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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남북정상회담, 서울서 할 차례다

  • 김세형
  • 입력 : 2018.02.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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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남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나 미국과 한국을 분열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썼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치면 미국은 미뤄놨던 한미 군사훈련을 즉각 재개하자고 재촉할 것이다. 3월 하순이면 그럴 시간이 된다. 이때 한국이 군사훈련에 동의하지 않으면 NYT 지적대로 한미 간 1차 분열 위기가 도래할 것이다. 모든 문제의 귀결점은 핵(核)이다.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 비핵화다.

이번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숨결이 들리는 가까운 거리에 김영남 김여정 일행이 있었지만 고개 한 번 안 돌리고 떠난 배경도 바로 비핵화가 아닌 말은 입에 담지도 않겠다는 결의다. 북한만이 아니라 문 대통령에게도 보낸 메시지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을 마친 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을 마친 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그런데 북의 김정은은 죽어도 핵은 못 놓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봐도 90%는 북한이 핵을 절대 안 놓을 것으로 답한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김여정이 "편한 시간에 평양을 방문해 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그러마"라고 답하지 못하고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유보적 답변을 한 것이다. 북측도 핵문제의 답을 내놓으라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 일행에게 몇 차례 밥을 대접하면서도 핵은 입도 벙긋 안 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여론도 있고 미국도 내심 원망했을 터다.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면 핵을 어느 선에서 해결 가능할지 북측의 뜻을 알아야 앞으로 굴러갈 수 있다.

대북특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사전에 김정은의 심중을 타진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를 놓고 우리 정부와 미국 측이 납득할 수 있는 안(案)을 북이 제시할지에 따라 결판이 날 것이다. 김정은이 2·8 열병식에서 말한 대로 0.001㎜도 안 움직이려 들고 미국 입장도 강경하다면 정상회담은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잠시 미뤄놓았을지 모르는 한미 군사훈련은 전례없는 대규모로 대포알같이 재개될 것이다.

문 대통령 재촉에 따라 북한이 미국에 대화를 청할 수도 있다. 미국 측은 과거 숱하게 북에 속았으므로 이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가 없고 비핵화 프로그램을 갖고 나오라는 입장이다. 미국과 만나서도 핵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고집하면 미국은 코피작전이나 예방타격등 군사공격에 나설 명분이 생긴다. 그래서 대안 없는 협상은 그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향후 수개월에 걸친 한국-북한-미국 3자의 노력과 시간이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말해줄 것이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6월 15일, 8·15 광복절, 북한 수립 70주년인 9·9절 등 3가지 설이 나오는데 대화 진척 여부에 따라 상반기에 성사되리란 관측도 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 더불어 한국 내 여론과 미국의 양보 가능성은 새로운 변수다.

여기서 양보 가능성이란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도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이른바 핵·평화 공존론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진영이 일관되게 비핵화를 주장해온 만큼 하루아침에 핵동결로 선회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일축한다. 그러나 진보진영이나 미국 조야 일각에선 핵무기 대량 실천 배치를 결의한 김정은의 올 신년사, 그리고 작년 9월 3일 6차 핵실험, 11월 29일 화성-15형 ICBM 발사에 성공한 직후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의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한 결의에 비춰 비핵화는 비현실적 대안으로 본다. 그러니 핵동결을 비핵화에 갈음하는 플랜B로 받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핵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아직 미국에 도달할 ICBM, 혹은 SLBM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특히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므로 미국이 북의 현 단계 핵동결은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일단 미국이 북핵미사일 공격 사정권 밖이라면 미국 여론도 핵동결을 받을 수 있어 타협안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도 만약 남북 간 전쟁이 터질 경우 미국이 북핵 위협 사정권에 놓여 있으면 실전(實戰) 개입에 제한을 받게 되지만, 미국이 공격권 밖이라면 쉽게 실전 참전을 결정할 수 있으니 그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니까 한미 모두 핵동결을 못 받을 바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1993년 제네바협상 이후에 보듯 핵사찰을 제대로 받지 않은 데다, 속임수에 능하다는 점에서 핵동결은 어불성설로 보는 견해가 여전히 우세하다. 문재인정부가 이 같은 대안을 갖고 타결하고 싶어도 한국 내 여론이나 미국이 반대하면 그것은 무망한 일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반대할 것이다.

모든 우여곡절을 넘어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또 평양이냐"는 불만 여론이 국민 가운데 벌써 쏟아지고 있다. 과거 동서독 통일에 앞서 정상회담이 이뤄진 7차례의 사례를 보면 상호주의원칙을 꼭 지켰다.

서로 오가며 교차 개최하는 것이다. 7회의 정상회담 가운데 4회를 서독에서 개최했는데 행정수도 본(Bonn)이 세 차례로 가장 많았다. 동독에서 회담할 경우 공항이나 동베를린인근 드레스덴 같은 도시에서 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두 차례 평양에서 했으니 이번에 또 일방적으로 평양에서 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으로도 납득이 안 된다. 경제 규모 40분의1, 인구 규모 50%도 채안되는 북(평양)으로 우리 대통령이 계속 호출되듯 가는 모양새는 안 좋다. 자칫 북에 정통성이 있고 남은 정신이 결여된 국가라는 그릇된 인식을 자라나는 세대나 세계에 잘못 심어줄 우려가 높다. 핵 때문에 끌려갔다고 헛소문을 내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회담을 하려거든 김정은을 이번엔 서울로 데려올 차례다.

남북 정상회담 관련 최고의 위험은 한미 간 균열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즉 미국의 반대기류 속에서 회담을 강행한 후 아무런 북핵 관련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오는 경우다. 이 경우 북핵 해법 공조에서 미·일이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이 철저히 패싱(passing)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한국에 알리지 않고 북한에 대한 코피전략을 기습적으로 전개해버릴지도 모른다. 그쯤 되면 한미동맹은 옛날의 허사에 불과하다.

김정은은 정상회담이 성사 안되도 남남 갈등, 한미 균열을 얻는 꽃놀이 패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김정은도 다급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크다.

그로선 핵-경제 병진노선 추진을 약속했고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으나 경제 쪽 혈로를 개척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수년간 핵,ICBM 개발에 혈안이 된 동안 미국이 주도한 유엔제재 조치로 경제는 숨통이 꽉 조였다. 특히 최근 연이은 제재로 중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보낸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중국과의 교역도 원유를 빼놓고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해외에서 외화벌이 장사를 하는 가게도 모조리 문을 닫아야 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화로 금강산에서 남한예술단 공연을 추진할 당시 발전 비용 부담이 거론됐고 예술단을 싣고 온 만경봉호는 우리 측에 기름을 구걸하려다 망신을 당했다. 그만큼 처지가 궁벽하단 얘기다. 비로소 트럼프가 주도하는 경제제재 약발이 먹히는 상황이다.

이런 난관을 뚫는 몸부림으로 평창올림픽에서 김여정, 현송월의 미소작전을 전개했다. 문재인정부를 카드로 내세워 유엔제재의 혈로를 뚫는다면 김정은으로서는 대박이다. 서방 언론이 북한의 이방카로 부른 김여정의 입에서 "문 대통령이 통일의 새장을 여는 주역이 되어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는 꿀 바른 말이 술술 나왔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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