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원하면 이곳으로, 교토 료칸 체험 리얼후기

  • maytoaugust
  • 입력 : 2017.08.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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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북부의 오하라산소우 료칸에서
▲ 교토 북부의 오하라산소우 료칸에서
[옆집부부의 수상한 여행-42]"오빠, 우리는 참 운이 좋은거 같아."

"갑자기 왜 그래?"

늦은 저녁 료칸에 체크인을 한 뒤 이렇게 말하니 신랑이 어리둥절하며 반문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 여행을 주제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모든 시대와 온 인류를 통틀어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에 속한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사람이 지주의 재산으로 취급되던 예전에는 당연히 거주이동의 자유도 제한되었고, 그 옛날 떠돌이 집시가 아니고서야 여행이라는 목적으로 이곳 저곳을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유럽에서 여행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도 철도망이 깔리기 시작한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이후의 일이라고 하니...

여행, 특히 해외여행은 원래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영화
▲ 여행, 특히 해외여행은 원래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의 정찬 디너 모습.
"응. 요즘에야 해외여행을 아무나 간다고들 하지만 여행이라는 행위가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서 대중화된 건 사실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니깐." 곧이어 신랑한테 물었다.

"여행이 대중화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 요소일까?"

"우선 교통망과 숙박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즐길거리나 여행명소도 널리 알려져야 할 것이고, 치안도 아주 중요한 문제일듯?"

차근차근 대답하는 모습이 귀엽네. 일본의 경우 산업화 전인 에도시대 때부터 이런 서민층의 여행이 발전했고 료칸문화도 이때부터 일찌감치 싹 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사와 불사에 대한 참배가 그 원동력이었다고 하는데 "료칸이 일본 전통여관이래~"하고 그냥 묵는 것보다는 이렇듯 그 옛날 일본인들의 여행은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면 료칸의 맛이 더 사는 느낌이랄까.

료칸 입구
▲ 료칸 입구
사실 일본식 전통여관인 '료칸'이라는 것도 이미 엄청나게 대중화되다 보니 1박에 10만원 대 이하부터 100만~200만원을 훌쩍 넘는 료칸들이 많아서 숙소를 고를 때 단순히 일본 전통 료칸 외관만 흉내낸 여관류(?)만은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아 끝내 찾아냈다. 교토 북부 지방의 가성비 좋은 료칸을.

방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 방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아무튼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다다미가 깨끗하게 깔려 있고 이불이 잘 개어져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 호텔침대에서만 자버릇하다가 이렇게 직접 깔아야 하는 이불이 있으니 뭔가 어릴 때 추억이 난달까.

거의 어딜가나 온천은 규칙처럼 여자 들어가는 곳은 빨간 천, 남자는 회색이나 파란 천이다.
▲ 거의 어딜가나 온천은 규칙처럼 여자 들어가는 곳은 빨간 천, 남자는 회색이나 파란 천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둘 다 이불 깔기와 이불 개기의 추억을 가진 반 아날로그 세대지."

"응 맞아 맞아."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눈 뜨자마자 온천으로 향했다. 산골마을의 료칸인데도 어디 한 군데 흐트러진 곳 없이 단정하고 깔끔한 게 여기가 일본이구나 싶다. 다만 남탕, 여탕 위치 입구를 반나절, 하루 단위로 뒤바꾸는 곳들이 많으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사실 어딜 가나 규칙처럼 여자가 들어가는 곳은 빨간 천, 남자는 회색이나 파란 천이니 구별하기 어렵진 않다.
온천 실내. 익숙한 목욕탕의 광경이 펼쳐진다.
▲ 온천 실내. 익숙한 목욕탕의 광경이 펼쳐진다.
"오빠, 온천 잘하고 1시간 뒤 여기서 만나."

약속을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목욕탕의 광경이 펼쳐진다. 다만 왜 목욕탕에 있는 플라스틱 바가지며 의자들이 없어서 그런지 왠지 깔끔하게 느껴졌다. 바닥의 조명이며, 구석구석 놓인 장식이며 아기자기하게 느낌을 다 살려 놓는 걸 보면서 그래 이런게 이 나라 특징인지 싶다. 고요한 아침에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몸이 축 늘어진다.
밖에 나오면 노천탕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 밖에 나오면 노천탕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그래 이런게 힐링이지. 그동안 너무 일만 하고 살았어...직장상사한테도 이런데 좀 오라고 하고 싶네. 과연 그 일 중독 부장이 이런 즐거움을 알까 싶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시 명상에 잠기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녹여냈다.
야외온천에서 잠시 명상에 잠기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녹여냈다.
▲ 야외온천에서 잠시 명상에 잠기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녹여냈다.
온천을 끝내고 아침 조식을 먹으러 1층 대합실에 내려오니 이미 사람들이 있었다. 보통 료칸은 당일 저녁과 다음날 아침 조식을 주는데 우리 부부는 밤늦게 도착하는 일정이라 오전 조식만 포함해서 15만 원 정도를 지불했다. 자리는 좌식이 있고 입식 테이블이 있는데 우리는 입식 테이블로 배정이 됐다. 신랑이 한마디 했다.

"서양 사람들은 좌식 테이블에 앉으면 좌불안석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의자에서만 생활해서 바닥에 앉으면 허리 아프다는 사람을 많이 봤어."

료칸 가격이 호텔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보통 온천보다는 식사때문이다.
▲ 료칸 가격이 호텔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보통 온천보다는 식사때문이다.
료칸 가격이 보통 호텔보다 훨씬 비싼 것은 온천보다는 이러한 식사에 있다. 수준 높고 정갈하게 나오는 일식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식사를 방으로 날라다 주는 것이 원래의 료칸인데 객실 위생문제와 가격 등을 이유로 요즘에는 이렇게 별도 식사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온천에서 몸담그고 혈액순환이 잘되어서인지 밥 두공기 먹는 신랑.
▲ 온천에서 몸담그고 혈액순환이 잘되어서인지 밥 두공기 먹는 신랑.
"여기는 특이하게 밥은 항상 자율 배식이네. 사람들이 밥을 많이 찾아서 그런가 봐."

"그러게. 온천에서 몸 담그고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그런지 밥맛이 좋네. 한 그릇 더 먹자."

만족스러운 자세. 갑자기 요상한 포즈를 취한다는 건 대개 기분이 좋을 때다.
▲ 만족스러운 자세. 갑자기 요상한 포즈를 취한다는 건 대개 기분이 좋을 때다.
이 날 관광을 위해 식사 후 바로 짐을 싸 길을 나섰다. 이렇게 료칸 맛보기로 참 좋았던 1박이 금방 지나갔다. 가격대도 교토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아주 좋은 편이었고 식사도 괜찮았다. 참 조용한 시골마을인 오하라, 그냥 정류장 길가도 이렇게 예쁘다. 가을에 단풍 들고 오면 얼마나 더 멋질까.

고즈넉한 거리의 모습.
▲ 고즈넉한 거리의 모습.
"근데 벌꿀아 왜 그렇게 료칸에 가보고 싶어한 거야? 이제 소원 풀었겠네?"

신랑이 묻길래 대답했다.

"응. 처음 료칸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이병헌과 김태희 사탕키스로 유명한 드라마 '아이리스'를 보면서였어. 두 사람의 여행지였던 일본 아키타현의 료칸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곳에서 온천목욕, 사케 한 잔 이런 것들이 작은 로망이었거든."

"헐, 그거 2009년인가 했던 거 아냐?"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좀 슬프네..."

드라마
▲ 드라마 '아이리스' 의 김태희와 이병헌의 모습. 방송된지 어느덧 8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다.

◆옆집부부의 간략 체험후기

이름: 유모토 온센 오하라산소우 료칸 (Yumoto Onsen Oharasansou)

장점: 조용하고 분위기 좋고 가성비가 좋음

단점: 교토역에서 버스 타고 1시간 넘게 걸림

주소: 17 Oharakusao-cho, Sakyo-ku, Ohara, Kyoto

[MayToAugust부부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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