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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이 남겼다는 예언, 진실인지 들여다보니

  • 이문영
  • 입력 : 2016.08.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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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한국사-9]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정보에 대한 가치가 달라졌다는 점이라 하겠다. 과거에 비해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의 중요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우르르 쏟아지기 때문이다. 강사의 강연 중에도 저 사람 말이 맞는지 휴대폰을 꺼내 검증해 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엉터리 정보도 계속 재생산되어 사라지지 않는 폐해가 생겼다. 특히 그런 정보가 자신의 평소 생각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 1875~1953)라는 사람이 있다. 식민지 조선의 9대 총독이다. 1944년 부임해서 1년을 총독으로 있었다. 그가 조선을 떠날 때 남겼다는, 예언이라고도 하고 저주라고도 하는 말이 인터넷에 떠돈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민이 제 정신을 차리고 찬란한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이런 말은 현재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에 분개하는 심정에 부합하게 되고 그 진위 같은 건 알아볼 새도 없이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확신으로 그냥 믿어버리게 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아베 노부유키가 저런 말을 했다는 근거는 사실상 아무 곳에도 없다. 하지만 중앙일간지에서도 이런 말을 아베가 한 줄 알고 인용한다. 심지어 아베 노부유키가 현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할아버지라고 하는 글까지 있다. 우리말 발음으로는 '아베'라고 똑같이 표기되지만 한자로는 아부(阿部)와 안배(安倍)로 완전히 다른 성이다. 이것은 유(劉)씨와 유(柳)씨가 같은 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베 노부유키의 말 중 일부가 한 책에 실려 있다고 하는데, 그 내용도 일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출전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신빙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 상에는 이런 엉터리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인터넷과 각종 프로그램 발달로 인해 더 어이없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위의 엉터리 이야기를 구글 번역기 같은 번역기를 이용해서 일본어로 번역하여 더 그럴듯하게 보이게 위장하는 행동들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번역기의 성능은 아직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 안에는 전문가들이 볼 때 어이없는 실수들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실수로 인해 엉터리 위장이 더 확실하게 탄로 나게 되니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도 위대한 고조선의 역사를 위장한다고 러시아어 번역기를 돌려서 문서를 만든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구글번역기는 나라 이름인 조선(朝鮮)을 배를 만든다는 조선(造船)으로 이해하고 번역을 해버렸다. 이런 것을 모르고 '위대한 배 만드는 역사'를 고조선의 역사랍시고 소리 높여 자랑하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미혹되어 그 글을 퍼나르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이렇게 엉터리로 만들어진 위대한 우리 민족 이야기의 배경에는 역사학계를 비난하는 부분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베 노부유키의 말에도 '실로 조선은 위대하고 찬란했지만'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마치 아침 드라마에서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서 하는 것 같고, 문 뒤에서 그 말을 다 엿듣는 것 같은 상황이다.

3대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출처=위키미디어
▲ 3대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출처=위키미디어
 인터넷에 떠도는 것으로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의 교육시책이라는 것도 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먼저, 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일, 역사, 전통을 알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민족혼, 민족문화를 상실하게 하고 그들의 조상과 선인들의 무위, 무능, 악행을 들춰내어 그것을 과장하여 조선인 후손들에게 가르침으로써 조선의 청소년들이 그 부조(父祖)들을 경시하고 멸시하는 감정을 일으키게 하여, 그것을 하나의 기풍으로 만들고, 그 결과 조선 청소년들이 자국의 모든 인물과 사적(史蹟)에 관하여 부정적인 지식을 얻어, 반드시 실망과 허무에 빠지게 될 것이니, 그때에 일본 사적, 일본 인물, 일본 문화를 소개하면, 그 동화의 효과가 지대할 것이다. 이것이 제국 일본이 조선인을 반일본인으로 만드는 요결인 것이다."

 이런 교육시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내용은 원래 문정창이라는 사람이 쓴 '군국일본 조선강점 36년사' 상권(박문당, 1965) 319쪽에 실려 있는 것인데, 원래 해당 대목에는 이것이 사이토 마코토의 교육시책이라고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그는 중권 475쪽에서 마치 이것이 사이토 마코토의 교육시책으로 공포된 것처럼 착각할 수 있게 기술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인터넷 세상에서 지워지지 않는 떡밥이 되어 오늘도 사람들을 낚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일제는 원래 나쁘니까 누명을 써도 되고 모함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거짓말을 해서 공격하면 진짜 나쁜 일이 묻혀버리게 된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아도 일제강점기의 악행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사족 하나. 이 책을 쓴 문정창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부터 일제의 공무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해서 1932년에는 '조선쇼와5년국세조사기념장'을 수여받았고, 1942년에는 충청북도 내무부 사회과 사회주사(고등관 7등), 1943년에는 황해도 은율군수, 1945년에는 이사관으로 승진하여 황해도 내무부 사회과장을 지낸 친일파이다.

[이문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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