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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은 정말 뇌를 10%만 사용할까?

  • 송민령
  • 입력 : 2018.03.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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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에세이-6]
천재는 뇌를 100% 활용하지만 일반인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을까? 혹은
천재와 달리 일반인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할까?


천재는 뇌를 100% 활용하지만 일반인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능과 긴밀하게 연관된 기관인 뇌를 많이 쓸수록 똑똑하리라는 이 해설은 제법 그럴싸하다. 또한 뇌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으면 일반인도 천재처럼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준다. 그런데 일반인은 정말로 뇌의 10%만 사용할까?

◆긴밀하게 연결된 네트워크

뇌를 10%만 사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래 그림은 사람의 뇌를 확산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ing)으로 촬영한 것이다. 카메라의 설정을 조정해서 야간 촬영도 하고, 접사도 하듯이 자기공명영상(MRI) 기기의 설정을 조정해 뇌의 여러 측면을 관측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확산텐서영상이다. 확산텐서영상을 활용하면 뇌의 서로 다른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들을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뇌 부위들은 구석구석 연결돼 있고, 그림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같은 부위 안의 신경세포들도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된 뇌에서 10%만 사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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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성 (1): 흥분독성

천재와 달리 일반인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뇌를 많이 사용할수록 좋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데, 이 가정도 옳지 않다. 생명 활동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는 생체에는 다다익선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경세포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등에 반응해 활성화되면 세포 내부에 칼슘 이온이 유입된다. 그런데 신경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과량의 칼슘 이온이 유입되면 세포가 죽을 수 있다. 세포 속의 발전소라고도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자살을 촉발하는 역할도 하는데, 세포 자살은 칼슘 이온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졌을 때 촉발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나친 흥분으로 세포가 죽는 것을 흥분독성(excitotoxicity)라고 부른다.

뇌졸중에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도 흥분독성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세포가 에너지를 사용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재흡수하거나 분해한다. 그래서 세포 밖 글루타메이트의 농도가 낮게 유지된다. 하지만 뇌졸중으로 인해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글루타메이트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신경세포들이 지나치게 활성화되고, 신경세포의 과활성은 세포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세포가 자살을 한다니 어이없고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포 자살은 암세포처럼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세포, 감염된 세포, 파괴된 세포를 안전하게 없애주는 꼭 필요한 작용이다.

◆항상성 (2): 수상돌기

이처럼 지나친 활동은 해롭기 때문에 신경세포는 적절한 활동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그중 한 방법은 다른 신경세포들과의 연결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신경세포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수상돌기(아래 그림)라는 부분에서 다른 신경세포들로부터 전해지는 입력을 받는데, 지나치게 많은 흥분성 입력이 들어오거나 신경세포가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수상돌기의 크기를 줄인다. 반면에 신경세포로 전해지는 입력이 부족하거나 신경세포의 활성이 평소보다 낮게 유지되면 주변으로 수상돌기를 뻗어 입력을 줄 신경세포들을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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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사고로 손을 잃은 환자가 얼굴을 만졌는데 있지도 않은 손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환상지(phantom limb)라고 부르는데, 환상지는 더 이상 입력을 받지 못하게 된 신경세포가 주변으로 수상돌기를 뻗어나가서 생기는 현상이다. 예컨대 손을 잃은 환자가 얼굴에서 손을 느끼는 것은, 손으로부터 입력을 받던 신경세포가 손에서 입력을 받지 못하게 되자 주변으로 수상돌기를 뻗어 얼굴 신경세포와 연결됐을 때 생긴다.

이처럼 신경세포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해가며, 이 과정(및 이 과정의 이상)은 뇌의 여러 기능 및 뇌 질환과 관련된다.

◆가치 판단과 소망이 빚어낸 가짜 과학

천재와 달리 일반인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뇌를 많이 사용할수록 좋다는 가치 판단과 뇌를 많이 활용해서 똑똑해지고 싶다는 바람이 빚어낸 낭설이다. 하지만 이 그럴싸한 낭설을 믿고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어떤 제품을 사용하면 뇌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는(똑똑해진다는) 사기에 속을 수도 있다.

편평해 보이는 땅이 실제로는 둥근 것처럼(지구가 둥그니까) 과학이 보여주는 세상에는 통념과 다른 것이 참 많다. 그런데도 '천재와 일반인의 뇌', '남자와 여자의 뇌'처럼 어떤 과학적 사실에 대해 낭설이 유난히 많이 생기는 것은, 관련된 소망과 가치 판단을 원래부터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변해가는 과정인 진화를 인간이라는 만물의 영장으로 향해가는 '진보'라고 오해했던 것도, 적극적으로 인간의 '진보'를 도모하는 우생학이 탄생한 것도 인간 우월주의와 경쟁의식이 잠재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치 판단과 바람에 따라 뒤틀린 이해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나 강제 불임 수술과 같은 어리석음과 비극을 낳았다.

그러니 과학적 사실에 대한 낭설이 유난히 많은 분야를 다룰수록 주의해야 한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편견과 소망에 과학적 사실이라는 권위까지 더해주지 않도록. 그리고 돌아봐야 한다. 과학적 사실이 어떤 가치 판단·소망과 잇닿아 있기에 낭설이 생겨나는지. 그래서 낭설이 횡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낭설 자체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다.

출처:J Yin & Q Yuan (2015) Structural homeostasis in the nervous system: a balancing act for wiring plasticity and stability. Frontiers in cellular neuroscience. 8:439.

[송민령 작가(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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