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엘프남 빼닮은 '더 뉴 XC60'

  • 강영운
  • 입력 : 2017.12.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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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시승기-35] '엘프'의 전설이 태동한 북유럽에는 훈남·훈녀가 많다. 대개 신화 속 인물들은 사람들이 갖지 못한 우월한 것에 대한 선망이 작용한 경우가 많은데, 북유럽에는 그냥 저잣거리 필부필부를 모델로 신화를 만들었다는 느낌이랄까. 북유럽을 방문한 한국 사람들이 하나같이 "한국에서 훈남으로 통하던 내가 한순간에 오징어가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도 다 그런 데 있을 것이다. 183㎝(남성 기준)의 큰 키, 작은 머리, 긴 다리, 윤기 나는 금발, 파란 눈. 거기에 하얀 치아까지. 지난여름 여자친구와 함께 스톡홀름으로 여행 갔다가 그녀의 눈동자가 엘프남들을 향해 무한 회전하는 것에 크게 상처받은 기억이 떠오른다. 이미 5개월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이성과 스웨덴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안구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강력 코팅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 서로를 위한 일이다).

어서와 스웨덴은 처음이지
▲ 어서와 스웨덴은 처음이지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북유럽 남성을 그대로 빼닮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XC60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여자친구가 스웨디시 훈남에게 마음을 설레었던 것처럼, 한국 고객들도 스웨덴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녀석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 9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1800대가 팔렸고, 현재는 차량을 인도받기 위해서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단다. 녀석이 정말 스웨디시 훈차(車)의 자격이 있을지 서울 종로구에서 경기도 양평군까지 왕복 120㎞ 구간을 달려봤다.

더뉴 XC60.
▲ 더뉴 XC60.
목차

1)외관 : 토르의 망치? 토르의 곡괭이

2)내부 디자인 :북유럽 하우스

3)주행 성능 :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4)편의·안전사양 :탄탄한 북유럽 사회복지망

5)정숙성 : 스웨덴 소극장

1)외관 ★★★☆

럭셔리카처럼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훈훈함만은 확실하다. 최신 볼보는 비율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사람의 얼굴에 해당하는 전면부를 크게 강조하는 대신 뒤꼬리를 길게 늘렸다. 얼굴은 작고, 다리는 긴 스웨덴 훈남의 모습 그대로다(다시 아픈 과거가 떠오른다). 늘씬한 비율 탓인지 차체는 실제 크기보다 더 커보였다. 큰 차량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의 구매욕을 부를 수 있는 부분이다. 수치로 살펴보면 더 뉴 XC60는 1세대와 비교해 전장은 45㎜, 전폭은 10㎜ 늘어났고 전고는 55㎜ 낮아졌다.

토르의 망치가 삽입됐다고 알려진 'T'자형 헤드램프를 살펴보자. 뉴 XC60가 늘씬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망치까지 강제 다이어트를 당했다. 망치라기보다는 토르의 곡갱이라고 명명하는 게 나아 보인다. 손잡이 부분은 그렇다 치고, 헤드 부분이 지나치게 얇지 않은가.

물론 총체적으로 외관 디자인은 훌륭하다. 측면 벨트라인이 후면으로 갈수록 상승하면서 일직선 형태인 큰형 'XC90'보다 속도감을 강조했고, 후면부엔 볼보 최초로 적용된 'L'자 형태의 발광다이오드(LED) 램프가 위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로 안정감을 줬다.

헤드램프의 하얀 부분이 토르의 곡괭이다.
▲ 헤드램프의 하얀 부분이 토르의 곡괭이다.
토르의 망치는 더 크고 묵직하다. XC60에 적용된 램프는 곡괭이라고 봐야 옳다.
▲ 토르의 망치는 더 크고 묵직하다. XC60에 적용된 램프는 곡괭이라고 봐야 옳다.
2)내부 디자인 ★★★★☆

말 그대로 북유럽 하우스다. 따스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난다. 추운 겨울에서 낭만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데 XC60는 적절한 선택이다. 앞 유리가 타 차종보다 길고 넓게 구성돼 빛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가장 큰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실내 인테리어다.

우선 색깔부터가 그렇다. 밝은 베이지의 가죽으로 차별성을 뒀다. 시트 가죽 자체도 단단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몸을 꽉 잡아주는 느낌이다. 함께 탄 중년 여성도(모친이다) 차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시트'라고 말했을 정도다. 시트 무릎 부분에 고급 고속버스처럼 가죽 시트가 더해져 있는데, 보통 의자에서 무릎이 90도로 꺾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다. 이 때문인지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덜하다. 차 내부 공간의 여유는 상당한 편. 신장 180㎝ 이상인 남성이 타기에도 꽤 넓다.

베이지 색 가죽을 사용한 XC60. 보기만 해도 따스함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 베이지 색 가죽을 사용한 XC60. 보기만 해도 따스함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스웨덴 국기가 새겨진 시트. 전날 과음으로 피사체 촛점이 잘 못 맞춰진 데 대해 독자 여러분의 용서를 구합니다.
▲ 스웨덴 국기가 새겨진 시트. 전날 과음으로 피사체 촛점이 잘 못 맞춰진 데 대해 독자 여러분의 용서를 구합니다.
9인치 디스플레이에 터치식 인터페이스와 그를 감싸고 있는 나무결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잘 융합된 북유럽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느낌 같은 느낌이다.

시원스런 크기의 디스플레이. 에어컨, 히터 환풍구도 세로로 길게 뽑아 세련미를 더했다.
▲ 시원스런 크기의 디스플레이. 에어컨, 히터 환풍구도 세로로 길게 뽑아 세련미를 더했다.
7년 전 방송된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버튼으로 시동을 건 이후로, 자동차 업계의 대세는 버튼식이었다. 그러나 클래스가 있는 차량은 유행을 선도해야 하는 법. 볼보 XC60는 돌림형 시동 바를 설치해 매력을 배가시켰다.

돌림형 시동장치. 버튼식과는 차별화를 뒀다.
▲ 돌림형 시동장치. 버튼식과는 차별화를 뒀다.
3)주행 성능 : ★★★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힘은 좋으나, 가속반응이 아쉽기 때문이랄까. 꾸준히 나아가는 힘은 좋으나, 팍 치고 나가는 동력은 부족하다. '빨리빨리' 문화가 없는 스웨덴의 국가 정체성을 그대로 빼닮았다. 칼치기가 난무하는 국내 도로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액셀을 누르자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무거운 차체로 다소 묵직한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동급에 해당하는 아우디 Q5를 몰 때보다 약 80%의 힘만으로 주행이 가능했다. 운전대도 가볍다. 경기도 동부 지역 꼬불꼬불 산길을 주행할 때도, 핸들이 부드럽게 반응한다. 대게 이 지방은 SUV 운전자들의 '이두' 근육을 펌핑하는 코스로 유명한데, XC60의 핸들로는 운동을 대체한다는 생각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실망적인 부분은 주행 모드다. XC60 모드에서는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를 부과할 수 있다. 운전자 기분과 도로 상황에 맞게 주행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질주 본능을 깨워 보려 했지만 컴포트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패달을 깊게 눌러도, RPM과 정숙성만 깨진다. 비추다.

볼보XC60의 스포츠모드는 계기판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열에 아홉은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 볼보XC60의 스포츠모드는 계기판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열에 아홉은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4)안전사양·편의 ★★★★

XC60는 안전을 위한 최적의 차다. 실직자에게 월급의 80%를 지급하는 스웨덴 사회복지망을 그대로 닮았다.

차량에 적용된 안전 기술은 조향지원시티 세이프티, 후방 접근차량 충돌 회피 기능, 반대 차선 접근차량 충돌 회피 기능, 파일럿 어시스트 등이다. 웬만한 위험 요소를 원천 봉쇄한다. 조향지원시티 세이프티 기능으로 충돌 위험이 높을 때 운전대를 스스로 움직여 사고를 예방한다. 시속 50~100㎞ 이내에서 기능해 운전자의 스티어링 조작이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운전대를 스스로 더 꺾어 사고 피해를 줄인다. 이래도 충돌을 피할 수 없으면, 속도를 줄이기까지 한다. 실제로 강변북로에서 앞 차량의 칼치기(거짓말이 아니다)로 추돌 가능성이 높아지자 핸들이 조정되고, 속도 감속 반응이 켜지기도 했다.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도 앞차와의 거리 조절과 차로 조절에 유용하다.

별 5개의 안전사양에 편의성을 고려하니, 별 하나를 뺄 수밖에 없게 됐다. 시트 포지션 때문이다. 국내 동급 SUV보다 10㎝가량 높은 느낌이다. 차량에 탑승했을 때 높은 시야각이 확보되는 것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의자에서 액셀까지의 거리가 다소 다는 느낌을 주면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지난여름 스웨덴 스톡홀름 레스토랑에서 소변기의 포지션이 매우 높아 발사각을 높여야 했던 굴욕적인 경험이 문뜩 떠올랐다(이는 스웨덴 사람들의 평균 키가 한국보다 10㎝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스톡홀름 화장실에서 관광객이 소변을 보기위해
▲ 스웨덴 스톡홀름 화장실에서 관광객이 소변을 보기위해 '거꾸로 쏴' 자세를 취하고 있다.
5)정숙성 ★★★★

XC60를 선택해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정숙성이다. 크리스마스트리 야경이 반짝이는 서울 도심 속 사랑을 속삭인다고 생각해보라. 낭만적 순간에 백그라운드 뮤직이 달콤한 캐롤이 아닌 육중한 엔진소리의 덜컹거림만 느껴진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일 것이다. 시승차가 디젤모델임에도 예상보다 조용했다. 라디오를 크게 틀지 않아도 운행 중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영국산 '바워스&윌킨스' 스피커가 전면부 측면부에서 귓불을 간지럽힌다.

_차량에 장착된 바워스&윌킨스 스피커. 세탁소 건녀편에 주차된 스웨덴 XC60에서 가수 스웨덴세탁소의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 _차량에 장착된 바워스&윌킨스 스피커. 세탁소 건녀편에 주차된 스웨덴 XC60에서 가수 스웨덴세탁소의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패밀리 카로도 손색이 없다. 간장게장, 가수 비와 함께 대한민국 3대 도둑으로 꼽히는 배우 연정훈 씨(농담입니다. 팬입니다) 역시 최근 XC60의 큰형 격인 볼보 XC90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정숙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이를 태우기에 공간도 넉넉한 데다 엔진 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아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다.

가수 싸이가 트위터를 통해 배우 김태희와 결혼하는 비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연정훈을 대한민국 3대 도둑으로 암시하는 댓글을 캡쳐해 눈길을 끈다.
▲ 가수 싸이가 트위터를 통해 배우 김태희와 결혼하는 비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연정훈을 대한민국 3대 도둑으로 암시하는 댓글을 캡쳐해 눈길을 끈다.
6)총평 ★★★★

훈훈하다. 외관, 내부 디자인, 정숙성으로 훈차의 요건을 충족했다. 내부 공간이 넓다는 점도 SUV로서의 덕목을 만족한다. 공인 복합연비는 13.3㎞(도심 12.0㎞·고속도로 15.2㎞)로 준수한 편. 독일산으로 점철된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좋은 대안이 될 것. 가격과 대기시간이 옥에 티랄까. 가격은 트림에 따라 6090만~7540만원까지. 차량 출고시간은 6개월까지. 훈남을 만나는 시간치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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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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