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만큼 고급스런 맥주, 스페인에서 온 '이네딧담'

  • 취화선
  • 입력 : 2017.11.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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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미로나 가격으로나 어지간한 와인 못지않은 맥주
▲ 풍미로나 가격으로나 어지간한 와인 못지않은 맥주 '이네딧담'. 레몬과 귤향이 어우러져 상큼한 맛을 낸다. /사진=웹사이트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32] 언제까지 '맥주에는 치킨'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것인가. 정찬(正餐)용 맥주를 표방하는 '에스텔라 담 이네딧'은 병에 새겨진 황금색 별로 유명한 스페인 맥주회사 에스텔라 담에서 내놓은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흔히 '이네딧담'이라고 불린다. 샴페인 못지않은 풍미를 가졌다. 어지간한 와인보다 값이 비싸기도 하다.

2008년 에스텔라 담은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스페인 레스토랑 '엘불리'의 셰프, 페란 아드리아와 공동으로 이네딧담을 만들어냈다. 에스텔라 담과 엘불리의 목표는 여지껏 존재한 적 없었던 맥주, 와인처럼 정찬에 어울리는 맥주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결과물은 성공적이었다. 이네딧(indedit)은 '전대미문'이라는 뜻이다.

외형부터 고급스럽다. 이네딧담은 와인병처럼 생긴 길쭉한 유리병에 들어 있다. 짙은 갈색병 하단에는 황금색 별이 박혀 있다. 750㎖짜리 한 병을 구입하면 와인잔을 닮은 전용 잔도 한 개 준다. 제조사에서는 200㎖씩 따라 마시라고 추천한다. 그래서 전용잔 200㎖ 지점에 선을 그어놨다.

싱그러운 술이다. 레몬과 귤향이 상큼하다. 은은한 꽃향기가 난다. 살짝 단맛이 나며, 쓴맛은 전혀 나지 않는다. 고수와 비타민C를 넣어 맛을 냈다. 고수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는 않아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마시기에도 문제가 없다. 보디감은 가볍다.

라거와 밀맥주를 섞어서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밀맥주의 느낌이 강하다. 탄산이 꽤 강하다. 탄산의 지속력이 좋다. 한 잔을 꽤 천천히 비울 때까지 기포가 살아있어 청량하다. 샴페인 대용으로도 괜찮을 듯하다.

이네닛담은 스테이크 등 정찬과도 잘 어울린다. 맥주에는 치킨이라는 공식을 깰 만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네닛담은 스테이크 등 정찬과도 잘 어울린다. 맥주에는 치킨이라는 공식을 깰 만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건은 가격이다. 이네딧담 750㎖ 한 병에 약 2만9000원이다. 합당한 가격일까. 이 술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맥주 애호가가 맥주만 오롯이 즐기고자 할 때 이네딧담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깊은 맛, 짙은 향 같은 것을 기대한다면 여지없이 실망하고 말 것이다.

근사한 식탁에 문득 와인이 진부하게 느껴질 때, 특별한 술이 필요할 때, 이네딧담은 좋은 선택이다. 향이 과하지 않아 무슨 음식과 함께해도 좋다. 술 맛도, 음식 맛도 다 즐길 수 있다. 한 병을 다 비워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부담 없이 식사에 곁들이라고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특별한 날, 좋은 음식과 함께 한 번쯤 다시 마실 의향이 있다. 현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그 점은 조금 억울하다. 스페인에 가서 마시면 금상첨화겠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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