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대표이사가 소송 맞을 수도

  • 마석우
  • 입력 : 2017.08.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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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19] 기업(일반적으로 회사)은 법인격이 부여되어 그 경영자와는 별개의 제3자로 취급되는 게 원칙이다. 경영자가 법률행위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대표 자격에서 거래를 하는 한 그것은 경영자 개인이 아니라 회사의 행위로 본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법인(회사)의 행위를 자처하더라도 소규모 기업이 다수이고 법인의 재산적 기반이 약한 게 현실인 상황에서, 이러한 법원칙을 관철하다 보면 부당한 결과를 낳게 된다.

회사를 상대로 거래를 하긴 하지만 개인기업과 마찬가지로 법인을 운용하고 있는 점을 생각해 봐도 그렇다.

이러한 회사와 거래한 사람의 입장에서 회사가 파산하거나 회생에 빠진 경우, 회사에서 변제를 받을 수 없는 회사 채권자로서는 회사 경영자 개인을 상대로 한 채권 회수를 강구하게 마련이다. 물론 이런 사태에 대비하여 대표자 개인의 연대보증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조치를 취해놓지 않은 경우에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경우, 주로 고려되는 것이 소위 법인격 부인론과 상법상 임원(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규정이다.

법인격 부인론이란 회사의 법인격 배후에서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고자 하는 법리라고 할 수 있고,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는 임원들에게 개인 책임을 추구하고자 할 때 주장할 수 있는 법리라고 할 수 있다. 법인격 부인론은 판례가 인정한 법리이고, 이사(대표이사도 포함된다)의 제3자에 대한 책임 법리는 상법이 명문으로 인정한 법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회사에서 변제를 얻을 수 없는 채권자가 임원들의 개인 재산을 목적으로 채무이행을 구하는 소송 사례가 늘면서 이러한 법리에 대한 관심도 배증하고 있다.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인 이득과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회사만을 위해 거래했던 일인데, 그 일로 자신에게 막 바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히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다.

1. 법인격 부인론

법인격 부인론은 법인으로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법률관계에 있어서 해당 사안에 관한 한 형식상 존재하는 법인격을 부인한다는 것이다. 결국 회사 배후에서 회사를 지배하는 임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 마찬가지 이치로, 대기업이 다수의 자회사를 운영하며 전면에는 자사의 계열사가 독자적인 법인격으로 행동하고 있는 양 할 때 그 배후의 대기업에 책임을 묻고자 할 때 원용할 수도 있는 법리이기도 하다. 현실을 직시하여 자회사 배후의 모회사를 법적 실체로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법인격 부인론은 회사법상 법인 제도의 목적을 남용하여 회사의 법인격 배후에서 회사를 전적으로 지배하여 사실상 개인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운영할 때 이를 회사 법인격의 남용으로 보아 그 실체대로의 효과를 부여하자는 논리라고 볼 수 있다. 법인 명의로 거래를 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임원 개인이나 모회사의 일개 영업 부문에 불과한 경우로서 법인격이 그야말로 형해화되어 있을 때 적용된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법인에 별개의 법인격을 부여함으로써 모든 법률관계를 규율하도록 하고자 하는 회사법상의 근본적인 틀을 예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에 그 요건도 엄격하고 사실 인정에 있어서도 엄격하다.

2. 회사 임원(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상법은 이에 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바로 상법 제401조 제1항이다.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규정의 특색은 이사와 제3자 사이에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법적 책임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임원들은 회사에 대한 법적 의무는 있지만, 회사와 거래를 하고 회사와 법적 관계를 맺은 제3자(채권자)와는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맺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특함 때문에 이 책임의 성격을 계약상의 책임으로 볼지, 아니면 불법행위 책임으로 볼지 이론적으로 다툼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법 규정에 따라 그 요건을 갖추는 한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이 규정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사례를 살펴보면 좋겠다.

회사 재산을 횡령한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실공시를 하여 재무구조 악화 사실이 증권시장에 알려지지 아니함으로써 회사 발행주식 주가가 정상 주가보다 높게 형성되었고, 주식 매수인이 이를 모르고 주식을 취득하였다가 그 후 이러한 사실이 증권시장에 공표되어 주가가 하락한 경우이다. 대법원은 이때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구 상법 제401조 제1항(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12년 12월 13일 선고, 2010다77743,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주주가 이사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로 직접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이사에 대하여 상법 제401조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이사가 회사의 재산을 횡령하여 회사의 재산이 감소함으로써 회사가 손해를 입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손해와 같은 간접적인 손해는 상법 제401조 제1항에서 말하는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위 법조항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회사의 재산을 횡령한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실공시를 하여 재무구조의 악화 사실이 증권시장에 알려지지 아니함으로써 회사 발행주식의 주가가 정상 주가보다 높게 형성되고, 주식 매수인이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주식을 취득하였다가 그 후 그 사실이 증권시장에 공표되어 주가가 하락한 경우에는, 주주는 이사의 부실공시로 인하여 정상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였다가 주가가 하락함으로써 직접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이사에 대하여 상법 제401조 제1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회사와 거래하여 그것이 계약상의 채권이든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이든 회사에 대해 채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회사가 도산하여 회사를 상대로 한 권리 구제가 요원해졌을 때 그 대표이사를 상대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법리에 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것도 마땅치 않으면 법인격 부인론에 근거하여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소송은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상처가 남게 마련이다. 아무리 회사의 업무만을 목적으로 회사의 이름으로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경영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의 칼날이 겨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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