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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가상화폐 진실의 벨이 울릴때

  • 김세형
  • 입력 : 2018.01.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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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세형 칼럼] 23세의 한 청년이 가상화폐에 8만원을 넣은 게 280억원으로 올랐다는 SBS 방송프로그램은 수많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2시간 동안 약 30억원이 늘어났다면서 2000만원을 현금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국민정서에 독(毒)이 되는 이런 방송은 공중파가 해서는 안된다.

인간은 자신이 닿지 못하거나 확율이 아주 낮은 사건에 대해서는 초연할 수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어려운 로또 1등을 탔다는 소식은 그냥 뉴스거리다. 그런데 8만원은 누구에게나 있고 또 투자수익이 로또는 저리 가랄 정도로 크고 심지어 확률까지 흔하다면 "나만 바보 아닌가"라며 혼란스럽게 된다.

직장에서 내가 본받고 싶은 선배가 월급쟁이로는 도저히 숫자가 안 나오는 거액을 벌어 떠났다더라는 소식은 이젠 미담이 아니다. 그것은 일손이 안 잡히게끔 사회가치관을 뒤엎어버리는 흉흉한 소문이다. 그런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그러나 너무 기죽지 마시라. 수억,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그 소문들은 종말에는 현금화 하지 못해 그냥 꽝!이 되고 말았다더라… 괜히 직장만 그만두고 한 푼 없이 폐인이 되고 말았다더라… 그런 결말을 맺을 공산이 크니까.

300억원을 번 사람이 며칠 새 200억원으로 줄어들면 못 판다.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어들면 50억원을 본전으로 생각한다. 그러다가 끝났던 게 99년 닷컴버블의 교훈이었다.

가상화폐, 정확히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머니게임은 역사상 최대의 허풍쇼다. 작년말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한국선 2500만원)를 뚫었을 때 시가총액이 300조원이고 나머지 (알트)코인 합계가치가 100조원 도합 400조원이었는데 한 달도 안돼 8000억달러를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 세계가 800조원을 걸고 돈놓고 돈먹기 게임을 벌이는데 코인의 실제가치는 제로(0)에 가깝다. 이것이 1조달러(약 1050조원)를 넘을 때쯤 미국의 중앙은행을 필두로 선진국들의 은행당국이 큰 회초리를 들고 나서라는 성화가 닥칠 것이다. 그렇게 커버리면 통화정책이 안되니까.

가상화폐 시장을 지배하는 마인드는 탐욕, 공포이고 그리고 그 외곽엔 질투심이 둘러싼 버뮤다 삼각지대다. 이 3가지 가운데 현재 탐욕과 질투가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공포를 모른다.

내가 비트코인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2013년경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면에 관련 소식을 보도할 때였다. 며칠 후 한국에서 비트코인 책자를 처음 쓴 K씨를 만나 설명을 들었는데 당시 20만원쯤으로 기억한다. 말도 안된다고 잊고 있다가 작년 봄 전문가 P씨의 조찬강연을 들을 때 200만원쯤이었는데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 어,어, 하는 사이에 급등해 버려 또 매입시기를 놓쳤다. 그사이에 가상화폐칼럼을 두 번 비판적 관점에서 썼다(검색해보시면 알 것이다).

전문가들과 돈 탭스콧 부자가 쓴 '블록체인 혁명' 같은 책을 읽으면서 이 현상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소액투자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작년 말 두 종목을 고르면서 두 가지 점을 착안했다.

첫째 역사적으로 파생거래가 도입된 후 가장 와일드하게 상투를 기록한다는 FT 사설을 고려해 비트코인은 제외하고

둘째,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두 종목에 50%씩 분산 할 것.

투자를 시작한 후 내가 고르지 않은 리플(ripple)이 갑자기 급등했다. 그 이유는 은행들이 리플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한국-일본, 심지어 유럽의 은행 간 송금이나 대차결제를 하기로 했다는 신문기사 때문이었다. 해당 은행들에 송금업무를 할 경우 리플이라는 코인으로 할 것인지 나는 직접 확인해 봤다. 답은 전혀 아니다는 것이었다.

나의 한 달간 투자실적은 50%가 넘었는데 과연 금액이 크고 젊은 청년이라면 혼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국내 최고전문가들을 붙들고 나는 이것이 합리적인지 신랄한 토론을 해봤다. 그 결과 가상화폐 투자원리는 '더 큰 바보게임' 그 자체임이 확인됐다. 누군가 더 높은 값을 치르고 내 물건을 사줄 것이란 기대 외에 절대가치는 안 보였다.

어떤 사람은 1억원짜리 수표, 5만원짜리 지폐, 교통카드에 무슨 가치고 있느냐고 동일시하는데 정말 바보다. 거기엔 중앙정부가 보증하는 가치가 엄연히 들어 있다.

어떤 이는 그럼 주식으로 생각해달라고 한다. 좋다. 삼성전자 주식은 적정가치를 셈하는 배당률, 주가수익률(PER), 장부가치(book value) 같은 공간감각이 있다. 그래서 증시가 폭락하는 날도 두렵지 않고 반등을 기다리며 인내할 수 있다. 가치가 보장되고 그냥 배당만 받아도 되니까. 닷컴 광풍이 몰아닥칠 당시 클릭 수, 회원수, 가입자 동호회 크기만 보고 그냥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었다. 그러다가 거품이 꺼지고 제정신이 돌아올 순간, "show me the money"라는 차가운 명령이 떨어졌다. 네가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사업모델을 보여봐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의 순간이다.

가상화폐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없다. 이 물음에 답하는 전문가를 만나지 못했다. 책에도 답이 없다.

장차 가상화폐 규모가 너무 비대해져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위치가 흔들린다며 연준은 "자체 가상화폐를 발행할 테니 모든 코인은 정부 차원에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대표적 플랫폼이 아직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취급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는가? 현재 받아달라고 신청해놓은 상태인데 아마존이 "우린 암호화폐를 안 받기로 했다"고 선언하면 충격 받으리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를 신청해놨는데 노(No)라는 답변이 떨어지면 또 한 번 충격을 받을 것이다. 충격이 누적되면 더 큰 바보들도 제정신을 차릴 수 있다.

현재까지는 누구나 돈을 버는 시장이었다. 그런데 돈을 잃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폭락의 충격이 올 수 있고 "너는 무엇으로 돈을 버느냐"고 가상화폐에게 묻는 진실의 순간이 닥칠 것이다.

모든 가격은 수요공급의 함수다. 아무도 사지 않으면 결과는 무엇이겠는가. 이 상황을 가정하여 정부는 행정을 해야 한다.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인 켄 그리핀은 "비트코인은 버블이며 눈물로 끝날 것"이라고 간명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지난 두 번의 칼럼에서 제이미 다이먼, 조셉 스티글리치, 스티븐 로치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무슨 경고를 했는지 전했으므로 더 이상 여기에 반복 않겠다.

가상화폐의 세계시장 규모가 800조원인데 한국이 10%쯤 핸들링하는 상황이다. 거래비중은 미국 일본 다음으로 한국인데 국민성이 투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비칠까 걱정이다. 2030 젊은 세대가 부를 이루는 수단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활용하기 위해 200만, 300만명이 몰려든 상황에서 종국적으로 눈물로 끝난다면 불감당이다.

지금 가상화폐거래소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종목만 나열했을 뿐 전혀 설명이 없는 깜깜이다. 어떤 종목에 부도가 나버려도 하등 책임을 안 지는데 20%쯤은 책임지게끔 바꿔야 한다. 싸구려 잡주 매매에 현혹되지 않게 초기 상장가액도 가령 1만원 이상으로 규제하라.

이번 가상화폐는 인터넷 신문명이니 블록체인 기술이니 공학자들이 소리 높여 외치지만 블록체인은 코인이 아니다. 그 둘은 상관없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화폐는 달러나 유로, 그리고 자국 돈 합쳐 3,4개에 불과하다고 믿고 살아간다. 블록체인 코인이 벌써 2000개가 넘는데 그걸 훌륭한 거래수단이라는 자들은 머리가 모자란 인간들이다.

블록체인이 가동되면 얼마나 편한 세상이 올 것인지 돈 탭스콧은 자신의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맞다. 그런데 그것을 구동하기 위해 코인을 쓰라는 것인데 그 코인이 널뛰기를 하여 블록체인이 주는 편리함은 비교가 안되게 당신의 소유재산을 훔쳐가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지 않겠는가. 답은 거기에 있다.

투기시장 참여자, 거래소 근무인원, 절대 금액이 너무 커지고 있다. 한국의 시장이 워낙 뜨거워 외국거래소와 코인가격이 30%는 보통이고 어떤 날은 60%까지 나는 종목이 있으며 몇몇 미국계 IB들이 외국서 사다가 국내에 팔아 떼돈을 벌고 있는데도 당국은 눈먼 봉사라는 말도 들린다.

로버트 실러가 "닷컴버블은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경고한 게 1996년이었는데 그 사자열풍은 99년까지 가고 그 결말은 비극이었다. 이번 가상화폐 열풍은 아무리 경고를 줘봐야 마이동풍 기간이 상당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결국 민낯은 드러난다.

내 주변에 가상화폐로 가장 많이 번 사람은 1000억원대, 그다음은 100억원대였는데 후자는 작년 말 이미 팔고 떠났다. 참 현명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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