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위장 거지' 했다간 거지꼴을 못 면한다

  • Flying J
  • 입력 : 2018.06.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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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57]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는 오일머니가 집중되는 중동의 '금융중심지'다. 또한 세계 각 대륙과 나라를 연결하는 '허브공항'이기 때문에 세계 최고 쇼핑몰과 호텔들이 즐비하다.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런 부자 도시 두바이에서 거지 생활을 하며 구걸을 한다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란 글이 화제를 끈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같은 질문을 참 많이 받곤 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어느 정도는 맞는 내용이라 볼 수 있겠다. 주로 이러한 고소득 고연봉(?)을 노리는 거지들은 이슬람에서 가장 성스러운 기간인 '라마단(Ramadan)' 기간에 특히 기승을 부린다.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자카트(Zakat·적선)'를 행하기 위해 많은 무슬림들이 이들 거지에게 쉽게 베풀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곳에서 들은 정보 중 하나는 지난해 이 기간 동안 두바이에서 거지를 했던 어떤 사람이 한 달 동안 27만디르함, 우리 돈으로 8000만원 정도를 벌었다는 소식이었다. 일당으로 치면 하루에 280만원, 하루에 6시간 길에서 구걸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시간당 46만원 이상을 버는 것이다. 어떤 거지들은 이러는 동안 5성급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짐을 싸서 바로 두바이에 올 생각을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하길 바란다. 올해 라마단도 이미 끝나가고 있을뿐더러 이 기간 동안 경찰들이 촉각을 세워서 단속을 엄청 많이 하기 때문이다. 잡히면 고액 벌금과 감옥행은 물론이고 국외 추방까지 당한다. 방금 언급했던 8000만원을 벌었다던 거지도 이미 잡혀서 추방당했으며, 올해 라마단에서도 자국에 이슬람 사원을 짓겠다며 사람들에게 30만디르함(약 9000만원)을 구걸한 거지가 체포당하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추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라마단 때 잡힌 이 거지는 두바이 경찰에 따르면 걸프국가 주민인 아랍계 거지로, 이슬람 사원 건설을 돕고자 적선한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받은 후에 체포됐다. 또 다른 사건에서도 경찰은 모스크를 짓겠다며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한 세 명의 아시아인을 체포하고 현금 3만디르함(약 900만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진짜 가난한 거지였다면 조금 동정의 여론도 있었을 텐데 이들이 진짜 헐벗고 불우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두바이 지방자치당국은 "거지들 중 일부는 사업이나 관광비자를 받은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거지 중 대다수가 3개월짜리 비자를 들고 적법하게 입국한 뒤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돈을 모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런 노력으로 해마다 이러한 '위장거지'들이 많이 잡히고 있다. 2018년 6월 두바이 경찰은 남자 171명, 여자 61명 등 232명의 거지를 체포했으며, 2017년에는 136명의 여성을 포함해 653명의 거지를 체포했다. 2016년 이래로 두바이 경찰은 1906명의 거지를 체포했다.

라마단 기간 동안 구걸 근절 운동의 일환으로 두바이 경찰은 거지들의 밀집도에 근거해 두바이를 여러 구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각각 녹색, 노란색, 빨간색 구역으로 구분한 뒤 거지들이 많이 집중된 빨간색 구역에 순찰을 집중하는 식이다. 노란색 구역은 거지들이 적은 지역, 녹색 구역은 거지들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경찰은 거지가 정말로 돈이 필요한지, 혹은 그저 가난한 척했는지를 확인한 후에 감옥에 1개월 동안 가둔 후 구걸한 돈을 압수하고 추방한다. 경찰 관계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구걸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에 관한 소셜네트워크 메시지나 게시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 중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거나 새로운 유형의 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경찰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바이 경찰청 범죄수사담당은 "거지들 중 대부분은 외국인 방문객이었다"면서 "그들은 UAE가 부유한 나라이며 사람들이 거지들을 동정하고 도우려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라마단 기간 동안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방문한다. 우리는 팀을 설치해서 단속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타니 두바이 경찰서장 위원장은 "대부분의 거지들이 라마단 기간을 이용해 쉽게 돈을 벌려는 아시아인들"이라고 말했다. "거지들 중 대부분은 사기꾼이며 그들은 라마단 기간 동안 방문비자로 입국해 사원 주변에서 구걸한다. 거지들에게 돈을 기부하지 말고, UAE 자선단체에 기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거지를 발견하면 901번으로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면 초기 선구자를 자처하며 '위장거지'란 새로운 지평을 연 거지들은 두바이에서 돈을 쏠쏠하게 벌었을지 몰라도 지금 후발주자들은 가봤자 쇠고랑만 차고 추방당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비트코인도 그렇고 주식도 그렇고 부동산도 그렇고 세상이 이런 법이다. 이미 알려진 길 말고 나만의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Flying Johan/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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