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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 그리고 버블의 역사(1)

  • 전광우
  • 입력 : 2017.12.0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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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양만금 화백
▲ /삽화=양만금 화백
[전광우·손현덕 통쾌한 경제-49] "아빠!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는 요즘 비트코인 투자 안 하면 바보 취급받을 정도로 열기가 화끈하거든. 그래서 나도 좀 샀는데, 어때?" "우리 딸! 가상화폐 투자는 버블 가능성이 큰 만큼 굉장히 조심해야 돼. 재미로 조금은 몰라도 부담될 정도로 무리해선 절대 안 돼. 알았지?" "네, 아빠." 몇 달 전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제 큰딸과의 전화 통화 내용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충고는 틀리기도 했고 맞은 듯도 합니다. 지난 세 달 사이 가격이 세 배나 뛰었으니 국내외 금융계에서 몸담아온 저로서는 투자자문 잘못한 셈입니다. 그러나 비정상적 가격 변동과 커져가는 거품 경고를 감안하면 신중하란 말이 결코 틀린 건 아니지요. 비트코인 열풍이 캠퍼스까지 덮치면서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의 도박중독을 부추긴다니 더욱 그렇습니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1만2000달러에 근접해 금년에만 10배, 2011년 1월 대비 3만배에 달하는 천문학적 수치입니다. 비트코인 총가치는 2000억달러에 육박해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이러다간 1600년대 '튤립 버블' 기록을 깰지도 모르죠. 특히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거래대금은 코스닥을 넘어 코스피 수준에 달하고 원화 거래액이 미국 달러 거래액을 초과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는 한국'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합니다.

세계 양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이달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개시하고 나스닥도 내년에 선물거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런 뉴스는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 기대를 높여 폭등세에 기름을 부었지만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선물거래는 상승뿐 아니라 하락에도 베팅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 급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건데요. 사실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선물거래 도입이 가격 폭락의 도화선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문용어로는 '선물시장의 정상가치 발견 기능'이라는 거죠.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베스트셀러로 금융위기를 예견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비트코인 광풍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나도 뭔가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는 심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든 사회현상의 일환으로 평가합니다. 양적완화 여파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의 전반적 상승세에다 기존 투자 대상의 대안을 찾는 배경도 비트코인 열풍을 부추겼고요.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글로벌 헤지펀드도 금년 8월 55개에서 11월에 169개로 급증했고 '자칫 기차 놓친다는 두려움'으로 기관과 개인들이 무차별 투자 행렬에 가세한 측면도 큽니다.

경제사학의 권위자인 찰스 킨들버거 전 MIT 교수가 1978년에 출간한 명저서 '광기, 패닉, 그리고 붕괴:금융위기의 역사'에 따르면 버블 에피소드는 대체로 공통점을 가집니다. '큰 파급력을 가진 새로운 발명품으로 포장되고 적정한 가치평가가 어려운 점'이 유사하다는 설명이죠. 그는 '투자자들은 과거 경험으로부터 배우려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고요. 그런가하면 골드만삭스 로이드 블랭크파인 회장은 "비트코인 투자는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내 취향은 아니지만 장사가 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가상화폐 관련 사업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비판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조차 선물거래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고려할 만큼 월스트리트 분위기도 달라집니다.

버블인지 아닌지는 터지기 전까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는 게 버블의 특성입니다. 거품의 성격 또한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고요. 다만 역사적 경험이 때로는 유익한 가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곧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는 대표적인 과거 버블 사례와 시사점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국민연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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