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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나?

  • 최승모
  • 입력 : 2017.11.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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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모박사의 만화로 배우는 경제-11] 비교적 최근에야 등장한 가상통화(virtual currency)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해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상통화도 돈으로 보아야 할까요? 장래에 가상통화가 널리 쓰인다고 가정할 때, 어떠한 점이 정책적 도전으로 등장할까요? 그러한 도전에 대응하여 가상통화를 감시하거나 규제하기로 한다면, 현실에서 부딪힐 난관은 무엇일까요? 몇몇 문헌(특히 IMF 2016)을 참고해서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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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통화(digital currency)는 지폐나 동전 등 물리적인 형태가 아니라 디지털로 존재하는 통화로, 법정(法定) 통화의 성격을 지닌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됩니다. 전자(법정 통화)의 사례로 인터넷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 등에서 쓰이는 통화를 들 수 있습니다. 후자(법정 통화가 아닌 것)를 특히 가상통화라고 부르는데, 그 사례가 비트코인(bitcoin)입니다. 가상통화는 민간 개발자가 발행한 것이므로, 그 나라의 법정 통화를 중앙집권적으로 관리하는 중앙은행과 같은 주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상통화는 다시 다른 통화나 금으로 교환이 일반적으로 불가능한(non-convertible) 통화-예컨대 게임 등에 사용되는 가상의 돈-와 교환이 가능한(convertible) 통화로 구분됩니다. 교환이 가능한 통화 중에서도 암호화(cryptography) 기술을 사용하여 거래를 인증하는 통화를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 암호화 통화)라고 합니다. 비트코인도 이에 속합니다.

"인터넷이 정부의 역할을 감소시키는 주요한 동력이 되리라고 봅니다. 아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앞으로 개발될 것은, 신뢰에 기반을 둔 전자 통화입니다. A와 B는 서로 누구인지 모르지만, A가 B에게 송금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중략) 물론 그것은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가령 폭력 조직은 전자화폐를 이용해 불법 거래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일찍이 가상통화의 등장을 예언한 듯한, 밀턴 프리드먼(1912~2006, 1976년 노벨상 수상)의 1999년 인터뷰.

1. 가상통화(가령 비트코인)가 통화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동전이나 지폐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가가 그것에 가치를 부여한 것을 우리가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우리가 쓰는 통화를 금이나 다른 나라의 통화로 교환할 수 있도록 국가가 시스템을 유지해주리라고 믿고 경제 활동을 합니다. 그러나 가상통화의 가치는 국가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다른 사람도 이것에 가치를 두고 사용하리라는 예상에만 근거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이유로든 이러한 예상이 무너진다면, 가상통화가 그 가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만에 하나 가상통화의 거래 시스템 등에 보안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누가 복구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보상하는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법정 통화에 대하여 그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수습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가상통화의 이러한 한계는, 그것이 법정 통화를 완전하게 대체하지는 못하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통화는 동시에 낮은 거래 비용, 빠른 처리 시간 등의 장점도 있다고들 합니다. 흔히 통화의 기능을 다음의 세 가지로 이야기하는데, 가상통화가 이들을 모두 수행할 수만 있다면, 비록 법정 통화는 아닐지언정 (사실상) 통화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1) 가치의 저장(store of value) 기능: 우리는 일정한 양의 통화로 그만한 가치의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통화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통화를 보유한다는 것은 일정한 양의 가치를 저장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2)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 기능: 통화는 교환을 쉽게 해줍니다. 이것은 통화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옷, 쌀, 집을 만드는 사람들이 각각 있을 때, 옷 만드는 사람은 쌀이 필요하지만, 쌀을 생산하는 사람은 옷이 아니라 집이 필요할 수도 있어, 자신이 생산한 것을 필요한 것과 교환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옷, 쌀 등을 직접 들고 가서 교환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통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3) 가치 혹은 회계의 단위(unit of account) 기능: 통화는 가치를 재는 잣대가 됩니다. 우리는 옷, 쌀, 집의 가치는 물론, 회사의 가치, 국가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 등을 통화로 표시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가상통화는 어떨까요? 첫째, '가치의 저장' 기능은, 가상통화의 가치가 변동성이 비교적 크다고 할 수 있어, 아직 완전하게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교환의 매개' 기능도, 가상통화를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은 지금, 아직 제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회계의 단위' 기능도, 물건 등의 가치를 가상통화의 단위로 표현했다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가상통화는 현재로서는 통화의 기능을 수행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하리라는 법은 없으므로 좀 더 지켜볼 문제이기는 합니다.

"비트코인은 매우 혁명적인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사용하는 암호 기법은 복잡하다. 그래서 젊고 활동적인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자산의 근본 성격이 아니라 그런 관심이 비트코인 시장을 이끄는 것이다. (중략) 아마도 아직 이 거품을 타고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른 통화, 또 다른 신제품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위험하다."

로버트 실러(1946~, 2013년 노벨상 수상)의 2017년 인터뷰.

2. 앞으로 가상통화가 널리 사용된다면, 어떤 점이 정책적인 도전이 될까? 비록 가상통화가 지금은 통화의 기능을 완전하게 수행하지는 못하지만, 그 인기는 점차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만일 훗날 가상통화가 널리 사용된다면,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정책적인 도전이 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1) 금융 청렴성(integrity)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고, 조세 회피에 악용될 수 있음: 가상통화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크립토커런시는 누가 거래에 연루되었는지 실제 아이덴티티를 알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크립토커런시가 검은돈 거래에 사용된다면, 그 추적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같은 이유로, 국가는 크립토커런시를 이용한 거래나 크립토커런시로 보유한 재산에 대해 투명하게 과세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2) 국가의 소비자 보호(consumer protection) 기능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음: 국가는 법 시스템이 정하는 바에 따라 소비자와 판매자,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관계에 개입합니다. 가령 제품 불량시 생산자에게 그 책임을 묻거나, 사기, 부실 표시,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을 줄여,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크립토커런시는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거래 기록을 보기 어렵게 하여, 국가가 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방해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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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가 안정이나 금융 안정 등을 위한 정책이 어려워질 수 있음: 가상통화는 그 공급량이 어떤 규칙에 따라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비트코인은 채굴이라는 과정을 통해 정해진 속도로 그 공급량이 늘어나며, 어느 시점이 되면 공급량이 더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국가가 법정 통화의 공급량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가상통화의 가치가 국가가 공급량을 변경시킬 수 있는 법정 통화보다 더 안정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주장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통화의 공급량이 적당한 속도로 증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드시 좋은 점은 아니라는 것을 역사는 말해줍니다. 가령 과거에 금본위 제도를 채택하였을 때, 원칙적으로 통화는 국가가 보유한 금의 가치만큼만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제는 성장하여 생산량은 늘어나지만, 경제 안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물건의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이렇게 물가가 하락하면 투자를 저해해 앞으로의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은 적당한 양(+)의 수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결국, 가상통화가 널리 쓰인다면, 가상통화의 설계에 따라서는 구조적인 물가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앙은행은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때, 이른바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가령 어떤 은행이 부도 직전의 상황이고, 그 은행에 긴급 자금을 수혈할 정책적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중앙은행은 (쉽게 이야기해서) 돈을 찍어서 그 은행에 빌려주어 급한 불을 끄게끔 도울 수 있습니다. 만약, 가상통화의 공급량이 어떤 규칙에 의해 정해져 있다면, 이러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금융 안정 정책을 수행하기 어렵게 됩니다.

(4) 자본 유출입 관리 정책을 운용할 때, 그 우회에 악용될 수 있음: 국가는 자기 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에 돈이 오가는 것을 어느 정도 관리할 때가 있습니다. 가령 금융 위기 상황에 놓인 나라에서 금융 투자자들은 그 나라에 있는 금융 자산을 팔아 다른 나라 통화로 바꾸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 나라의 통화 가치를 더욱 하락시켜 금융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다른 나라 통화로의 환전을 제한하는 등 돈을 다른 나라로 가지고 가기 어렵게 하는 정책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면서도 추적이 어려운 가상통화를 사용한다면, 이러한 자본 유출입의 관리를 우회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결국, 국가는 자본 유출입 관리 정책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규제 기관들은 가상통화의 도전에 다양한 접근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현 법규가 가상통화에도 적용되는지 분명하게 밝혔다. 어떤 나라에서는 가상통화의 위험에 대해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가상통화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일정한 자격을 갖추게 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금융 기관이 가상통화를 다루는 것을 금지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가상통화를 불법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들이 앞으로 심화할 것이 요구된다." IMF(2016)

3. 가상통화를 규제하거나 감시하려고 한다면, 어떠한 숙제를 먼저 해야 할까? 적지 않은 수의 국가는 가상통화가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단, 가상통화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과 그것에 통화로서 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만약 가상통화를 인정한다면, 가상통화의 보유 및 거래를 규제하거나 감시할 필요도 생길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가상통화가 앞으로 정책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가상통화는 경제 정책이 지금까지 다뤄보지 않은 새로운 것이라, 그 규제나 감시와 관련된 정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까다로운 점이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중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상통화를 정의해야 합니다. 가상통화가 훗날 통화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법정 통화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어떤 종류의 금융 상품으로 보아야 자연스러울 듯한데, 정확하게 무엇으로 보아야 할까요? 금융상품은 종류에 따라 그 보유나 거래에 서로 다른 규제를 받으므로,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어떠한 금융 상품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크립토커런시는, 앞서 논의한 것과 마찬가지로, 거래하는 사람들의 아이덴티티를 알기 어려워, 그 감시나 규제가 어려우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국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정해야 합니다.

셋째, 법정 통화가 (대개) 그 나라 안에서만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가상통화는 국경을 초월하여 사용되므로, 서로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들의 거래를 어느 나라가 담당할지 국제적인 합의를 끌어내야 합니다.

참고문헌

IMF (2016), "Virtual Currencies and Beyond: Initial Considerations," Staff Discussion Note, 16/03.

[최승모 박사]

*최승모 박사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나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워싱턴주립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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