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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와 택시운전사, 엇갈린 운명과 손익분기점

  • 최병철
  • 입력 : 2017.08.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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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영화 '택시운전사' 와 영화 '군함도' 포스터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73] 올여름 블록버스터급 한국 영화 두 편의 엇갈린 운명에 대해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8월 2일 개봉된 '택시운전사'는 8월 13일 기준 800만명 정도의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앞서 개봉한 '군함도'는 8월 13일 기준으로 약 646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일단, 관객 수로 보면 택시운전사가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군함도는 손익분기점을 걱정할 정도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군함도는 순수 제작비에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여 260억원 정도의 제작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익은 나지 않더라도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최소 800만명 정도의 관객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한다.

반대로, 택시운전사는 약 150억원을 제작비로 사용했고 따라서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최소 450만명 정도의 관객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한다.

현재까지의 흥행실적을 고려하면 택시운전사는 손익분기점 관객 수 450만명을 벌써 350만명이나 초과했다. 반대로 군함도는 손익분기점 관객 수 800만명을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영화를 찍는 데 들어가는 비용뿐만 아니라 호화 출연진과 배우들 동원 비용, 세트장 제작 비용, 유명 영화감독, TV 광고 등 비용들을 군함도가 더 많이 썼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된다. 개봉 오래 전부터 홍보도 많이 했고 감독과 출연진이 모두 국내 최고다. 문제는 손익이다. 일단, 어떠한 투자든 간에 투자금액을 뽑아야 한다. 적어도 손실이 나서는 안되는데, 그 손실과 이익의 기준점을 손익분기점(BEP·Break even point)이라고 부른다. 왜 택시운전사는 손익분기점이 450만명이고, 군함도는 800만명일까?

택시운전사 - 관객 1인당 이익 × 450만명 = 제작비 150억원

군함도 - 관객 1인당 이익 × 800만명 = 제작비 260억원

택시운전사와 군함도의 관객 1인당 이익에서 손익분기점 관객 수만큼 곱하면 제작비가 산출되어야 한다. 역산해보면 택시운전사나 군함도 모두 관객 1인당 3200~3300원 내외의 이익이 나는 것으로 보인다.

자, 그럼 만약 택시운전사가 1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게 되면, 제작비를 회수하고도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

3333원(관객 1인당 이익) × 1000만명(관객 수) - 150억원(제작비) = 약 318억원

약 318억원의 이익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손익분기점을 넘어가면 출연자나 감독 등에게 러닝개런티(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추가적으로 관객 1인당 보상을 더 해주는 옵션 같은 것)를 지급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면 남는 이익은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군함도가 700만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하고 그칠 경우 어떻게 될까?

3333원(관객 1인당 이익) × 700만명(관객 수) - 260억원(제작비) = 약 -27억원

이런 경우, 제작비와 마케팅비가 수익으로 다 회수가 되지 못하고 27억원 정도의 적자가 나게 된다. 즉, 영화투자의 수익성은, 관객 수도 중요하지만 투자금액이 얼마였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미국 드라마는 한 회 시청률이 조금만 떨어져도 시즌 전체가 제작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 투자는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수익을 창출하는 기간이 짧다. 제조기업이 제품 생산 공장에 한번 투자하면 짧게는 5년 길게는 수십 년을 쓸 수도 있지만, 콘텐츠는 짧은 시간 폭발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또 새로운 콘텐츠에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사실 미디어와 콘텐츠 사업이 이익을 내기 쉽지는 않다. 그리고, 어떤 콘텐츠는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군함도가 손익분기점을 걱정해야 할 영화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처럼 말이다. 미디어나 콘텐츠 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기업은 무수히 많은 투자의사결정을 한다. 사례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에 투자하는 CJ E&M 같은 회사뿐만 아니라, 설비투자나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떠한 투자를 하든 그 투자의 손익분기점과 예상되는 이익 또는 손실을 늘 예상하고 대비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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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 회계사 파인트리컨설팅 대표]

※최병철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며 회계감사,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였습니다. 현재는 기업 실무자, 증권사 직원, 법조인, 언론인,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에게 회계와 재무제표 실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저서로는 '지금 바로 재무제표에 눈을 떠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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