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여행자 불러 모으는 뷰 마넨에서 맛본 '뷰 원(Viu 1)'

  • 나보영
  • 입력 : 2018.05.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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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마넨 와이너리의 마차 투어
▲ 뷰 마넨 와이너리의 마차 투어


[세계의 와인 기행 -54] ('중'편에서 이어짐) 서양식 삼겹살 요리에 지중해 품종 와인을 곁들인 특별한 식사가 끝나자 마차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뷰 마넨(Viu Manent) 와이너리를 '콜차과 와인 관광의 개척자(pioneer of wine tourism in the Colchagua)'로 불리게 만든 일등 공신인 마차 투어가 시작된 것!

말로만 듣다가 직접 눈앞에서 보니 기분이 설렌다. 너른 포도밭과 굵직한 산맥을 배경으로 서 있는 마차가 영화 속 풍경 같다고나 할까. 그뿐 아니라 일곱 명의 일행이 커다란 마차에 오르자 와이너리 안내자가 잔을 나눠주고 와인을 따라주는 게 아닌가. 청량한 소비뇽 블랑을 한 모금 넘기고 나니 마부는 말을 몰아 출발하고 와이너리 안내자는 옛이야기를 시작한다.

"뷰 마넨의 역사는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온 이민자 가족인 미겔 뷰 가르시아와 그의 두 아들 아구스틴과 미겔 뷰 마넨이 산티아고에 와인 중개상 보데가스 뷰(Bodegas Viu)를 세우고 비노스 뷰(Vinos Viu)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포도 재배자나 와인 생산자로부터 배럴 와인을 사서 블렌딩하고 병입한 뒤 지역에 판매하는 중개상이었던 그들의 와인 사업은 2세대 미겔 뷰 마넨 때에 이르러 전환점을 맞는다. 1966년 미겔 뷰 마넨은 칠레 유수의 와인 생산지인 콜차과 밸리(Colchagua Valley)에서 약 120년 된 와이너리를 인수해 뷰 마넨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직접 자신의 철학과 방식대로 포도를 키우고 양조하기 시작했다.

마차를 타고 포도밭, 양조장, 지하 저장고 등을 둘러보며 와인을 마실 수 있다.
▲ 마차를 타고 포도밭, 양조장, 지하 저장고 등을 둘러보며 와인을 마실 수 있다.

"1980년대부터는 전 세계로 발을 넓히기 시작해 현재 45개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1990년 미겔 뷰 마넨의 뒤를 이어 현 오너인 호세 미겔 뷰 보티니(Jose Miguel Viu Bottini)를 비롯한 3세대가 가업에 동참했습니다. 1993년부터 와인 숍과 레스토랑을 조성하고, 테이스팅과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해 여행자를 불러 모으기 시작했죠. 또한 칠레 와이너리 중 흔치 않게 말베크 품종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혁신적인 오너인 호세는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해 만난 적이 있다. 여러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뷰 마넨의 다양한 말베크를 마셨는데 호응이 뜨거웠다. 참석한 기자 중 한 사람은 "지금은 아르헨티나에서 많이 재배하지만, 전통적으로 프랑스 보르도에서 키워온 품종"이라며 "탁월한 타닌과 짙은 색으로 블렌딩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륙 산간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아르헨티나 말베크들은 타닌이 직설적으로 드러나고 도수도 높아서 폭발적이고 강렬하며 질긴 느낌을 준다. 반면 같은 남미 대륙이라도 이곳 콜차과 밸리에서 키우는 말베크는 적정한 고도에서 바닷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서 우아하고 섬세하고 부드럽다. 아르헨티나 말베크를 생각하고 마셨다가 깜짝 놀라며 여러 번 음미하는 이들이 많다.

뷰 마넨 와이너리의 와인 저장고.
▲ 뷰 마넨 와이너리의 와인 저장고.

달그락거리는 마차를 타고 포도밭 사잇길을 지나고, 양조 시설을 둘러보고, 지하 저장고를 탐방하는 동안 몇 가지 와인을 더 맛봤다. 눈앞에 펼쳐진 밭에서 나온 와인을 마시기도 했고, 발효 탱크에 있는 와인을 따라 마시기도 했다. 마지막엔 고풍스럽게 꾸며진 테이스팅 룸에 앉아 핵심 와인들을 시음했다.

여러 가지 와인 중 아이콘 와인인 뷰 원(Viu 1)을 잊을 수 없다. 80~100년 된 포도나무들이 자라는 재배지에서 손 수확한 말베크 100%로 양조됐는데, 여과와 청징 과정을 생략하고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해 본연의 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부드러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말베크의 원형이 고스란히 담긴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꿈은 2세대인 미겔 뷰 마넨 때부터 시작됐다. 1999년 근사한 첫 빈티지가 탄생해 그 결실을 맺었으나, 미겔 뷰 마넨은 이 와인의 탄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들인 현 오너 호세 미겔 뷰 보티니는 부친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와인의 이름을 '뷰 원'으로 지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헌정한 뷰 마넨의 아이콘 와인
▲ 아들이 아버지에게 헌정한 뷰 마넨의 아이콘 와인 '뷰 원'.

두 세대에 걸쳐 이뤄낸 결과물인 이 와인은 2012 빈티지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92점, 2011 빈티지가 와인 엔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93점을 획득하는 등 국제적인 매체와 경쟁 대회에서 각광받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맛보는 와인 한 잔 속에는 2세대에 걸친 노력과 시간이 담겨 있었다. 와인 생산자들은 언제나 지금까지 이어온 역사 이상을 해내려고 도전한다. 유럽이 세계로 뻗어나간 것 못지않게 신대륙은 구대륙을 능가하려 하며 남미에서도 지중해를 꿈꾼다.

10년 이상의 숙성도 가능한 뷰 원의 마지막 잔을 비우며 뷰 마넨의 다음 세대가 보여줄 미래를 그려봤다. 더 부드럽고 포용력 있는 와인,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와이너리,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도 같은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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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영 여행작가]

※잡지 기자 시절 여행, 음식, 와인 분야를 담당한 것을 계기로 여행작가가 됐다.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안 다니는 곳이 없지만 특히 와인 생산지를 주로 여행한다. 매경프리미엄 외에도 '한국경제신문'과 '와인21 미디어'에 본인 이름을 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더트래블러' 'KTX매거진' '무브' 등 여행 전문지에도 기고한다. 2018년 봄엔 가까운 식도락의 도시 후쿠오카를 다룬 여행서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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