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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신경세포 860억개, 어떻게 세포 개수를 알아냈을까?

  • 송민령
  • 입력 : 2018.02.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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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에세이-4] 사람의 뇌 속에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좀 더 정확한 추산에 따르면 약 860억개라고 하는데 여전히 엄청난 숫자다. 누군가 일일이 세어보고 알아냈으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숫자. 뇌 속에 86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우리 몸속에는 모양과 기능이 다른 여러 종류의 세포가 있다(아래 그림). 신경세포, 피부 상피 세포, 면역 세포, 소화액을 분비하는 세포 등 매우 다양하다. 여기서 질문이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체세포들(생식 세포가 아닌 세포들)은 유전체가 같을까, 다를까?

여러 종류의 세포들 /사진=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419_420_421_Table_04_01_updated
▲ 여러 종류의 세포들 /사진=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419_420_421_Table_04_01_updated

우리 몸 안의 모든 세포들은 부모님의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생겨난 수정란이 더 많은 숫자로 분열하고, 여러 종류로 분화하면서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세포 안에 있는 유전체는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체세포는 같은 유전체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 안에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세포마다 발현되는 단백질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체세포들의 유전체가 같다는 사실이 뇌 속 신경세포를 세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뇌 속의 모든 세포를 파쇄한 다음, 파쇄액 속에 있는 유전체의 총량을 측정하고, 이 값을 세포 하나가 가진 유전체의 양으로 나누면 되기 때문이다. 왠지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뇌 조직을 잘게 다진 다음에 말 그대로 기계적으로 으깨고, 세포막을 녹이는 단순하고 거친 방법을 사용한다(아래 동영상에서 20초~1분). 사전에 포름알데하이드(박제할 때 쓰는 약물로 부패를 막고 조직을 굳힌다)로 충분히 고정된 뇌라면, 이런 과정을 거쳐도 유전체가 들어 있는 핵이 손상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을 원심분리기로 분리해서(위 동영상의 2분~2분 30초) 버린다. 남은 용액에 핵 속의 DNA와 결합하는 형광물질을 넣어주면 아래 그림 A와 같이 동글동글한 핵(파란색)만 예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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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에는 핵이 하나만 있으므로 핵의 수를 세면 세포의 수를 알 수 있다. 이 많은 핵은 어떻게 셀까? 용액은 균질하므로 쌀 가마니 속의 쌀알 개수를 세었던 오성과 한음처럼 꾀를 부리면 된다. 오성은 한 숟가락에 쌀알이 몇 개인지만 센 다음에, 한 되가 몇 숟가락인지, 한 가마니가 몇 되인지를 세고 곱해서 쌀 한 가마니의 쌀알 수를 구했다. 오성처럼 용액을 소량 덜어서 핵의 개수를 센 다음에, 전체 용액에는 핵이 몇 개 있을지 계산하면 된다.

그러면 이 숫자가 뇌 속 신경세포의 숫자일까? 아직 한 단계가 더 남아 있다. 우리는 아까 뇌 전체를 갈아서 넣었는데 뇌 속에는 신경세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세포, 혈관 상피 세포 등 다른 종류의 세포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금 센 핵의 숫자는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신경세포가 아닌 세포들도 포함하는 수치다.

이 중에서 어떻게 신경세포의 핵만 골라낼 수 있을까? 다행히 신경세포의 핵에서만 발현되는 NeuN라는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형광물질을 용액 속에 넣어주면 신경세포의 핵만 이 형광물질의 색으로 보일 것이다(위 그림 B 주황색).

신경세포에 힘을 가해서 으깨고 부수었으니 NeuN이 핵을 떠나서 돌아다니거나, 핵이 깨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용액을 소량 덜어서 핵과 NeuN이 겹치는 경우의 숫자만 세보자(위 그림 C에서 파란색과 주황색이 겹친 부분). 그다음 전체 용액에는 얼마가 들어있을지 계산하면, 이번에야 말로 뇌 속 신경세포의 개수를 얻을 수 있다.

860억개의 신경세포를 세는 이 모든 과정은 24시간 안에 끝마칠 수 있다고 한다. 참 쉽게 들리지만, 신경세포의 개수를 구하는 방법을 알게 되기까지 수십 년간 어려움이 많았다. 신경세포가 1000억개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뇌 속 신경세포는 1000억개라는 주장을 한 최초의 논문이 뭔지도 불확실하다고 한다. 뇌를 얇게 잘라서 일일이 세는 방법 등 여러 방법이 시도되었고, 추산 방법에 따라 편차도 컸다. 때로는 숫자 하나를 밝히는 데도 많은 사람의 노고와 재치가 필요한 모양이다.

출처
Suzana Herculano-Houzel & Roberto Lent (2005) J Neurosci 25 (10) 2518-2521.

[송민령 작가(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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