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지는 가족 코미디 마동석 주연 '부라더'

  • 양유창
  • 입력 : 2017.10.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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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160]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한국영화를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범죄, 역사, 실화 등 무거운 소재의 영화들 속에서 '부라더'는 모처럼 등장한 맑고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 코미디 영화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다니는 한탕주의자 석봉(마동석), 건설회사에서 잘릴 위기에 처한 소심한 주봉(이동휘). 얼핏 보면 닮은 구석 하나 없지만 두 사람은 친형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형제는 고향인 안동으로 내려간다.

산 넘고 물 건너야 갈 수 있는 마을로 함께 가게 된 형제는 차 안에서 내내 티격태격한다. 덩치 큰 형을 무서워한 동생, 똑똑한 동생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낀 형은 어릴 때부터 쌓인 불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싸우는 모습은 영락없이 어린 시절 그대로다. 두 사람은 말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치고받는다(마동석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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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눈팔고 운전하다가 그만 한 여자를 친다. 깜짝 놀라서 병원까지 실어다주려 하는데 이 여자 좀 이상하다. 까르르 웃기만 한다. 혹시 교통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일까? 바짝 긴장한 형제는 일단 휴전하고 수상한 그녀 오로라(이하늬)를 마을에 내려준다. 이제 고향에선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를 만든 장유정 감독은 창작뮤지컬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는 7년 전 '김종욱 찾기'로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했는데 '부라더' 역시 자신이 극을 쓰고 연출한 히트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김종욱 찾기'도 그랬지만 장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원작이 뮤지컬이라는 점에 얽매이지 않는다.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는 뮤지컬과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 자체로 설득해야 하는 영화는 전혀 다른 장르라는 것을 알기에 영화의 문법에 맞게 각색한다. 그래서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이번에도 없다. 대신 '김종욱 찾기'는 로맨틱코미디 서사에 충실했고 '부라더'는 가족 코미디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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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더'의 웃음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안동 종갓집이라는 이질적인 배경의 조합에서 나온다. 안동 어른들과 서울에서 온 형제는 장례식에서 어떤 옷을 입을지부터 시작해 사사건건 충돌하고, 형제는 고향에서 나올 떡고물을 놓고 티격태격하는데 문화 차이, 세대 차이에서 온 갈등이 웃음과 함께 버무려진다.

침 튀기듯 육두문자를 사자성어로 쏟아내는 갓 쓴 할아버지, 오로라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 형제, 문상 온 주봉의 여자 선배 사라(서예지)를 신붓감으로 오해하는 에피소드 등 웃기기로 작정한 장면들이 곳곳에 삽입돼 있는데 그 작정이 그리 억지스럽지 않아 기분 좋게 속아주게 된다. 뮤지컬에서 넘어온 슬랩스틱과 말장난식 유머 코드가 처음엔 낯설지만 적응되면 걷잡을 수 없이 빵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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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에서 주먹을 쓰지 않고도 눈빛만으로 조폭 두목들을 척척 무릎 꿇리던 무대포 형사 마동석은 '부라더'에선 파란색 추리닝을 입고 가보 팔아먹는 못난 형으로 변신한다.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돈 될 만한 골동품을 찾아 헤매는 그는 유해진처럼 간결한 동작만으로도 웃길 줄 아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대사와 슬랩스틱으로 이루어진 코미디는 치고 나가는 배우뿐만 아니라 받아주는 배우의 역할도 중요한데 이동휘는 적절하게 힘을 조절하면서 마동석 옆에서 웃음을 북돋우는 역할을 해낸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당황한 순간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오로라 역의 이하늬는 코미디에서 감동 코드로 넘어가는 영화의 구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을 보여준다. 장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미스터리 구조를 살짝 갖춘 이 영화에서 그는 두 형제를 화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때 이하늬의 능청맞은 연기가 빛을 발한다.

뮤지컬에서 넘어온 영화답게 '부라더'는 등장인물들 간의 앙상블이 좋은 영화다. 세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은 작은 배역에게도 신을 스틸할 만한 대사를 주고, 또 노련한 배우들은 이를 제대로 해낸다.

우유부단한 보안관 미봉 역을 맡은 조우진은 '도깨비'의 김비서와는 또 다른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서울을 동경하는 미봉의 아내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송상은은 등장할 때마다 깨알 웃음을 선사하며, 사라 역의 서예지도 능청맞은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단역과 카메오도 풍성해 오만석이 건설회사 대표로 출연하고, 군 입대한 지창욱이 깜짝 카메오로 등장해 객석을 술렁이게 한다. 11월 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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