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은 전투적이지 않다

  • 허연
  • 입력 : 2018.12.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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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폰카 아포리즘-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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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

버스 타는일에 재미를 붙였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성난 밀랍인형 같은 얼굴들이 싫어졌다.

버스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본다. 뒷모습은 전투적이지 않아서 좋다. 뒷모습에는 욕망이 없다.

#084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는 자. 미래가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약속하는 자. 그들 모두를 신뢰하지 않는다.

지나친 낙관에는 반성도 예언도 없다. 낙관에 능한 사람들은 뭔가 감출 것이 있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이다지도 슬픈 인간을 낙관할 수 있단 말인가. 혜안과 예언은 비관하는 자들을 찾아온다.

#85

밤하늘이 예뻐서 차를 세우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한국에 있다는 느낌이 아닌 지구에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 지구 어디선가 또 다른 누군가도 하늘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말할 수 없이 벅차다. 어쩌면 아라비아 사막에서 한 베두인이, 코카서스 산맥의 한 목동이, 안데스의 한 노파가 이 하늘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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