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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 과자박스'로 대박 낸 스타트업의 비결

  • 박수호
  • 입력 : 2018.04.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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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108] 연초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짧게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사업하는 다양한 한국 스타트업 소식도 듣고 일부는 만나보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실리콘밸리 근처다 보니 정보기술(IT)이나 콘텐츠 업종에 종사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지인 중 한 분에게서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스타트업인데 한국 과자를 들여와 외국인들에게 파는 곳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스낵피버(SnackFever)'라는 곳이었습니다.

검색해봤더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이미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폴로어도 10만명 이상으로 적지 않았는데요. 대부분 댓글이 영어 혹은 스페인어였습니다. 하도 신기해서 일단 페이스북 메신저로 공식 계정에 '안녕하세요. 박수호 기자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재밌어서요. 창업자는 어떤 분인지, 실적은 어떤지 알 수 있을까요?'라고 보내봤습니다. 하루 정도 지나자 답변이 왔는데요. 뜻밖에 한국어였습니다.

창업자 장조경 스낵피버 대표
▲ 창업자 장조경 스낵피버 대표

"안녕하세요! 장조경 대표입니다."

"사업 모델이 흥미로워서요. 언제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반갑습니다. 시작한 지는 한 2년 반 정도 됐어요. 여기 LA 코리아타운에서 시작했습니다."

"소셜미디어 계정을 보니까 한인보다 고객 중 외국인이 더 많은 거 같던데 실제 어떠세요?"

"99%가 외국인이에요."

"와~~~."

"원래는 외국에 있는 한국인 고객들이 좀 있었는데 워낙 잘 안다고 생각하시니까 까다롭기도 하고 매력을 못 느끼시는지 자연스레 빠져나가다 보니…."

"어떤 불평들이 있기에요?"

"그냥 뭐 '비싸다' '늦게 온다' '이건 한국 슈퍼에서 살 수 있다' '돈 돌려다오' 이런 거요."

"아무래도 한국 혹은 한인 소비자들이 까다롭기로는 뭐…(웃음). 또 잘 아는 제품들이니 더더욱 그러실 듯하고 역시 예상되는 반응이네요."

그런데 기자와 달리 장 대표는 예상치 못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놀랐어요. 한국인들이 더 호응해줄 줄 알았는데…."

그러다 갑자기 국적 얘기를 꺼냈습니다.

"전 스페인의 작은 섬에서 자랐거든요. 거기서 같이 자란 한국 사람들은 소수라서 그런지 다들 가족 같아서 서로 돕고 그러는데 막상 시장에 나와 불특정 다수의 한인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분위기는 좀 다르더라고요."

"한국에서 산 적이 없으세요?"

"네. 순수 스페인 국적입니다."

"아하! 교포시군요. 스페인은 어떤 계기로? 그런데 왜 미국에서 사업을?"

사연은 이랬습니다. 1966년 11월 한국 정부(한국수산개발공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돈을 빌려 '강화1호'를 삽니다. 이 배에 40여 명의 지원자를 받아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 그란카나리아제도(스페인령) 제1의 항구도시 라스팔마스에 정착시킵니다. 원양어업 전진기지를 설치하려고 말이지요. 네네. 윤식당에 나온 그 스페인 섬도 여기 소속이랍니다. 이후 '대서양 드림' 바람을 타고 1970년대 한국인이 한때 1만5000여 명까지 불어나기도 했다네요. 교육열이 높은 한국인답게 교포 1세들은 자녀들을 좋은 학교가 있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많이 보냈다고 하네요. 장 대표도 이런 케이스였습니다.

그런데 이들 한인 교포 2세들이 대거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 공부 외에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드라마를 편히 보게 만들었다가 매각을 했던 '드라마피버(DramaFever)' 창업자들도 여기 출신이고요. 한국에서 다양한 투자 활동을 하고 있는 스트롱벤처스 창업자도 이곳 스페인 교포라고 하네요. 참고로 스트롱벤처스는 한국으로 들어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 등에 투자한 곳입니다. 스낵피버 창업자와는 어릴 때부터 자라온 인연으로 이 회사에도 초기 투자를 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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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본격적으로 스낵피버 얘기를 해볼게요

장 대표는 LA에 정착하면서 주변 분위기가 다 창업을 하는 만큼 본인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승환, 조현우 씨 등과 의기투합해 스낵피버를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스트롱벤처스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통에 LA에서 사무실을 같이 쓰기도 했다네요.

"처음에는 그냥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즐겨 먹는 과자나 먹거리를 소개하고 한국 문화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느덧 폴로어가 10만명이 모였어요. 아무래도 제가 스페인 출신이라 그런지 거기엔 남미, 스페인 분들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처음엔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온라인 과외를 했어요. 그냥 가르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커뮤니티에서 한국 과자 이미지나 먹는 모습을 올리면 어떻게 구할 수 있느냐며 문의가 많았어요. 그래서 과자가 사실은 중독성이 있어 판매대행을 하면 잘되겠다 싶어서 LA에 있는 사무실 앞 슈퍼에서 초코파이, 새우깡 이런 한국 유명 과자들을 모아 박스에 담았어요. 그걸 20달러 주면 보내주겠다고 한 게 사업의 시작입니다."

"중독성이 있으니 또 시킬 것이다? 그게 먹히던가요?"

"네. 드라마에서만 보던 한국 과자를 직접 먹을 수 있게 되니까 은근히 과외 학생들 주문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러면 첫 서비스 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겠어요?"

"꼭 그렇진 않았어요. 처음엔 마케팅도 못하고 저희도 이런 거 처음 해보는 거라 실수도 많이 했어요. 박스를 잘못 주문하기도 하고 라벨링 실수로 잘못 보내고, 우편물 무게 문제를 계산하지 않고 맛있을 거 같으면 아무거나 넣어서 상품을 구성했다가 반품당하기도 했지요. 또 일부 과자엔 구멍이 생겨서 개미가 나와 불편 신고가 들어오기도 하고요."

"어떻게 개선해나갔나요?"

"일단 수급이 안정적이어야 해서 슈퍼에서 제품을 사오던 걸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의 미국지사로 연락해 직접 구매했어요. 더불어 3PL(3자물류) 창고도 얻고, 인턴 디자이너들을 구해 제품 박스며 포장도 일관성 있게 교체하고 브랜딩도 다양화했어요. 상품 구성도 처음엔 무작위로 팔았다가 지금은 매달 주문 방식이고 8~12개 제품이 담긴 오리지널 박스는 23.49달러, 10~15개 제품이 들어간 디럭스 박스는 37.99달러에 판매하는 식으로 정리됐어요. 매월 정기 랜덤배송(주나 월 단위로 다양한 과자를 구성해 배송)을 시도했더니 점차 자리가 잡히더라고요."

서비스가 안정화되고 반응이 좋아 재구매율이 높아졌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물량을 좀 더 싸게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답니다. 그래서 서울 마포에 한국 사무실을 열고 과자는 물론 최근에는 다양한 한국 라면 등 식음료 제품들을 소싱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네요.

"이젠 다 한국에서 직접 물량을 받아서 보내니까 다양성이나 재고 관리 면에서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미국뿐 아니라 국제배송을 시작했는데 이후 주문 수량이 올해부터는 한 달 만에 전년 대비 60%나 늘었습니다."

"사업 초기에 있었던 실수는 어떤 식으로 만회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갔는지요?"

"더운 지방에 보내는데 초콜릿 제품을 넣어서 고객이 받을 때는 녹아 있는 경우 등 아직도 실수는 하지만 경험이 쌓인 만큼 많이 개선했어요. 성장하려면 고객과 명확하고 정직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솔직하게 소셜미디어에도 실수도 올리고 진지하게 소통하려고 했습니다."

"SNS 마케팅으로 외국인 폴로어를 늘려나가는 건 딱히 다른 비결이 있는 건지요?"

"언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무엇보다도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즐기는지 알아내는 게 더 중요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외국인이 좋아하는 것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차이는 별로 없습니다. 영어든 한국어든 캡션을 쓰고(웃기면 더 좋고) 너무 자극적이거나 홍보성 짙게 하지 않고 친구처럼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플랫폼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는데 이를 기반으로 다른 사업 진출 계획은 없는지요?"

"창업 첫해에 매출액은 15만달러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10배 이상 매출액이 늘었어요. YG엔터테인먼트, DramaFever, Viki 등 유명 업체들과 제휴 마케팅을 할 정도가 되니까 사람들이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박스 안에 들어가는 제품에 컬래버레이션(협업)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저희를 하나의 마케팅 플랫폼으로 생각하는 곳도 점차 많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의 과자 업체 외에도 다양한 식품 업체들의 제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는 성장에 집중하기 전에 이제는 몇 가지 KPI(경영지표)를 먼저 수정해야 할 때라고 봤어요. 처음엔 그저 한국 과자 알리기였다면 지금 우리의 목표는 외국인들이 굳이 따로 찾지 않아도 한국에서 나온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입니다. 아마존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지만 그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인 파트너로 봅니다."

"오프라인 매장 계획 혹은 다른 사업 진출, 포부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오프라인으로 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단기 목표는 진성 고객과 팬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이고 그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스낵 외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이 회사에 초기 투자한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와 연락이 닿아 얘기를 들어보니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의 한국 상품 전용 슈퍼 체인 'H Mart'의 연매출이 1조원이 넘습니다. 한인 교포 상대로 영업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낵피버는 창업자들이 원래 알던 친구들이기도 하지만 곧바로 투자한 건 아닙니다. 고객의 90% 이상이 비동양계 미국인임을 확인한 후에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했습니다. 이들은 직접 포장하고 배송하면서 비즈니스 현장을 경험하고, 주문량이 증가할수록 전자상거래 사업을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낵피버의 미래는 아마도 '한국 제품을 위한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 for Korean products)'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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