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이 되기 위해 뭘 배우냐고? "바로 이런 과목이죠"

  • Flying J
  • 입력 : 2018.02.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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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40] 인생을 일컬어 'B와 D 사이의 C'라고 하는 말이 있다. 곧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에 있는 Choice(선택)란 것이다. 그만큼 인생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고, 때로는 순간의 선택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정신 없이 하루하루 공부하면서 어느덧 파일럿 그라운드스쿨 세 번째 단계인 모듈3(Module3)이 끝났을 때 든 생각이다.

거의 두 달 정도 진행되는 그라운드 스쿨의 마지막 단계인 모듈3은 총 네 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 △Radio Navigation(무선항법), △Flight Performance(항공역학), △Flight Planning(비행계획), △Operational Procedures(수행 절차)다. 앞서 했던 모듈2 과정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과목들은 아니다. 개인적인 난도는 Radio Navigation, Flight Performance, Operational Procedures, Flight Planning 순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Radio Navigation

Radio Navigation은 지상 또는 인공위성으로부터의 무선정보를 이용하여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항법, 지상 또는 인공위성으로부터의 전파 표지를 이용하여 거리와 방위를 식별하는 방법 등을 배우는 학문이다. VOR(초단파 전방향 무선항로표지) ,NDB(무지향성 무선표지), ADF(자동무선방향탐지기), DME(거리측정장치) 등 라디오비컨, 로란(장거리항로용 원조시설) ,TACAN(전술항법 장치) 및 항법·통신 인공위성 등을 차례로 배운다.

개인적으로 Radio Navigation은 참 난해하고 어려웠다. 여러 개념도 전혀 와닿지 않고 VOR와 NDB 그리고 DME 등이 항공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것이 어떤 역할을 하고 각각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이해할 시간도 없이 전부 외워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동기들 중에는 이 과목이 제일 쉬웠다고 하는 애들도 있는걸 보면 사람에 따라 다른 거 같긴 하다.



◆Operational Procedures

군사용어로는 '작전 절차'라고도 번역되는 이 과목은 매우 실무적인 가르침을 모아놓은 책이다. 항공기가 뜨고 내릴 때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활주로의 반경은 얼마나 되야 하고 악천후 때는 어떤 과정을 거쳐 회항해야 하는지, 승객 수에 따라 승무원의 숫자는 어떻게 돼야 하고 심지어 소화기의 개수까지 디테일하게 규정돼 있다.

그런걸 보면 앞서 Operational Procedures는 앞서 배웠던 모듈2의 Air Law(항공법)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떠한 규정을 강제적으로 준수하게끔 사회가 약속한 것이 '법'이기 때문이다. 속 편하게 '미니 항공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역시 이해하기보다 무작정 암기를 미친 듯이 해야만 하는 매우 저돌적인 과목이다. '이렇게 공부해서 나중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시험 끝나고 몇 시간 뒤에 깔끔하게 다 잊어버렸다.



◆Flight Planning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할 때 어떠한 항로를 통해서 어디에 착륙을 한다고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게 되는데, Flight Planning은 이 과정에서 각 항로의 거리는 얼마나 되고 항로 간 장애물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광활한 항공지도를 보면서 미리 연습하는 과목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지도의 바이블인 '젭슨 차트'를 기초로 연습하게 된다.

앞서 모듈1과 모듈2를 성실하게 수료한 사람이라면 이 과목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앞서 모듈2의 'General Navigation(일반측량학)' 과목에서 배웠던 많은 개념 등이 그대로 다시 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이때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 매우 고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겠다. 또 항공 관련 계산기인 CRP-5 Flight Computer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만 한다. 다 앞선 모듈에서 배웠던 것들이다.



◆Flight Performance

Flight Performance를 배우기 직전 수업 교관이 한 말이 "Flght Performance는 중요하니 확실하게 배워라"였다. 중요하다는 말은 조종사가 돼도 두고두고 써먹는다는 뜻이다. 사람의 머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배운 뒤 망각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Flight Performance는 최소한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Flight Performance에서는 항공기 이륙부터 순항 그리고 착륙에 이르기까지 비행기 성능과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바람, 무게, 압력 등-가 달라지면 각 항공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배운다. 예를 들어 '이륙 시 항공기 무게가 증가하면 Drag(항력)가 증가하게 되어 Acceleration(가속도)이 감소하게 되는데, 가속도와 이륙거리는 반비례하므로 최종적으로 이륙 총 거리는 증가한다'고 배우는 식이다. 이 밖에도 V1, V2, Vs 등 항공기에 쓰이는 다양한 속도의 종류와 그 의미에 대해서도 배운다.

이 때문에 이 과목은 암기하지 말고 반드시 이해해야만 한다. 많은 학우가 이 과목을 어려워 하고 실제로 시험에서도 많이들 과락한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Flight Performance 과목을 어렵지만 참 좋아했다. 모르는 걸 깨우쳐 가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학부 때 전공했던 경제학을 배우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시경제학 기대이론 파트에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합리적 투자자는 가격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채를 매도하고 단기채를 매수하므로 수익률이 우상향한다' 왠지 이런 거랑 비슷해 보이지 않나? 하하.

[Flying Johan /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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