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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회사의 비밀 -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 이재용
  • 입력 : 2017.11.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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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86] 역사를 돌이켜보면 모든 국가에는 흥망성쇠가 있었다. 아무리 강대한 국가일지라도 때가 되면 무너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역사를 피해갈 순 없다. 우리에게는 주로 잘나가는 회사가 눈에 보이지만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무너지고 있는 회사가 존재한다. 그런 회사들은 저마다의 전성기가 있었다. 잘나가고 있었고 그 기세가 지속될 것 같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뉴스에 나오고 급격하게 기울어진다.

사실 어느 날 갑자기 큰일이 터져서 망하는 회사는 별로 없다. 대개 여러 영역에서의 실패로 인해 서서히 무너지며, '끓는 물 속의 개구리(boiling frog)'처럼 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모르고 어느 순간 익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왜 망하는지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영업을 못해서? 경영진이 무능해서? 기술과 유행이 바뀌어서? 다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근본적인 대답은 '돈이 없어서'이다. 돈이 있으면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 그 회사들은 왜 돈이 없어졌을까? 이유를 꼽아보자면 수없이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오늘은 그 사례 중 가장 단순한 아래 세 가지 유형에 대해 회계적인 관점에서의 이유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1. 경쟁 심화에 따라 매출액이 감소하고, 판매단가가 하락해 판매 마진이 줄어든다.

2. 물건을 팔긴 팔았는데 돈이 잘 안 들어온다.

3. 물건을 많이 만들었는데 잘 안 팔린다.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면 당연하게도 회사에는 돈이 없어진다. 하지만 그것이 1~2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급격히 나타나기보다는 대개 서서히 안 좋은 효과가 누적되어 영향을 미친다. 만약에 여러분이 회계정보를 통해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는 징후를 이해하게 된다면 끓는 물속 개구리의 온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사례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1. 경쟁 심화에 따라 매출액이 감소하고, 판매단가가 하락해 판매 마진이 줄어든다.

이는 재무제표, 특히 손익계산서를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는 항목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런 숫자들이 대개 우리의 성과급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유형은 세상 사람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있는 회사는 급격하게 쓰러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물건을 팔긴 팔았는데 돈이 잘 안 들어온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 현금을 주거나 신용카드를 긁어서 구매하지만,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에서 기본은 외상거래이다. 외상이라는 것은 언제나 못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 외상대금을 받는 것이 기업에서는 매출 수십 건을 달성하는 것보다 중요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하나의 옷을 80원에 사서 100원에 판매하는 도매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일 하나의 매장(매출처)이 문을 닫아서 옷 10벌의 외상값을 받지 못했다면 그 손해는 얼마일까?

손해금의 합계가 1000원이므로, 이 사건으로 인해 옷 50벌(개당 마진 200원×50벌=1000원)을 판매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외상으로 물건을 팔고 나중에 받아야 할 돈의 금액에 대해 회계에서는 '매출채권'이라는 이름으로 표시한다. 이는 재무상태표의 '자산'항목이다.

일반적으로 자산이라 함은 그 회사의 재산이라는 말과 유사한데, 한 기업이 매출채권을 1억원이라고 표시했다면 그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는 사람들은 이 회사가 물건을 판 값으로 1억원을 받을 확률이 '거의 확실'하다고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에 아래 표처럼 연간 매출액이 12억원 수준인 회사가 매출은 일정한데 매출채권 규모가 점차 증가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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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물건을 팔면 1개월 후에 돈이 들어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2개월, 3개월로 회수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즉 고객(매출처)의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이다. 돈이 있으면 분명 바로 줄 것인데…. 회수 기간이 길어진다면 결국엔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매출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을 회계에서는 '대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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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예시한 주석에서 보는 바와 같이, 회사는 매출채권 중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표시하고 매출채권의 총액에서 차감한다. 즉 매출액은 별 차이가 없는데 매출채권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대손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회사는 이러한 가능성을 '추정'하여 대손충당금을 설정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받을 수 없을 줄 알았지만 못 받는다거나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거래처에서 대손이 발생하기도 한다.

3. 물건을 많이 만들었는데 잘 안 팔린다.

이것도 기업 입장에서 2번 문제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판매를 위해 예상되는 만큼의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를 시작한다. 회계에서는 이를 재고자산이라고 하는데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유행이나 기술이 바뀌거나, 품질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부족할 때, 혹은 타사 대비 가격경쟁력이 부족할 때 등의 상황에서 재고자산은 팔리지 않고 쌓이기 시작한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 신제품을 계속 생산해야 하는데 재고가 쌓인다면 회사는 가지고 있는 재고자산을 어떻게든 판매를 통해 처분하고자 한다. 다만 잘 안 팔리는 재고자산은 크게 할인을 해야 팔리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생산원가보다 더 싸게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이전 연재분 [직장인들이여회계하라-74]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보유한 재고자산이 원가보다 저가로 팔릴 것으로 예상되면, 재고자산을 그 금액으로 차감해 표시해야 한다. (아래 예시 주석의 평가충당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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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감금액은 과거 사례를 토대로 하는 '추정'인데, 사실 이 추정은 매출채권에 대한 추정보다 더 어려울 때도 많다. 매출채권은 각 거래처들의 지급능력에 대한 분석으로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는데, 재고자산은 과연 내년에 얼마에 팔 수 있을 지, 아니면 내년에도 안 팔려서 후년이 되면 얼마에 팔 수 있을지 등의 복잡한 추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패션업 등의 업종은 재고자산에 대한 추정의 결과가 기업의 영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요해진다. 재고가 잘 안 팔리는 회사는 재고자산의 금액이 점차 커지며, 평가충당금의 비율 역시 점차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가끔 회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회계를 이렇게 폄하할 때도 있다. '회계 그거 그냥 증빙이나 받아서 정리하는 거 아니냐 뭐가 어렵냐?' 그러나 회계가 그렇게 단순한 학문은 아니다. 회계가 어려워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추정인데 위와 같이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이라고 하는 회사의 핵심적인 자산에도 추정이 필요하다. 주어진 상황과 정보에 따라 편의(bias) 없이 최선의 추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회계기준에서는 이러한 추정을 위한 원칙을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보수적인 추정은 기업의 실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므로 추정 과정에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어 회계오류가 발생한 사례가 많다.

정리하자면, 어떤 회사에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면 그 기업에 특별한 이슈가 없는지 적극적으로 발견해야 한다. 재무제표는 보는 사람이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봐야 숨겨진 정보를 제공한다.

이재용 삼정회계법인 회계사
▲ 이재용 삼정회계법인 회계사
[이재용 삼정회계법인 회계사]

이재용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및 외부 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계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회계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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