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를 삼킨 남자 이야기 '파운더'

  • 양유창
  • 입력 : 2017.04.21 15: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시네마&-135] 맥도날드 형제는 혁신가였다. 할리우드를 기웃거리며 수차례 창업과 실패를 거듭하던 그들은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에 바비큐 식당을 차렸지만 수익은 변변찮았다. 동생 딕은 아이디어를 낸다. 메뉴를 가장 잘 팔리는 햄버거와 콜라로 단순화하고, 테이블, 주크박스, 서빙 종업원 등 부차적인 것들은 다 없앤다. 또 주방의 동선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문 후 1분 내 햄버거가 나오는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한다. 그전까지 고객은 수십 분을 기다려야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패티 굽는 사람, 케첩 뿌리는 사람 등 업무를 분업화했기 때문이다. 헨리 포드형 공장 시스템을 식당에 적용해 패스트푸드 시대의 문을 연 것이다. 1948년 재개장한 맥도날드 매장에 손님들이 물밀듯 밀려오면서 맥도날드 형제의 도박은 대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혁신가들이 매번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만화경을 만든 과학자 데이비드 브루스터는 특허를 내지 않아 모조품이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히트 상품을 만들고도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했다. 그레이엄 벨보다 먼저 전화를 발명한 엘리샤 그레이는 특허 등록을 미루다가 벨이 역사에 기록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컴퓨터 마우스를 발명한 더글라스 엥겔바드는 그가 일하던 회사가 특허를 싼값에 애플에 넘겨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수입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맥도날드 형제 역시 비슷한 운명의 길을 걷는다. 그들은 1954년 어느 날 식당을 찾아온 한 남자를 만난다. 52세의 밀크셰이크 믹서기 세일즈맨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식당에 들렀다가 처음 보는 운영 방식에 무릎을 친다. 그러고는 프랜차이즈를 하게 해달라고 조른다. 맥도날드가 제국으로 탈바꿈한 결정적 순간이다. 20일 개봉한 영화 '파운더'는 이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거대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그러나 창업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맥도날드의 역사를 찾아봐도 레이 크록이 아리조나 피닉스에 세운 매장이 1호점이라고 소개되고 실제 창업자인 맥도날드 형제는 이름만 언급될 뿐 자세한 소개는 없다. 영화 제작자 돈 핸드필드는 이것이 의아했다. 그는 딕 맥도날드의 아들을 만나 자료를 수집한 뒤 영화를 기획하기 시작한다. '파운더'는 그로부터 10년 만에 완성한 결과물이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파운더(founder·창설자)'는 영화 속에서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 창업자인 맥도날드 형제를 뜻하기도 하고, 가짜 설립자 행세를 한 레이 크록을 지칭하기도 한다. 크록에게는 공과 과가 함께 있다. 그는 맥도날드를 집어삼켰다. 맥도날드 형제는 스티브 잡스처럼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크록이 없었다면 맥도날드는 오늘날처럼 프랜차이즈의 대명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맥도날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키운 것은 크록이었다. 그는 1984년 사망할 때까지 미국 내 7500개의 매장을 거느렸고, 전 세계 31개국에 맥도날드를 진출시켰다.

영화는 리드미컬한 편집과 전형적인 드라마 스타일로 크록의 두 가지 면모를 모두 보여준다. 전반부에서 그는 매번 실패하는 처량한 세일즈맨이다. 맥도날드 식당의 혁신적인 면모를 간파한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프랜차이즈에 올인한다. 크록은 자신처럼 절박한 사람들을 찾아내 파트너로 삼고, 애국심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를 읽어 맥도날드 햄버거를 미국 대표 음식으로 마케팅한다.

하지만 후반부에 크록은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맥도날드 형제는 음식의 질을 강조해 값싼 재료로 바꾸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지만 당장 현금화가 필요한 크록은 비용 인하의 유혹을 견디지 못해 마찰을 빚는다. 결국 그들은 밀크셰이크용 파우더를 놓고 충돌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영화 '파운더'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지만 미처 잘 알지 못했던 한 브랜드의 뒷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오늘날 정크푸드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패스트푸드도 한때는 혁신적 발명으로 칭송받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 맥도날드 창업자 형제의 당초 구상은 최상의 식재료와 최고의 맛에 대한 고집이었다는 것, 똑같은 햄버거 식당도 마케팅 전략에 따라 프랜차이즈로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는 것, 결국에는 더 절실한 사람이 성공을 이룬다는 것, 성공에 눈이 멀면 사람은 누구라도 탐욕스러워져 절실했던 때의 자신을 배신할 수 있다는 것 등을 영화 '파운더'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의 감독은 존 리 행콕으로 그의 전작은 소설 '메리 포핀스'를 쓴 P L 트래버스와 월트 디즈니의 실제 만남을 소재로 한 감동적인 드라마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였다. '파운더'는 그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존 캐럴 린치와 닉 오퍼먼이 맥도날드 형제 역을 맡았고, 마이클 키턴이 레이 크록을 연기한다. 키턴은 '버드맨'에서 보여준 이중적인 이미지를 고스란히 가져와 전반부 안쓰러운 모습부터 후반부 거들먹거리는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키턴의 활약 덕분인지 영화 속에 맥도날드 햄버거가 계속 등장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오히려 맥도날드에 가는 게 꺼림칙해진다.

[양유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