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취순 10년 vs 설중매 골드... 가을밤 매화주 선택은?

  • 취화선
  • 입력 : 2018.10.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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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79] 올여름 더위는 가히 술맛을 가시게 할 만했다. 더위에 헉헉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여름이 가시고 가을이 오시었다. 가을은 운치있게 한잔 걸치기에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까.

깊어가는 가을밤 향긋한 매실주 한잔이 생각났다. 그래서 오늘은 국내 매실주계 양대 강자 보해 매취순과 롯데주류 설중매를 마시기로 한다.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인 매취순 '10년'과 설중매 '골드'를 골랐다.

보해의 매취순 10년. 10년 숙성 매실주 원액을 블렌딩했다. 다만 얼마나 넣었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보해의 매취순 10년. 10년 숙성 매실주 원액을 블렌딩했다. 다만 얼마나 넣었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먼저 매취순 10년이다. 맛 보기 전에 병부터 본다. 매실을 상징하는 듯한 진한 초록 병을 금빛 병뚜껑, 라벨로 장식해 프리미엄 제품임을 드러낸다. 매취순 10년은 10년 동안 숙성한 매실주 원액을 블렌딩한 술이다.

짙은 금빛 액체에서 은은한 매실향이 피어오른다. 살짝 머금으면 시큼하고 쌉싸름하다. 그 가운데 매실의 풍미가 깊다. 제법 보디감도 있다. 상당히 달 줄 알았는데 입안에서는 별로 달지 않다. 목넘김 이후 단맛이 나며 알코올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약간의 신맛과 끈끈한 단맛이 남는다. 뒷맛이 아주 좋다고는 못하겠다.

롯데주류의 설중매 골드. 매실을 술병에 넣고 금박까지 첨가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롯데주류의 설중매 골드. 매실을 술병에 넣고 금박까지 첨가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설중매 골드는 꽤 멋을 부렸다. 병 안에 큼지막한 매실 세 알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금박까지 넣었다. 매실과 금박이 맛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기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귀한 자리에 내놓기에는 설중매 골드가 낫지 않을까.

매취순 10년보다 밝은 금빛이다. 냄새도 매취순 10년의 향에 비해 약하다. 비린 향이 옅게 나 당황스럽다. 조금 머금는다. 매취순 10년보다 훨씬 드라이하다. 비리고 떫은맛 가운데 매실향이 숨어 있다. 보디감은 가볍다. 목넘김 뒤에는 제법 술맛이 올라온다. 드라이해서일까. 매취순 10년보다 뒷맛은 한결 깔끔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솔직히 설중매 골드 첫잔은 아주 별로였다. 그런데 마실수록 괜찮다. 나쁘게 다가왔던 그 비리고 떫은맛이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이하고 매력적으로 변모한다. 내가 술에 취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통 매실주를 마시는 술자리에서 술을 이렇게 음미하지는 않는다. 소주처럼, 상당한 양을 털어넣듯 마시면 느낌이 또 다르다.

소주잔에 따른 매취순 10년을 단숨에 비우면 아주 진한 맛과 향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홀짝일 때에는 풍부하다고 느껴졌는데 원샷을 하니까 조금 부담스럽다. 설중매 골드는 원샷을 하니 홀짝일 때보다 더 좋았다. 비린 맛과 떫은맛, 매실향이 뒤섞이는데 썩 나쁘지 않다.

집에서 혼자 조금씩 먹기에는 매취순 10년이, 술자리에서 반주 삼아 거푸 잔을 비우기에는 설중매 골드가 나아 보인다. 매취순 10년 500㎖ 한 병은 대형마트에서 약 7000원이다. 알코올 도수는 16도. 설중매 골드는 360㎖에 약 6000원이다. 알코올 도수는 14도.

내 입에는 설중매 골드가 맞았다.

매취순 10년은 10년 숙성 매실주 원액을 얼마나 넣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화이트와인, 설탕, 액상과당, 구연산 등으로 맛을 냈다. 캐러멜 색소까지 넣었다. 설중매 골드는 원액 주정 36.9%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화이트와인, 설탕, 합성감미료 등을 썼다. 여기에도 역시 색소가 들어간다.

비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에 설탕, 아스파탐 따위를 넣는 것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단가를 맞추려면 불가피하겠다는 약간의 이해심 같은 게 생겼다. 매실로만 맛을 냈다면 1만원 아래로는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며 이렇게 입에 착착 감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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