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부활에서 배운다

  • 정현권
  • 입력 : 2018.09.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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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대회 1라운드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쥐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애틀랜타 EPA, 연합뉴스
▲ 타이거 우즈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대회 1라운드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쥐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애틀랜타 EPA, 연합뉴스
[골프 오딧세이-4] 흔히 타이거 우즈(43)는 현역 골퍼 가운데 필 미켈슨(48)과 많이 비교된다. 물론 골프 성적으론 우즈가 미켈슨보다 한 수 위다.

5년여 공백이 있었지만 우즈는 투어 80승에 메이저 14승이다. 미켈슨은 투어 43승에 메이저 5승으로 대단한 실력이지만 우즈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우즈의 전성기 때 그를 견제하면서 승부를 흥미로 몰고 간 유일한 골퍼는 미켈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론 우즈보다 미켈슨에게 더 호감이 간다. 골프는 우즈가 나았지만 왼손잡이 호쾌한 스타일에 완벽한 미소가 한몫을 한다. 무엇보다 가장으로서 미켈슨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다.

우승한 날 마지막 그린에서 아내 에이미와 아이들을 껴안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가족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게 미켈슨이다. 그는 평상시에도 모범적인 가장이다. 한 번도 사생활로 인한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다.

1999년 US오픈 당시 우승 경쟁을 하면서 "출산을 앞둔 부인이 신호를 보내면 우승 퍼트를 앞두고라도 달려가겠다"며 삐삐를 차고 경기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난해에는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US오픈에 불참했다.

이런 미켈슨을 보면서 가정이 편안해야 골프도 잘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를 보면서 ‘골프는 가정에서 나온다'라는 신념 아닌 신념도 가지게 됐다.

사실 주말골퍼들도 아내와 다투거나 집안에 복잡한 일이 있으면 그날 골프는 망치기 쉽다. 무거운 회사 일들이 뇌리에 꽉 차 있는 날도 마찬가지다. 집안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고, 마음이 편하면 골프도 잘 풀린다는 이야기다.

이런 생각은 우즈가 2009년부터 금발의 아내 엘린 노르데그린과의 불화로 추락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아내에게 골프채로 얻어맞는 상황에서 제아무리 천재골퍼라도 필드에서 샷이 제대로 나오겠는가.

머릿속은 온통 수천억 원대 위자료 지급으로 가득 차 있는데 제대로 퍼팅이 가능할까. 우즈는 이혼 후 전처에게 1억3000만달러(약 1450억원)를 지급했다.

위대한 골프 영웅에 대한 이러한 나의 부정적인 시각은 그가 네 번의 허리 수술을 통해 지독한 슬럼프에서 헤어나려고 허우적거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3년, 4년, 5년이 지나면서부터는 그가 제발 부활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됐다.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에 두 번 불참하고, 기권하는 경기(윈덤챔피언십)도 생기고 어떤 때는 워낙 타수를 많이 기록해 중간에 짐을 싸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주말골퍼 수준으로 전락한 우즈를 보면서 언젠가는 꼭 우즈가 부활하기를 바랐고 그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다. 급기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돼 정상적인 사회생활마저 가능할지 의심될 정도로 나락으로 빠진 우즈를 보며 한 가지 바람마저 생겼다. 자초하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깊은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해 반드시 일어설 수 있다는 꿈을 실현해 달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네 번째 수술 이후 통증이 사라지면서 우즈는 서서히 안정된 모습을 찾아갔다. "이젠 지긋지긋한 통증이 사라졌고 나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보며 굳은 의지를 읽었다. 마치 연속 오비(OB·아웃 오브 바운드)를 내고도 포기하지 않고 한 타라도 더 줄이려는 강인한 모습을 연상시켰다.

드디어 올해 희망의 신호탄이 올랐다. 얼굴에서도 불안감이 사라지고 진지함과 긴장감이 묻어나 예전의 분위기가 읽혀졌다.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 컷을 통과하고 3월 발스파챔피언십 공동 준우승에 이어 디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치열한 우승 경쟁을 했다.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투어챔피언십 첫날 마지막 홀 9m 이글은 위대한 영웅의 눈물겨운 귀환을 위한 축포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4라운드까지 순항해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구면서 5년여의 슬럼프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사냥하다 다친 호랑이가 외롭게 상처를 회복한 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사냥감을 낚아채는 ‘동물의 왕국'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언제부터는가 슈퍼 영웅들이 활개 치는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정상인보다 부족한 캐릭터들이 장애를 딛고 정상을 찾아가거나 깊은 시련에 빠졌다가 굳은 의지로 극복하는 휴먼드라마를 좋아한다.

"내가 골프를 하면서 아파하는 것을 본 아이들에게 골프는 오랫동안 고통과 동일시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아이들도 골프에서 기쁨을 맛봤을 것이다."

우즈가 우승 후 한 말이다. 우즈에게는 전처 노르데그린과의 사이에 11살인 딸 샘과 9살 아들 찰리를 두고 있다. 우즈가 이번 우승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예전의 화려했던 플레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더욱 안정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정현권 골프컬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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