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로 가는 길: 감독교체편 (하)

  • 정지규
  • 입력 : 2017.11.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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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63] 지난 (상)편에서 우리는 KBO리그에서 감독의 교체 횟수와 팀의 성적이 반비례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간 중, 감독 교체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팀들은 성적이 좋았으며, 반대로 교체가 빈번했던 팀들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감독이라는 리더의 역량이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직관적으로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사실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은 조직에 속하기 마련이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좋은 리더를 만났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많은 것이 달라짐을 체감하며 살고 있다. 조직이 일정 기간 이상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리더는 교체될 수밖에 없는 반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리더는 오랫동안 해당 조직을 관할하게 된다. 때문에 KBO리그의 감독 교체 횟수와 팀 성적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매우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을 교체한다고 해서 곧바로 좋은 성적을 내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팀에서 감독을 교체한다는 것은 후임감독에게 전임감독이 기록했던 성적 이상을 거두기를 바란다는 희망과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만약 후임감독이 전임감독에 비해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감독 교체는 실패라 할 수 있다. 하물며 전임감독의 잔여 계약기간이 남아 있고, 잔여 연봉을 주어야 하는 것을 감수하고 교체하는 상황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01년 이후 2017년 시즌까지 KBO리그 10개 구단은 총 46회의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구단과 감독과의 이별이 반드시 안 좋은 이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 2004년 시즌 종료 후, 애제자인 선동열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준 김응용 감독은 구단 최고 책임자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 시즌 종료 후의 일이라 조사 케이스에서는 빠져 있지만, LG 양상문 감독 또한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독들은 스스로를 '짤렸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감독 스스로가 자리를 박차고 떠난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나가는 경우 또한 태반이다(계약기간을 채운 경우를, '짤렸다'고 단정 지어 얘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 경우도 구단이 재신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서상 '짤린' 거나 다름없다).

51회의 감독 교체 중에서 후임감독이 다음 시즌에 전임감독 이상의 성적을 거둔 횟수는 23회이다. 성공률로 따지자면 정확히 50%다. 50%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만 볼 때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나머지 50%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한 비용과 리스크가 뒤따르는 감독 교체가 과연 50%의 확률에 기대어서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세상사가 '고위험 고수익'이므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결실도 없다. 하지만, 감독 교체는 단순히 감독 1명만의 교체와 비용이 드는 문제가 아니다. 해당 팀의 시스템과 근간이 바래지는 문제이다. 50%라는 숫자가 좀 작아 보이는 이유이다.

여기에 또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성공률 50%라는 숫자의 맹점이다. 단순히 전임감독에 비해 후임감독의 성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그것을 성공이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전년도에 8위 하던 팀이 올해에 7위 또는 6위를 했다는 것은 외형상의 순위 상승임은 분명하지만, 실제 이에 대해 구단이나 팬들이 만족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단언컨대 감독이라는 리더를 교체할 때, 그 정도의 소박한 기대감을 갖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감독 교체는 우승은 아니더라도 당장의 유의미한 성적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감독 교체 시의 성공의 의미를 조금 더 엄격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2가지 조건을 적용해 봤다. 하나는 전임감독 시절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탈락했던 팀이 후임감독 재임 1년차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느냐이고, 또 하나는 전임감독 시절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팀이 후임감독 부임 첫해에 그 이상의 성적을 내었느냐이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해 봤을 때, 감독 교체가 성공한 경우는 총 16회였다. 성공률로 따지자면 34.8%로 3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투입되는 비용과 여러 리스크를 감안할 때, 이 정도 성공률은 상당히 낮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

감독 교체에 있어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적은 2014~2015년의 두산이었다. 두산은 삼성과 함께 감독을 신뢰하는 구단 중 하나다. 실제, 2011년 전까지 17년간 김인식, 김경문 감독 단 2명이 장기 집권했다. 그런데 2011년에 김경문 감독이 중도 사퇴한 후에 흐름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갔다. 2012년에 부임한 김진욱 감독은 2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 2013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접전 끝에 3승4패로 패했지만,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임감독들의 길을 걸을 것 같았던 김진욱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바로 퇴임했다. 많은 이들이 두산의 선택에 우려했고, 실제로 신임 송일수 감독은 이듬해 6위를 기록하며 감독직에서 바로 물러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산은 하위권을 맴도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새로 선임된 김태형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도 모자라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전년도 6위팀이 당해연도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2007년 김성근 감독의 SK와 더불어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 유이하다.

참고로, 좋은 감독을 모셔오면 당장 우승 트로피를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모든 KBO리그 구단이 한 번쯤 꾸어 봤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17년간 46회의 감독교체 중, 선동열(2005년, 삼성), 류중일(2011년, 삼성), 김성근(2007년, SK), 김태형(2015년, 두산) 딱 4번 있었다. 성공률로 따지면 채 10%가 되지 않는다. 이 정도 성공률로는 그야말로 꿈만 꿀 수 있을 뿐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구단이 가을야구를 위한 여러 방법 중,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하지만, 감독 교체만으로 가을야구를 당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맹신이다. 감독 교체는 준비된 감독을 잘 선별하고,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감독이 해임된 뒤에도 후임감독이 정해지지 않아 허둥지둥 하는 팀들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준비된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있는 감독을 해임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이를 생각하면, KBO리그 감독 교체에 따른 성공률이 낮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많은 팀들이 가을야구를 하고 보다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감독을 교체하기보다는 현재의 성적에 책임을 묻는 데 급급해 일단 감독을 희생시켜 왔던 것은 아닐까.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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