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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회장의 얘기를 한국GM 정말 믿을수 있나

  • 장박원
  • 입력 : 2017.07.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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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배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회장/사진 제공=WEF
▲ 메리 배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회장/사진 제공=WEF
[글로벌 CEO열전-19] "메리 배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결국 한국GM을 포기할 것인가?"

국내 자동차 업계는 배라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 있다. 지난 GM은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올해 안에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에서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이 지역에서 GM의 생산라인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있는 공장은 수출 전용으로 돌리고 2015년 발표했다가 보류한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도 최소화했다. 배라 회장은 인도와 남아공 판매 중단을 천명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중장기 성장 전략과 수익성 향상을 위한 결정이다. GM은 글로벌 시장에서 적절한 곳을 집중 공략할 것이다. 글로벌 자원과 시장 전문성을 극대화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 영업이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 시장은 어디에 속할까. 이에 대해 배라 회장은 전 세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의견을 밝혔다. "글로벌 사업 부문을 개편하며 슬림화할 필요는 있었지만 한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에 대한 비즈니스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GM이 철수할 것이라는 괴담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최근 3년간 극심한 영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2조원대 누적 적자가 있는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 모두 비상등이 켜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사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배라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조직이 커져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과 높은 비용이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GM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고비용 구조로 유지되고 있는데 노사 분쟁으로 인건비가 증가하면 임계점에 이를 수도 있다. 당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철수설이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배라 회장의 성격과 최고경영자에 오른 이후 보여준 모습을 봐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GM은 지난해 2분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한 지 7년 만에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매출은 각각 29억달러와 424억달러에 달했다. 매출은 11%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배로 뛰었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약진한 결과다. 이런 기조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2008년 미국 산업계의 천덕꾸러기였던 GM의 회생에는 '구조조정의 여왕' 배라 회장이 있었다.

배라 회장은 1980년 GM에 입사해 연구소와 생산, 제품 개발, 인력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쳤다. 그의 부친도 40년 가까이 GM 생산라인에서 근무했으니 대를 이어 GM에 몸담고 있는 셈이다. 회사에 대한 애착이 클 수밖에 없었다. 2014년 GM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로 선출되기 전까지 배라 회장은 GM의 구조조정을 이끌었고, 글로벌 제품개발부를 맡아 경쟁력 있는 차종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GM 사령탑에 오른 직후 엄청난 시련이 배라 회장을 가로막았다. 취임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일부 차량의 점화장치 결함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무려 260만대를 리콜해야 했다. 사람이 희생됐는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난도 빗발쳤다. 차량 결함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벼랑 끝에 직면한 배라 회장은 정공법을 택했다. 점화장치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피해자 보상에도 적극 나섰다. 그 이후 불거진 수 십 번의 리콜 사태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 결과 GM에 대한 불신은 점차 사라졌고 소비자들도 GM 자동차를 다시 찾았다. 과연 여성 회장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으로 봤던 여론도 바뀌었다. 포천은 배라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2014년 최고 위기관리자'로 뽑았다.

그러나 배라 회장의 진면목은 신사업 추진과 구고조정에서 보인 저돌성에 있다. 전기차 볼트EV 개발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연구진에 배수진을 치도록 독려한 일화는 유명하다. 버릴 것은 버리고 가장 필요한 것에 집중하라는 배라 회장의 말에 결국 연구진은 예정했던 기간 안에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었다.

인도와 남아공 철수를 계기로 배라 회장은 GM 글로벌 사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판단과 실행력이 빠르기 때문에 한국GM도 안심할 수 없다. 배라 회장에게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는 언제나 정리 대상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켰고, 태국과 러시아, 인도네시아에서도 사업을 대폭 줄인 전례가 있다. 인도와 남아공에서 판매를 접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국GM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사가 힘을 합쳐 매출과 수익을 끌어올려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새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배라 회장은 중요한 시기마다 직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GM도 새겨들여야 할 말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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