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잡초의 현재를 찬양할뿐

  • 허연
  • 입력 : 2018.11.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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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폰카 아포리즘-37]

#74

나는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는 자와 미래는 반드시 좋을 것이라고 말하는 자. 두 경우를 모두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의 힘이 미칠 수 없는 어떤 상황에 대해 약속하는 건 모두 거짓이다. 흘러가버린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도대체 무슨 단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단지 이 가녀린 잡초의 '현재'를 찬양할 수 있을 뿐이다. 어디서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지만 그것은 오늘 이 시간의 영역이 아니다.

#75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그의 업적을 논하는 사람들이 많다. 혹자는 그를 위대한 과학자에 견주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그를 대단한 발명가처럼 이야기한다. 내 생각에 잡스는 과학자나 발명가보다는 예술가에 가깝다. 그는 없던 것을 발명했다기보다는 있던 것들을 조합해 예술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아주 새로운 형식으로….

그래서 잡스의 죽음은 아인슈타인이나 라이트 형제의 죽음이 아니라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처럼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리고 참, 터틀넥 프레젠테이션의 원조는 잡스가 아니라 칼 세이건이었다.

#76

가장 다루기 쉬운 사람은 자존심이 쓸데없이 강한 사람이다. 그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반응을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만날 다뤄진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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