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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세컨드 카'에도 전기차 보조금 줘야 하나

  • 부장원
  • 입력 : 2017.08.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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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 테슬라 '모델S 90D' /사진=매경DB
[경제정책 뒤집어보기-121]
- 보조금 차등 지급 개편 불구 고가 수입차 지원 유지
- 소득 '역진성' 논란에 관련 예산도 '눈덩이'


한국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 제도가 6년 만에 바뀐다.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일괄적으로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던 것을 내년부터는 주행 거리나 전비(㎾/㎞) 등을 따져 차등 지급한다. 예산 낭비를 막고 전기차 업계의 기술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고가의 수입 전기차 모델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유지하기로 하면서 적잖은 논란을 낳고 있다. 많게는 1억원을 호가하는 '부잣집 세컨드카'에 대해서도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16일 정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기차에 대한 구매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2018년도 전기차 보급 지침'을 이달 말께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과 배터리 용량 등에 따라 보조금 액수가 달라지는 것으로, 2013년 전기차 민간 보조금 지원을 시행한 지 6년 만의 변화다.

지금까지 정부 보조금은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만 통과하면 일괄 지급됐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전기차 1회 충전 후 주행 거리를 겨울철과 여름철 변화에 따른 기준 등을 적용해 산정한다. 또 무작정 배터리 용량만 키워 차체 무게에 따른 전비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차 역시 보조금 전액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이는 최근 국내외 다양한 신형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무분별한 예산 남용을 막고 전기차 도입의 친환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란 것이 정부 설명이다. 별다른 신기술 없이 같은 모델로 매년 보조금 혜택을 누려 온 일부 제작사도 경쟁 대열에 뛰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보조금 제도를 개선할 계획으로 세부 내용을 구체화해 이르면 이달 최종안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점은 1억원이 넘는 고가 자동차에도 여전히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17일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기존 '10시간 이내 충전 완료 여부'에서 '충전속도' 기준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모든 국내외 전기차종은 내년부터 기본적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테슬라 모델S가 대표적이다. 모델S의 기본가격은 1억1570만원이며 풀옵션은 1억3000만원이 넘는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 1400만원에 지방자치단체 별로 보조금 300만∼1200만원을 준다. 1억원을 웃도는 차를 살 정도의 경제력을 보유한 사람에게 1700만∼2600만원 보조금을 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초 환경부는 '10시간 규정' 폐지를 논의하면서 그 대안으로 구매가격에 따라 정부 보조금 액수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목적은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낮춰 전기차 보급을 늘리려는 데 있다. 실제 전기차 보급은 구매 보조금이 확대된 2015년부터 급증했다.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전기차를 보급하는 주무 부처 입장에서 가격을 제한하는 건 보급 확대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환경부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행 보조금 지원체계는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의 소득이나 차량 보유 대수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지급하고 있어 '소득 역진적'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또 전기차 가격이 통상의 내연 자동차보다 비싼 점도 문제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는 가격대가 높은 전기차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 중 3500만원 이하의 중저가 전기차는 81대 팔리는 데 그친 반면 그 2배 가까운 가격인 BMW 전기차는 369대 판매됐다.

보조금 관련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전기차 대책에서 올해 보조금 지원 대상을 3만대로 잡았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1만4000대로 목표치를 낮췄다. 그런데도 보조금 규모는 2015년 440억원에서 올해 1940억원으로 2년 새 4.4배로 늘었다. 2020년에는 6만4000대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보조금 규모를 대당 1000만원으로만 잡아도 총 예산이 6400억원으로 뛴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좀 더 효과적인 전기 자동차 보급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의 소득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한 세부 보완책을 주문했다. 무주택자·생애최초·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부동산 대출 상품처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준영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관은 "기존 보급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기차 운행과 관련된 정보획득 및 분석을 위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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