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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는 예술을 내놓고 식객은 충격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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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1.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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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가볼랭-3]
서울 미슐랭 원스타(★) 서래마을 스와니예
"요리사는 예술을 내놓고 식객은 충격에 휩싸인다"
"최고의 푸드경험(FX)"


 그동안 얇은 지갑 때문에 가성비 갑 식당만을 소개한 것 같아요. 미슐랭 별점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고가의 음식점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전해드리고 싶었다는 취지였지만, 오늘은 톤을 좀 바꿔보려 합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식당에서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죠. 와글와글한 분위기에 대화를 시도해도 립싱크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가보실 식당은 맛과 멋을 동시에 잡은 '스와니예'입니다.

 이준 총괄 셰프가 프랑스 유학 시절 얻은 별명에서 따왔다고 하는데요. 스와니예(soigne)란 불어로 '완성도가 높은'이라고 합니다.

 서초구 서래마을 깊숙한 골목에 자리한 이 레스토랑은, 음식을 단순히 먹어버리는 것으로 국한하지 않습니다.

 먹기 전 눈으로 '황홀경'을 먼저 느낄 수 있도록 주방에서는 다양한 '시각적' 실험이 이뤄집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 차원을 넘어선 경지입니다.

 한식과 양식이 합쳐진 '퓨전' 레스토랑이라고 부르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메뉴가 늘 똑같지 않습니다. 두 달에 한 번씩 계절의 변화나 영감에 따라 메뉴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 내놓는데요. 이를 '에피소드'라고 부릅니다. 메뉴 전반에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현재는 13번째 에피소드를 내놓고 있고요. 이 집에 다시 방문했을 때, 옛날에 먹었던 요리를 다시 먹게 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에피소드가 매번 달라져도 스와니예에서는 늘 기상천외한 마리아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치즈가 들어간 대파 구이, 깻잎과 어우러진 아이스크림 등 생각지도 못한 짝꿍이 한 접시에 등장하는데요. 보면서 "이들이 도대체 무슨 관계지?"라고 궁금해하며 입에 넣는 재미가 있습니다.

 입안에 퍼져나가는 맛도 생애 첫 느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테이블에 놓인 셰프의 편지.
▲ 테이블에 놓인 셰프의 편지.
 이런 노력 덕분에 스와니예는 11월 7일 발간된 미슐랭가이드 서울에서 창의적인 레스토랑에만 부여되는 '이노베이티브' 찬사도 얻게 됐습니다.

 오늘 소개할 에피소드는 가장 맛있게 느껴진 11번째 에피소드 '나물'입니다.

 채소를 싫어하는 짱구 같은 독자는 없으시리라 믿고 가볼게요.

 스와니예는 '아뮈즈부슈(일종의 웰컴디시)'를 '구쁨'이라는 순우리말로 바꿔서 부릅니다. 배 속이 허전해 자꾸 무언가를 먹고 싶은 상태를 뜻한다고 하는데 어감이 참 좋죠?

 구쁨 시리즈는 여러 가지인데, 구쁨마다 테이블 인원 수대로 한 접시에 담겨 나옵니다.

 보기에도 예쁘고 멋져서 입에 차마 넣기 미안한 감정이 몰려들었답니다.

구쁨 중 시그니처라 불릴만한 대파 구이. 조개젓을 넣어 구운 대파 위에 레몬 잼이 발려져 있죠. 옆에는 마스카포네 치즈입니다.
▲ 구쁨 중 시그니처라 불릴만한 대파 구이. 조개젓을 넣어 구운 대파 위에 레몬 잼이 발려져 있죠. 옆에는 마스카포네 치즈입니다.
이것은 구운 대파. 파줄기를 2.5㎝로 잘라 구운 것인데 조개젓을 곁들였어요. 옆에는 치즈. 의외의 조합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곡물 찐빵.
▲ 곡물 찐빵.
곡물로 쪄낸 웰빙지수 100%의 찐빵입니다. 매우 쫀득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며, 콕콕 박힌 깨가 고소함을 더해줘요. 구수한 맛이 느껴집니다.

시금치 구쁨
▲ 시금치 구쁨
시금치를 데친 뒤 이렇게 작고 예쁘게 싸서 먹어본 적이 있나요? 뽀빠이가 먹는 게 아니라 '올리브'가 먹을 것같이 앙증맞습니다.

라임쥬스에 절여놓은 샐러리에 고춧가루를 뿌린 구쁨.
▲ 라임쥬스에 절여놓은 샐러리에 고춧가루를 뿌린 구쁨.
참외 위에 베이컨 파우더를 뿌린 구쁨.
▲ 참외 위에 베이컨 파우더를 뿌린 구쁨.
이 밖에 나물과 채소를 모티프로 한 구쁨의 향연이 계속 이어집니다. 아까워, 아까워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일이 구쁨에 대해 설명해주는 친절한 점원 덕에 마음이 더욱 훈훈해집니다.

 하지만 저희 일행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구쁨은 바로 이것이었죠. 아래 액자 속 동양화 같은 식재료는 뭘까요?

달래를 활용한 구쁨.
▲ 달래를 활용한 구쁨.
실파냐 파뿌리냐 한참 설왕설래를 했는데요.

 달래라고 합니다(세상에). 달래를 구워 접시 위에 아름답게 늘어뜨리고, 치즈를 흩뿌렸네요. 정말 이 달래 세 가닥을 위해 수고하셨을 셰프의 예술혼에 절로 경탄이 나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아니 이걸 어떻게 먹어?"라며 한참을 망설이셨죠.

단호박 쥬스.
▲ 단호박 쥬스.
 이제 구쁨을 마무리하는 '단호박 쥬스'가 나왔습니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식객이 애피타이저를 맞을 준비를 도와줍니다.
귀리와 갑오징어, 시금치 나물이 조화를 이룬 첫번째 에피타이저.
▲ 귀리와 갑오징어, 시금치 나물이 조화를 이룬 첫번째 에피타이저.
 역시 채소에 모티프를 둔 다양한 애피타이저가 등장하는데요. 이 요리의 이름은 '산시금치와 오징어'입니다. 귀리와 톳, 파란 콩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식의 정갈함이 느껴지는 전채요리였어요. 역시나 처음 먹어본 맛이었는데 귀리가 톡톡 터지는 느낌이 재미있더군요. 위에 꽃이 올려진 모습도 참 곱습니다.

자색무, 나물이 곁들여진 푸아그라(거위 간).
▲ 자색무, 나물이 곁들여진 푸아그라(거위 간).
양 어깨살, 그린커리, 요거트와 고수가 함께 한 양 군만두.
▲ 양 어깨살, 그린커리, 요거트와 고수가 함께 한 양 군만두.
브란지노(농어)와 보리 리조또. 유채꽃이 올려져있습니다.
▲ 브란지노(농어)와 보리 리조또. 유채꽃이 올려져있습니다.
 이 밖에도 산과 들에서 나는 건강한 식재로 이뤄진 다양한 애피타이저가 나옵니다. 채소 본연의 시큼하고 떨떠름한 풀내를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했어요.

 구쁨도 실컷 즐기고, 형형색색의 애피타이저도 즐겼으니 본격적인 식사(드디어)를 시작해볼까요?

한우 안심스테이크.
▲ 한우 안심스테이크.
한우 안심 스테이크입니다. 스와니예는 약간 덜 익힌 것이 기본 굽기라고 하니, 취향이 있다면 확실히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소고기는 미디엄 레어를 선호하는 편이라 미디엄 레어로. 배추 가운데서도 가장 노랗고 연한 부분인 '속'을 구워서 함께 내놨습니다. 보통 스테이크에 딸려나오는 퍽퍽한 으깬 감자나 고구마는 잘 손이 안 가게 되는데요, 배추가 이렇게 소고기와 잘 어울렸는지 처음 알게 되었답니다. 배추 위엔 견과류 가루가 뿌려져 있어 고소합니다.

청포도 디저트.
▲ 청포도 디저트.
더 이상 음식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고 생각될 때 금가루, 젤리 조각과 함께 나타난 청포도예요.

 고기의 맛을 잡아주고 다시금 디저트의 시간이 왔다는 걸 알려주는 잔잔한 포문이었습니다. 게다가 금이라니… 금이라니!

 "금이 피부에도 좋다고 합니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는 직원분의 표정에 금박을 꿀떡 삼켜버렸습니다. 금박은 아무 맛도 안 나요.

깻잎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 깻잎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도 나왔어요. 바닐라인데 왜 이렇게 고소한지 여쭤보니 들기름을 뿌렸다고 하더군요. 비빔밥에 둘러먹는 그 들기름이 바닐라향과 어울릴 수 있다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조합을 찾아내기 위해 셰프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주방에서 보냈을까요?

마지막 디저트, 꼬두람이.
▲ 마지막 디저트, 꼬두람이.
미니 마카롱과 함께 나온 정육각형의 치즈….'막내'라는 뜻의 우리 고유말을 차용한 '꼬두람이'라는 메뉴입니다.

 더 이상 음식을 표현할 어휘력이 고갈돼 슬픕니다.

로네펠트로 티로 마무리.
▲ 로네펠트로 티로 마무리.
휘황찬란했던(어쩌면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식사는 따뜻한 차로 마무리했습니다. 보통 요리를 먹고 나면 맛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는데, 이날은 달랐어요.

저마다 가장 인상적인 모양의 요리에 대해 의견을 말하기 바빴습니다.

 요리에 예술혼을 불태우는 셰프들의 열정에 감사한 식사였습니다.

 미슐랭 스타를 받고 나선, 예약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하네요. 비싼 가격이 부담(1인당 코스 15만원)이지만 아주 특별한 날, 음식에 대한 신선한 충격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스와니예 총평
맛(하이퍼퀄리티) ★★★
가격 ★★☆
분위기 ★★★+(★★★ 만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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