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우산 든 모습서 그의 골프실력 드러나네

  • 오태식
  • 입력 : 2016.07.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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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펀골프-87] 주성치가 주연한 '쿵푸 허슬'이란 영화가 있다. 너무 가난해서 빼앗길 것도 없는 마을 주민들이 사실은 대부분 실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쿵푸 고수들이었다는 뼈대를 가지고 풀어 나가는 영화다.

 마치 그 영화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도심 속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던 골프 고수들이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긴 우산을 하나씩 들고 말이다.

 비가 오면 일단 그가 골퍼인지 아닌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긴 우산을 마치 골프채인 양 들고 빈 스윙을 하는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모두 골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골퍼가 모두 우산을 들고 빈 스윙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빈 스윙을 하는 골퍼 중에는 진정한 고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빈 스윙을 하는 이들이 지금 골프에 '푹' 빠져 있는 열혈 골퍼들인 것은 분명하지만 진짜 고수들은 그보다는 우산을 들고서 헤드 무게를 어떻게 느낄지, 그립을 어느 정도 세기로 잡으면 좋을지를 생각한다.

 우산을 들고 빈 스윙을 한다면 부디 다운스윙을 할 때 실수해서 자동 버튼을 누르지는 말길. '상상의 골프채'가 어느 순간 '낙하산'이 될 수도 있으니까.

 골퍼를 굳이 실력에 따라 구분한다면 싱글 핸디캐퍼인 '고수', 백돌이로 통칭되는 '하수', 그리고 그 중간 격인 보기 플레이어의 '중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골프장에서는 어드레스하는 모습만으로도 고수, 중수, 하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고수와 하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말이 있다. 고수의 샷은 '본 대로' 가고, 하수의 샷은 '걱정한 대로'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수의 샷은 '친 대로' 간단다. 하수는 샷을 하기에 앞서 자신감 없이 걱정만 한다고 해서 나온 우스갯소리다.

 '우산 빈 스윙'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골프 실력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고수와 하수 사이에 가장 차이 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거리 감각'이다. 차를 몰다가도 내비게이션이 '200m 앞'이라고 하면 고수는 그 거리를 정확히 떠올린다. "아, 잘 맞았을 때 내 3번 우드 거리군"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거리가 들쭉날쭉인 하수들은 골프를 하지 않는 이들보다는 더 정확할지 모르지만 고수의 거리감을 쫓아가기에는 한참 멀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골퍼'가 등장한다. 그게 거울이든 아니든 자신의 전신 모습이 비치는 곳 앞이면 저절로 빈 스윙 연습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평소 모습만으로도 고수와 하수를 구분할 수 있다. 오른쪽 어깨가 약간 처져 있다면 그는 초절정의 골프 고수다. 드라이버샷 어드레스 때 오른쪽 어깨를 약간 내리는 게 장타의 기본이다. 워낙 이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내려가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거울 앞으로 가보라. 자신의 어깨가 오른쪽으로 약간 기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고수의 자질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어드레스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생활 속에서도 고수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가장 간단한 골프 고수 식별법은 악수를 해 보는 것이다. 손바닥에 굳은 살이 많고 거칠다고 느껴진다면 마음속에 경계 경보를 울려야 한다.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골프 고수임에 틀림없다. 거기에다 손아귀 힘마저 세다면 근력 훈련까지 한 고수 중의 고수다.

 오른손과 왼손 색깔 차이가 많이 난다면 일주일에 2~3회 필드에 나가는 골프 고수다. 한손만 장갑을 끼다 보니 햇볕을 받는 손과 받지 않는 손의 색깔 차이가 생긴 것이다. 색깔 차이가 많이 나는 골퍼일수록 필드 경험이 많은 고수가 틀림없다.

 안타까운 것은 고수가 되면서 거짓말도 점점 늘어간다는 사실이다. 골프 약속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지키려다 보니 '양치기 골퍼'가 되는 것이다. 부디 도심 속 거짓말 고수는 되지 말길….

[오태식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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