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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선진 사례를 통해 유상증자 영향 분석해보니

  • 최병철
  • 입력 : 2017.09.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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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77]지난주 코스피 상장회사 '선진'과 '에이블씨엔씨'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선진은 이틀 만에 주가가 2만1100원에서 1만6500원으로, 에이블씨엔씨는 2만250원에서 3일 만에 1만6350원으로 하락했다. 비교해보면 두 기업 각각 이틀 또는 3일간 20~22% 정도 하락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유상증자란, 회사가 자금을 조달할 때 원금과 이자를 갚기로 하고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주주 또는 새로운 외부투자자에게 주식을 발행해 주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되고(물론 배당을 지급해야 될 수는 있다), 원금을 상환할 의무도 없으니 사용하기가 편한 자금이다. 따라서 주주가 투자해준 돈을 우리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왜 회사 입장에서는 원금과 이자 부담이 없는 유상증자(기존 주주 또는 새로운 투자자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가 주식시장에서는 악재로 받아들여져 단기적으론 주가 하락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희석효과다. 예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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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네이버금융이 보여주는 선진의 재무정보다. 회사의 최종 성과인 당기순이익 327억원은 회사에 투자한 '주주의 몫'이 된다. 이 당기순이익을 선진이라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 수로 나눈 것이 한 주당 얼마의 이익을 돌려줬는지를 볼 수 있는 '주당순이익(EPS)'이다. 위의 표에서는 2016년 선진의 총 당기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한 주당 순이익은 1937원이며, 2017년 예상되는 순이익 520억원을 주식 수로 나누면 2905원이다. 즉, 선진이라는 회사에 투자한 주주는 주식 1주당 작년에는 1937원을, 2017년에는 2905원의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줄 것이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선진은 약 1128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750만주의 주식을 새로 발행하겠다고 했다. 선진의 현재 주식 수는 약 1628만주 된다. 2017년에 52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게 된다면, 1628만주가 그 이익을 나누어 가지면 되는데, 새로 750만주의 주식을 더 발행하게 되면 동일한 520억원의 순이익을 2378만주(1628만주+750만주)가 나누어 가져야 한다.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동일한 이익을 나누면 한 주당 받아가는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우리는 '희석효과'라고 부른다.

단기적으로, 유상증자는 주가 하락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일단,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추가로 회사에 자금을 납입해야 되니 자금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자금 납입을 하지 않으면(실권) 주식 수는 그대로 있되, 지분율이 낮아지고 본인이 갖게 되는 주당이익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상증자는 회사가 자금조달 능력이 좋지 않다거나 또는 리스크가 높은 투자를 하려고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신호효과(signal effect)가 존재한다고 학계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유상증자를 바라봐야 한다. 첫째, 유상증자 등 주가를 하락시킬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은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일단, 아무리 그 기업이 좋아 보인다 하더라도 유상증자 등 사건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말 좋은 기업이 유상증자를 해서 주가가 하락했다면 매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첫 번째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해보자. 위의 표에서 선진의 2016년 당좌비율은 43% 정도다. 2015년 86%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당좌비율은 재고를 제외한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또는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1년 내로(또는 정상영업주기 내로) 상환해야 할 급한 부채인 유동부채를 몇 %나 갚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산술적으로 선진의 2016년 당좌비율이 43%라는 말의 의미는 1년 내로 원금을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를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재고 제외)으로 43%만 상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전년도 86%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간단한 지표를 보고 궁금한 것이 생겼는가? 지속적으로 흑자가 나고 있는 선진은 왜 당좌비율이 급하게 줄어들었을까 라는 궁금증을 가져야 하며, 그 이유는 재무제표에서 찾을 수 있다. 지면 관계상 약식재무제표만을 보며 간단히 파악해 보자. 아래 표를 보면 5기(2015년)에 비해 6기(2016년)에 선진의 현금성 자산이 629억원에서 130억원으로 4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그리고 1년 내로 상환의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유동부채는 2364억원에서 2552억원으로 188억원 정도 증가했다. 현재 보유한 현금 130억원과 그외 유동성 자산들을 다 합쳐서도 1862억원인데, 이것으론 유동부채 2552억원에 못 미친다. 그렇다면 왜 흑자가 났음에도 선진이라는 회사의 현금이 감소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그 이유는 현금흐름표라는 재무제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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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와 같이 선진은 2016년에 영업활동을 통해 약 498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투자활동으로 약 1070억원을 지출함으로써 벌어들인 돈보다 투자를 더 많이 하게 된다. 그 투자금 1070억원 중 가장 많은 금액은, 아래처럼 종속기업투자지분취득(약 888억원)에, 그리고 장기대여금(약 588억원)에 쓴 것이다. 아마도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또는 기존 자회사에 자금을 더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대여금이 늘어난 것도, 만기가 길게 특정 기업에 돈을 빌려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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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니, 회사는 이익이 나더라도 현금이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이 추세는 2017년 반기까지 지속된다. 흑자는 나지만 지속적으로 큰 투자를 하고 있어 돈이 많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투자에 돈을 많이 쓰다 보니 단기간 갚아야 할 유동부채보다 현금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먼저, 회사가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쓰고 있고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 등과 급하게 갚아야 할 부채를 비교해보면 돈이 여유가 많은 기업인지, 급하게 돈을 조달해야 할 기업인지를 알 수 있다. 선진은 후자였던 것으로 재무제표상 판단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목적에 대한 질문을 해보자. 회사는 주주들에게 마련한 돈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증권신고서-자금의 사용목적'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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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회사는 조달한 약 1128억원 중 251억원은 급하게 갚아야 할 부채를 갚고, 설비투자에 745억원을 사용하며, 133억원은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공시한다. 더 자세하게는 육가공공장에 645억원, 인도사료공장에 100억원을 쓰겠다고 공시를 했다. 그리고 그 밑에 회사는 이 투자가 향후 기업 실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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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주주에게 투자받아 마련한 자금은 육가공공장에 645억원을 투자해 2021년엔 약 18억원, 2022년엔 26억원, 2023년엔 29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미래 이익 창출에 사용될 것이라는 뜻이며, 인도사료공장은 2021년까지는 영업적자이나 2022년에 6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회사가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 이제 판단은 투자자와 정보이용자의 몫이다. 주식 수가 750만주가 늘어나 회사의 이익을 주식 1주가 나눠 먹는 것은 당장으로선 감소하게 된다.

그렇다면 유상증자로 조달한 돈으로 주식 1주당 나눠 먹는 이익이 커져야 할 것이다. 251억원의 부채를 갚은 것은 갚은 부채 금액만큼은 이자를 안 내도 되니 이익이 조금은 커질 것이다.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이익을 증가시킬 것이라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회사의 육가공공장과 인도사료공장 투자에 사용된 금액에서 창출될 미래의 이익이다.

만약, 선진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한 공장 등이 실제로 2021년부터 영업흑자를 내고 매년 그 흑자 규모가 성장할 수 있다면 주주에게 조달한 자금은 단순히 한 주당 나눠 먹는 이익을 희석시키는 부정적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주당 이익을 증가시켜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화장품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앤씨도 약 1500억원의 자금을 주주에게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아래와 같이 자금 사용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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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까지 점포 리뉴얼과 신규 점포 투자에 1009억원을 사용하고 연구개발(R&D)과 마케팅으로 2년간 78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그외 부동산 매입 등으로 500억원을 더 투자할 계획이라는 통 큰 투자계획을 제시했다. 그 필요한 자금 중 1500억원을 주주들에게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그 투자의 상세한 미래 재무적 성과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회사가 급하게 자금조달이 필요한지, 아니면 자금이 넉넉한지에 대해서는 투자자 스스로 재무제표를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또한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면 그 조달 방법이 어떠한지, 얼마를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조달한 자금을 사용해 어떠한 경영 성과의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해서도 투자자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특정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주주라면 회사가 실제 조달한 자금을 계획에 밝힌 대로 미래 성과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재무제표와 실적을 통해 파악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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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 회계사 파인트리컨설팅 대표]

※최병철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며 회계감사,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였습니다. 현재는 기업 실무자, 증권사 직원, 법조인, 언론인,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에게 회계와 재무제표 실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저서로는 '지금 바로 재무제표에 눈을 떠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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