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비하인드스토리

유정복의 뒤늦은 회고... "내가 최순실 알았으면 국정농단 막았을 수도"

  • 지홍구
  • 입력 : 2018.03.14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전국구 와글와글-24]
유정복 인천시장 자서전에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주인공 된 비극적 원인 "특수환경서 살아온 인생과 무관치 않아" 진단
"사학법 장외투쟁·지방선거 테러·대선 경선 탈락 등 통해 박 전 대통령 강점 봐"
"성완종 메모에 등장했지만 1원 한 푼 받지 않아…최순실은 일면식도 없어"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온 박 전 대통령의 인생과 무관치 않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9일 출간한 자서전(나그네는 길을 묻고 지도자는 길을 낸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주인공으로 만든 비극적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유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하던 시절부터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10여 년간 '박근혜 측근'으로 불려온 터라 그의 평가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유 시장은 자신이 '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 시기를 2005년 11월로 봤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때다.

유 시장은 "그때부터 나는 정치인 박근혜의 측근 인사로 분류됐다"면서 "비서실장을 하면서 박근혜 대표의 정치인으로서 강점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의 강점을 봤던 대표적 사례로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항의 속에 통과된 '사학법' 재개정 논의, 2006년 지방선거 지원 유세 때 당한 테러, 17대 대선 경선 패배 인정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05년 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였다. 유 시장은 "박 대표는 추운 겨울 내내 장외투쟁을 전개해 2006년 1월 마지막날 여당으로부터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한다'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강인함을 보여줬다"고 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지원 유세 도중 테러를 당했을 때 보여준 박 전 대통령의 의연함도 유 시장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유 시장은 "3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자마자 처음으로 '대전은요'라는 말을 남겨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면서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유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17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한 뒤 "패배를 인정하고 경선 결과를 깨끗이 승복합니다"고 한 연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찡하게 하기도 했다"고 했다.

유 시장은 정치인으로서 여러 장점을 갖춘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주인공으로 전락한 비극의 원인을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온 박 전 대통령의 인생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를 흉탄에 보낸 끔찍한 악몽 속에서 18년이나 고독한 생활을 한 것이 대통령이 돼서도 이어져오면서 오늘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20년간 함께해온 핵심 비서관을 통해서만 중요한 보고와 지시가 이뤄지는 국정운영의 단순 구조 시스템이 문제의 본질이란 것이다.

유 시장은 "나는 장관 시절에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좀 더 폭넓은 의견 청취와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장관이나 수석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수시로 의견을 들을 필요성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잘 시행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유 시장은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성완종 메모' '최순실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유 시장은 '성완종 메모' 사건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상황 때문에 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줬던 일"로 기억했다.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된 성완종 전 의원은 내 이름이 적혀 있는 메모를 남겨놓고 자살해 내가 무슨 금품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오해를 사게 돼 나는 그야말로 자다가 홍두깨 맞은 느낌이었다"면서 "성 전 의원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했지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위로하는 얘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유 시장은 "그후 검찰 조사를 통해 성완종 메모와 나는 전혀 관련 없음을 확인받기는 했다"면서 "성 전 의원으로부터 단돈 1원도 받은 바 없는 나로서는 실로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에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이렇게 영원히 남을 책에 진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최순실 관련 의혹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인천에서는 '유 시장이 추진하는 서구 검단 스마트시티가 최순실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의혹이 난무했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나는 최순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만약 내가 최순실을 알았더라면 만나본 적이 있거나 아니면 전화 통화 기록이라도 있어야 할 것인데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며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유 시장은 "차라리 내가 최순실을 잘 알고 있었던 상황이라면 이러한 일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