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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의점에서 이젠 성인잡지 볼 수 없다고?

  • 박대의
  • 입력 : 2017.12.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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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일본 미니스톱 홈페이지
▲ /자료=일본 미니스톱 홈페이지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82] 일본 편의점을 처음 가본 사람들은 보란 듯 진열돼 있는 성인잡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기 일쑤다. 대다수가 구석진 곳에 별도로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가림막이 없어 표지 정도는 누구나 볼 수 있다. 일본의 개방적인 성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이 편의점 성인잡지 판매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 대형 편의점 업체가 유해성을 이유로 판매 중단을 선언하자 출판업계에서 반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편의점의 판단이 표현의 자유 침해와 검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최근 침체되고 있는 출판 사업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일본 대형 편의점 체인 미니스톱은 지난 1일부터 지바 시내 43개 점포에서 성인잡지 판매를 중지했다. 내년 1월부터는 일본 2245개 전 점포의 잡지 진열대에서 성인잡지를 빼버릴 방침이다. 미니스톱은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불쾌하다"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가기가 민망하다" 등의 불만이 잇따르자 성인잡지 취급 중단을 결정했다. 일본에서 성인잡지를 판매하지 않는 편의점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 사장인 후지모토 아키히로는 기자회견에서 "고객이 안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편의점이 나서서 '음란물 청정구역'을 선언하자 지역자치단체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지바 시장은 미니스톱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미니스톱을 칭찬하는 글이 이어졌다.

미니스톱 측은 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가 정의한 자체 기준에 해당하는 성인잡지를 퇴출 대상으로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각 도도부현(지자체)의 청소년 보호육성조례로 정한 미성년자에게 판매 및 미성년자의 열람 금지 등에 해당하는 잡지'와 '그에 상응하는 잡지류'이다.

이에 출판업계는 미니스톱이 따른 기준 중 후자의 내용이 애매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나섰다. 일본잡지협회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판단에 대해 코멘트 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어떤 내용의 잡지가 대상이 되는지가 불명확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일본에서 유해 도서와 관련한 논쟁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이번처럼 '청소년 유해물'의 정의를 두고 벌어진 일이 대다수다.

예를 들면 1993년 발간된 '완전자살매뉴얼'이 대표적이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4년 뒤인 1997년 군마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자살을 유도할 위험이 있다며 유해 도서로 지정해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유해 도서로 지정된 이 책은 점차 서점 책꽂이에서 사라졌다.

부록이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2000년 한 컴퓨터 전문지에 첨부된 CD-ROM에 성인 비디오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쿄도가 불건전 도서로 지정했다. 일본서적출판협회, 일본출판중개협회 등 4개 출판단체로 구성된 출판윤리협의회도 해당 잡지를 취급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치했다. 결국 이 업체는 폐업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자체의 유해 도서 지정이 출판업계에서는 거의 사형선고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아직까지 성·폭력 등에 관한 표현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출판업계가 스스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출판업자들이 규제를 두려워하는 것은 실제로 판매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세계적인 출판시장을 가진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도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일본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출판물 추정 판매액은 2015년보다 3.4% 줄어든 1조4709억엔(약 14조3000억원)이었다. 1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특히 잡지는 5.9% 줄어든 7339억엔(약 7조2000억원)으로 19년 연속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미니스톱 측도 최근 출판시장의 불황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홍보팀 관계자는 "어떤 잡지가 부적절한지 고객 설문 등을 통해 정해갈 생각"이라며 "점포 내 잡지코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판매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니스톱의 결정이 편의점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업체들은 현재까지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고객과 점주의 의견과 미니스톱의 판단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가질지 지켜보고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박대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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