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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기아차 3조소송의 운명은?

  • 김세형
  • 입력 : 2017.08.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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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기아차가 2만5000여 직원 1인당 1억1000만원씩을 지불해야 하느냐, 아니면 한 푼도 안 줘도 되느냐?

무려 6년을 끌어온 '임금소송전쟁'은 규모가 3조원으로 사상 최대여서 어느 쪽이 이겨도 파장이 예상된다. 노조가 이기면 1억 대박으로 월급쟁이 사회에 난리일 테고 회사가 이기면 어떤 무정한 판사가 그런 판결을 했냐며 신상 털기를 할지 모르겠다.

특히나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현대차그룹에 대한 판결이란 점에서 판사들도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리라.

소송은 보수정권시대인 2011년 시작됐지만 1심(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 권혁중 판사)은 문재인정부 시대에 결판나므로 시대 상황도 변했다. 지금 사회 분위기는 약자 편이다. 그런데 기아차 평균 임금은 9600만원으로 현대차의 9400만원보다 높아 절대 약자는 아니다.

기아자동차 사옥 /사진=매경DB
▲ 기아자동차 사옥 /사진=매경DB
소송 내용은 간단하다. 기아차 근로자들이 수당(연장, 야간, 휴일)을 받을 때 통상임금의 몇 %를 받는데 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 안 됐으므로 그것을 산입해 덜 받은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임금채권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2011년 10월 과거 3년치(2008~2010년)를 내놓으라고 1차 소송을 냈다. 당시 직원 2만7459명 명의로 6300억여 원을 청구했다. 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또 2014년에 3년치(2011~2013년)를 달라며 2차 소송을 냈다. 2차 때는 번거로우니 13명이 대표소송을 내서 4억8000만원을 달라고 했는데 승소할 경우 전 직원에게 똑같이 줘야 한다. 두 소송에서 기아차가 패하면 대략 3조1000억원을 내줘야 할 판이다.

왜 과거 장구한 시절 이런 문제가 없다가 통상임금 소송 사태로 비화된 계기는 뭘까. 거기엔 사연이 있다.

정기상여금의 출발은 1980년대 이후 성장 국면을 거치면서 뼈 빠지게 일한 대가로 회사가 복지의 개념에서 은전(恩錢)처럼 지급한 데서 비롯됐다. 애들 학자금 보내랴 보릿고개 넘으랴 어려운 형편에 쓰라고 계절마다 100%씩 연간 400%를 주는 게 관례였다. 일본 기업이 상여금 연 400%를 주는 걸 본뜬 듯한데 아직도 일본은 그대로이며 통상임금에도 넣지 않는다. 그러니까 기아차 같은 소송 자체가 일본에선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은 1990년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상여금이 600%, 700%를 넘고 1997년 환난 때 망한 단자, 종금사들의 경우 한창 돈놀이 잘할 때는 연 1400% 보너스를 주는 광경을 필자는 목격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 것이다. 이런 경향은 다분히 기업들이 연장근로 등의 계산공식에서 상여금을 빼려고 편법으로 임금구조를 기형으로 가져간 측면이 있고 근로자(노조) 입장에서도 알면서 묵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노조도 상여금을 더 타내는 걸 승리로 여겼다. 노사가 급여에 관한 한 서로 잘못인 줄 알면서 불륜(?)을 저지른 것이다. 그리하여 통상임금 기본질서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이를 바로 잡으려 1990년대 후반부터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넣어서 계산해야 한다는 소송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이런 소송이 더욱 늘어 법원이 기업에 경고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2년 3월 금아리무진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이 터졌다. 그 이전 대법원판결에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때 뒤집어 버린 것이다. 이 판결로 160개 이상 기업의 노조가 "떼어먹은 돈을 내놓으라"고 소송 홍수 사태가 벌어졌다. 기아차 1차 소송도 이때 나온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갑을오토텍)에서 기념비적인 원칙을 제시했다. 그것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게 맞다, 그러나 노사합의에 반하여 추가 수당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어긋난다는 판시를 했다. 신의칙이란 뜻은 민법 2조 1항의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라는 것이다. 대법원합의체는 신의칙 판단시 고려 요소로 1)기업이 상시로 초과근로를 시키고 2)상여금 비율이 높고(예 700%), 3)추가 지급 시 실제 임금 상승률이 교섭 당시 인상률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신의칙을 인정하는 근거로 1)임금 인상은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능력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2)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임금을 결정한 게 관행이었고 3)추가법정수당 요구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초래해선 안 되며 4)서로 신뢰와 상생을 해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일자리 터전 상실 위험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점을 들었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3가지를 보는데 여기서 고정성이란 보너스의 일할계산을 인정하느냐 여부다. 현대차는 2개월간 15일 미만을 일하면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으로 빠져나갔고 기아차는 이 규정이 없어 지금 3조원대 소송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법학자들에게 "고정성 논리가 괴변스럽지 않으냐"고 물으면 "대법원의 궁여지책이었을 것"이라고 답한다.

기아차 소송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노사 간 합의가 있었더라도 대법원은 금아리무진 판결 이후 효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이제 신의칙으로 판가름할 때다.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전원합의체 판결로 그 이후 발생한 소송은 신의칙 자체도 무효로 한다. 따라서 기아차가 시점상 면책받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 1차 소송은 대법원합의체 판결 이전이었고 2차 소송 역시 2013년 수당분까지만 해당되고 그해 12월 합의체 판결이 나왔으므로 기아차는 신의칙 적용에 무리가 없다. 보너스 지급률도 750%로 높았다.

기아차의 신의칙 적용 여부는 3가지 관점에서 체크포인트가 있다. 첫째, 노사 간 임금인상률을 합의할 때 3~4% 선에서 타결했고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소송에서 요구한대로 상여금을 넣고 통상임금을 산출한 다음 노조가 요구한 연장, 휴일, 야간수당을 계산하면 실질 임금상승률은 20%로 뛰어 오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임금상승률을 견딜 대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없다.

둘째, 추가 지급 시 경영상의 애로 여부다. 현재 기아차의 상황은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 등으로 분명 어렵다. 그리고 사드 문제는 올해 3월부터 한중 간 안보 문제로 부각돼 전례가 없는 리스크다. 기아차는 중국에 공장이 여럿 있고 판매 절벽을 맞아 앞이 안보인다. 이런 악재로 2017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7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나 줄었고 이 규모는 패소할 경우 지급할 3조원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1심 패소 시 2심에서 승소하면 될 터인데 엄살이 그리 많으냐고 할 수 있으나, 바로 충당금을 전액 쌓아야 하므로 대규모 적자 기업이 된다. 그렇게 되면 세계적 경쟁 차원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셋째, 경영상 애로의 후폭풍이다. 기아차 정도의 규모 회사는 국내외에서 차입을 많이 일으킨다. 그 기본은 신용등급이 출발점이다. 패소 시 2조원 이상 적자 발생 기업이 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며 채권발행 금리는 오르고 차환 발행에 문제가 생기면 유동성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돈이 안 돌아가는 회사로 전락하는 것이다.

또 하나 경영상의 애로를 판단하는 시점을 소송 제기 시점에서 볼 것인지 판결 시점에서 볼 것인지다. 학계의 견해도 분분하고 재판부도 로스쿨 측에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결론은 뻔하다. 핀란드 노키아나 필름업체 코닥에서 보듯 기업은 과거 아무리 세계 톱 수준이라도 새기술이 나타나 경쟁에서 패하면 하루아침에 망한다. 배상 능력도 없어진다. 따라서 사드 문제로 고전하는 현 상황이 비상사태인가를 점검하는 게 재판부의 책무일 것이다.

기아차가 패소한다면 엄청난 뉴스가 될 것이다. 1인당 1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받았다는 메가톤급 뉴스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퍼질 것이다. 그러면 해외에선 기아차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국내 많은 기업에서 "우리는 왜 소송을 안 하느냐"는 성화가 빗발칠 것이다.

통상임금소송으로 완전 망가져 버린 대기업도 있다. GM대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통상임금 문제로 노사분쟁이 발생하자 회사 측은 합의를 거쳐 연봉을 급격히 올려야 했고 그것이 엄청난 적자를 초래하고 말았다. 상여금 700%를 시급에 반영하니 9805원에서 1만6459원으로 68%나 뛰었다. 연봉이 8700만원으로 뛰면서 작년 적자가 6315억원에 달했고 최근 GM의 한국 철수설이 나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1차 판결을 앞두고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살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하겠다.

그런데 이소송이 100대0으로 어느 한쪽이 완승, 혹은 완패해야 하는가는 의문이 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안 넣은 게 잘못이라는 걸 서로가 알았기 때문에 100% 책임을 한쪽이 져야 하는 건 억울할 수 있다. 그래서 판결 전 화의를 재판부가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화의는 판결에 갈음하는 법적 효과가 있다.

소송이란 불확실성 때문에 확산된다. 갑을오토텍에 대한 대법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신의칙은 1차 전쟁의 결과물 같은 것이다. 그후로도 대법원합의체 판결을 뒤집는 판결이 줄줄이 나오는 형편이다. 일부 이념파 판사들은 재벌 대기업은 돈이 많으니까 노조에 돈을 지급하라, 공기업은 막대한 정부 예산을 끌어도 변제하라는 등의 이유로 신의칙을 부정하는 어이없는 판결을 내렸다. 현장에선 아직도 하급심의 원칙 없는 신의칙 적용으로 현장은 갈등과 혼란의 연속이다.

심지어 재정상의 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에 신의칙을 부정하는 판결도 속출했다. 금호타이어 삼성중공업 대유위니아 현대비앤지스틸 같은 기업들이다. 1심에서 신의칙을 부정했다가 2심에서 인정하는 등 걸핏하면 뒤집히는 판결도 문제다.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동원금속이 그런 사례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2015년 10월 19일 '통상임금소송 제2라운드'라는 명칭으로 시영운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심의 날짜도 못 잡고 있는 형편이다. 신의칙은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되 지난 3년간 임금채권은 행사하지 말아달라, 앞으로 원칙을 지키자는 선언이었다. 이 신의칙이 자꾸 뚫리고 있다. 대법원은 하루빨리 2차 전원합의체 소송을 통해 단단하고 하급심이 멋대로 판결하지 않도록 신의칙 재정비를 해야 한다. 혹은 신의칙 자체를 폐기하고 노사합의를 최우선하는 것도 좋은 법의 정신이라고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지적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15년 노사정 합의를 끝내면서 통상임금 관련 법제화를 국회에 권고한 사실이다. 법원의 판례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국회도 입법을 서둘러 불안정한 소송 사태를 마무리해줘야 한다.

[김세형 매일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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