3) 편의·안전사양: 기대하지 말자
4) 감성&승차감: 컨버터블만의 매력
5) 가격: 이 차 최대의 단점
6) 연비: 좀 심하긴 하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 차는 많은 남자들의 로망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미국 캘리포니아나 지중해의 해안도로를 뚜껑을 열고 달리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옆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행복감을, 혼자라면 자유와 가벼운 일탈에서 오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컨버터블 차량이 인기를 끄는 것은 컨버터블만이 줄 수 있는 이런 감성 때문이 아닐까.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는 마세라티 브랜드 내 유일한 컨버터블 모델이다.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되고 2010년 출시된 이래 큰 변경이 없어 '사골'이란 비판도 나왔지만 내년에는 마침내 8년 만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올 예정이다.

가을이지만 뙤약볕이 따가워 컨버터블을 타기 좋은 날씨였던 지난 9월 말, 페이스리프트 전 마지막 모델이 될 2017년형 그란카브리오 Sport를 타봤다.

영화 쇼생크 탈출 결말 부분의 한 장면. 20년 만에 탈옥에 성공한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이 컨버터블을 몰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자유의 소중함과 해방감을 한층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 영화 쇼생크 탈출 결말 부분의 한 장면. 20년 만에 탈옥에 성공한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이 컨버터블을 몰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자유의 소중함과 해방감을 한층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1) 디자인: ★★★★

마세라티 브랜드답게 뛰어난 외관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낮은 차체와 긴 후드(차량 앞 덮개)는 스포츠카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날렵하게 잘 빠졌으며 상어같이 생긴 전면부 역시 스포츠카 감성을 잘 살리고 있다. 커다란 전면그릴과 가운데 박혀 있는 삼지창 모양의 마세라티 엠블럼은 처음 보는 사람의 눈길을 잡아 끄는 부분이다. 직선과 곡선이 잘 조화된 차체는 적절하게 근육이 붙은 매력남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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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느낌이다. 마세라티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이탈리안 하이엔드 가죽 브랜드 폴트로나 프라우 가죽이 내장재로 사용됐다. 고객마다 다른 취향을 반영해 스티치 간격과 실의 굵기까지 선택할 수 있는 마세라티의 고객 주문 프로그램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를 통해 섬세한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대시보드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도 고풍스러운 느낌과 고급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시트 머리 부분의 삼지창 엠블럼 역시 눈에 띈다. 다만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중앙 조작패널)의 전화번호 배치는 너무 올드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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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행능력 : ★★★★

시동을 걸자 '부앙~' 소리가 나면서 마세라티 브랜드의 특징인 힘찬 배기음이 뿜어져 나왔다. 아파트 높이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아파트 앞에서 시동을 걸면 그 동 주민들은 다 들을 수 있을 만한 소리다. 주위 사람들이 한번씩 눈길을 줘서 좀 겸연쩍었다.

도로에서도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우렁찬 소리가 나면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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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성능은 어떨까. 그란카브리오 Sport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 시간)은 5초로 가속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현대차 제네시스 G70의 제로백이 4.7초, 기아차 스팅어는 4.9초로 수치로만 보면 오히려 이쪽이 더 우수하다. 컨버터블이라 손해를 본 측면도 있다. 같은 엔진을 쓰는 그란투리스모의 경우 제로백이 4.8초다.

하지만 후륜구동과 20인치 타이어가 주는 접지력으로 안정된 느낌의 주행은 일품이었다. 6단 기어가 적용됐음에도 마세라티 차답게 굴곡 없이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출력 460마력에 최대토크 53㎏·m의 힘 좋은 8기통 가솔린 엔진 덕분에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속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차가 쭉쭉 나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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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카브리오의 주행 모드는 노멀, 스포츠, 아이스 3개가 있는데 특히 스포츠 모드로 전환해 가속페달을 깊게 눌러주면 엔진음이 한층 커지면서 목이 확 꺾이는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다.

코너링과 제동 성능 등 차의 기본도 확실하게 지키고 있다. 커브 구간에서는 마음먹은 대로 차가 움직였고 제동 역시 뛰어났다. 약간 무거운 느낌의 핸들 역시 안정감을 높였다.

3) 감성&승차감 : ★★★★☆

컨버터블 차량은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차가 아니다 보니 한적한 국도가 아닌 도심에서 뚜껑을 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지붕을 열고 시원한 밤공기를 느끼며 달리자 주변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입에서는 저절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며 해방감이 느껴졌다. 확실히 지붕 위 일부가 열리는 파노라마 선루프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감성이 컨버터블 차에는 있었다. 뒤에 나올 많은 단점들을 커버할 정도의 매력이 느껴졌다. 시속 30㎞ 이하에서만 작동되며 변신까지 20초 넘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옥에 티다.

지붕을 열 때 표시되는 화면
▲ 지붕을 열 때 표시되는 화면
지붕을 연 상태에서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로 달려도 앞 유리가 확실하게 바람을 막아줘 큰 불편 없이 고속 주행이 가능했다. 다만 고속도로 옆차선에서 버스 등 대형차량이 지나갈 때면 버스가 밀어낸 공기가 머리를 때려 위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4인승답게 뒷자리도 쾌적한 편이다. 다리를 둘 공간인 레그룸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아이와 여성이 타기에는 나쁘지 않아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패밀리세단으로도 괜찮아 보였다.

뒷좌석은 넉넉하진 않지만 쾌적한 편이다.
▲ 뒷좌석은 넉넉하진 않지만 쾌적한 편이다.
서스펜션도 단단한 편이어서 흔들림을 잘 잡아줬다.

4) 편의·안전사양: ★★

2010년 출시 이래 거의 변화가 없던 모델이라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차에 타자마자 가장 먼저 찾았던 것은 시동버튼이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어 결국 차량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문의해야만 했다. 답은 간단했다. 그란카브리오의 시동은 스마트키를 직접 꽂아 돌려서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키의 생김새도 마세라티라는 브랜드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는 투박한 디자인이어서 아쉬웠다.

엔진이나 차 디자인 등에 변화를 주면 큰 비용이 드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런 사소한 부분이라도 좀 손을 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란카브리오 Sport의 기어 부분과 스마트키.
▲ 그란카브리오 Sport의 기어 부분과 스마트키.
블루투스 기능도 마찬가지다. 전화 통화는 블루투스로 연결되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음악 재생을 하려면 오디오 케이블이 있어야 한다. 케이블을 꽂는 단자는 글로브 박스 안에 숨어 있어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그란카브리오 Sport의 글로브 박스 내부. USB 단자와 오디오 케이블 단자가 보인다.
▲ 그란카브리오 Sport의 글로브 박스 내부. USB 단자와 오디오 케이블 단자가 보인다.
컨버터블 차량이다 보니 접힌 지붕을 넣는 공간을 차 뒷부분에 확보해야 해서 짐을 실을 수 있는 트렁크는 매우 좁다. 소형 캐리어 하나조차 집어넣기 힘들 정도라 짐을 싣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패밀리 세단으로 쓰기엔 좀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그란카브리오 Sport의 트렁크. 사진에 보이는 30㎝ 자로 재본 결과 트렁크 세로 길이는 약 45㎝ 정도에 불과했다.
▲ 그란카브리오 Sport의 트렁크. 사진에 보이는 30㎝ 자로 재본 결과 트렁크 세로 길이는 약 45㎝ 정도에 불과했다.
반자율주행 기능이나 안전 기능 역시 빈약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앞차의 속력에 따라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정지·재출발도 가능)은 당연히 없고 정속 주행인 크루즈 모드만 사용 가능하다.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은 물론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조차도 없었다.

그나마 보스 스피커의 뛰어난 성능은 위안이 됐다. 지붕을 열고 달릴 때에도 또렷하게 음악을 전달해줬다.

5) 가격: ★

여러 평가 요소 중에서도 그란카브리오 최대의 단점은 역시 가격이다. 컨버터블 차량이다 보니 좀 비싼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2010년 출시 이래 자동차 주행성능의 핵심인 엔진에 큰 변화 한 번 주지 않은 이 차의 가격이 무려 2억4000만원이란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마세라티가 머리 대신 가슴으로 타는 브랜드라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 가격을 납득할 수 있을까. 엔진 성능이나 스펙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른 브랜드에는 7000만원대 컨버터블 차량도 있는데 아무리 마세라티 브랜드가 가격대가 높다지만 이 가격은 좀 심한 것 아닌가 싶다. 빈약한 편의·안전사양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6) 연비: ★☆

이 차의 복합 공인연비는 6.1㎞/ℓ(도심 5.1㎞/ℓ 고속 7.9㎞/ℓ)로 매우 낮은 편이다. 컨버터블에 높은 연비를 기대하는 소비자는 없을 테니 그다지 큰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체가 생활화된 도심에서의 실제 주행 연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승 초반에 막히는 도심만 20㎞가량을 달렸을 때 실제 연비는 3.3㎞/ℓ가 나왔다. 고급휘발유만 먹기 때문에 유지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고속도로까지 총 460㎞를 달려본 결과 연비는 6.7㎞/ℓ로 공인연비보다는 높게 나왔다.

총점★★★☆

흔히 마세라티를 가슴으로 타는 차라고 평한다. 좋게 보면 가슴을 울리는 엔진음과 뛰어난 디자인이 매력적이라는 뜻이지만 나쁘게 보면 가격이 너무나 비싸 냉철하게 머리로 생각해서는 구입하기 어려운 차란 의미일 것이다.

컨버터블 역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가슴으로 타는 차다. 파노라마 선루프 따위로는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는 감성을 갖고 있다. 이 두 요소가 모두 모인 그란카브리오의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려 2억4000만원이란 가격에 2010년부터 거의 바뀌지 않은 스펙은 소비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새로 태어날 2018년형이 가격은 착하면서 더 멋진 스펙으로 나온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컨버터블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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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윤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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