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술도 겸손해지는 술"…독하지만 향기롭고 상쾌한 '금문고량주'

  • 취화선
  • 입력 : 2018.04.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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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고량주의 자신감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술병은 기교를 부리지 않은 담백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금문고량주의 자신감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술병은 기교를 부리지 않은 담백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54] 말술을 자부한대도 이 술 앞에서는 겸손해야 할 것이다. 알코올 도수 58도짜리 고량주에 휩쓸려 정신을 잃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대만의 국민 고량주라고 불리는 금문고량주를 마셨다. 독하지만 향긋하고 상쾌했다.

술병 디자인은 담백하다. 무색투명한 유리병은 어떠한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 흰색 라벨에는 금빛이 도는 노란색 한자로 '금문고량주'라고 써넣었다. 라벨 좌우편에 용을 한 마리씩 그렸다.

그 생김처럼 맛과 향이 직선적이다. 그리고 강렬하다. 술에서는 싸한 알코올 향이 올라온다. 그러므로 금문고량주를 잔에 따르자마자 코를 박지는 말자. 조금 지나면 알코올이 휘발한다. 그러면 금문고량주의 진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쿰쿰한 누룩 향과 시큼한 향이 독특하다. 중국산 고량주와는 또 다른 냄새다. 술의 점도를 보려고 일부러 위스키 온더록 잔에 따랐다. 잔을 돌리자 눈물 자국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잔 벽에 고정될 정도로 점성이 높았다. 살짝 머금고 입안에서 술을 굴렸다. 아까 쿰쿰하고 시큼했던 냄새가 맛으로 변해 입안에 감돈다. 단맛도 살짝 난다. 그리고 탄내가 진하게 풍긴다. 위스키의 피트향과는 다른 느낌이다. 진짜 불맛이랄까.

이번에는 소량을 따라 탁, 털어 넣었다. 식도에서부터 불길이 타오른다. 뜨거운 것이 식도를 타고 위장에 닿는다. 화기는 위장의 바닥에 튕겨 다시 식도, 비강, 콧구멍으로 역류한다. 얼얼한 듯 시원한 풍미가 함께 올라온다. 이 풍미가 금문고량주의 전매특허다. 보통의 고량주를 청향, 장향, 농향 등으로 분류하는데, 금문고량주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금문고량주는 스스로 '금문향'이라고 칭한다. 청향형 고량주와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맛을 본다고 안주 없이 스트레이트잔 너댓 잔 분량의 술을 마시니 속이 좀 쓰리다. 잔에 얼음을 채우고 금문고량주를 다시 따른다. 술이 얼음을 만나면서 그 성질이 조금 순해진다. 특유의 풍미는 그대로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고량주 특유의 찌르르함을 느낄 수 있는 스트레이트 쪽이 더 좋다.

금문고량주를 먹으면서 동파육 생각이 간절했다. 동파육의 기름짐과 금문고량주의 상쾌한 뜨거움이 잘 어울릴 듯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금문고량주를 먹으면서 동파육 생각이 간절했다. 동파육의 기름짐과 금문고량주의 상쾌한 뜨거움이 잘 어울릴 듯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며칠 뒤 치킨과 만두에 곁들여 마셨다. 아주 좋다. 어지간히 느끼한 음식도 이 술과 함께라면 거뜬할 듯하다. 술을 먹기도 한결 덜 부담스럽다. 음식의 기름기를 금문고량주가 씻어주는 기분이다. 속은 여전히 뜨겁지만, 쓰리지는 않다. 금문고량주는 대만의 섬 금문도(진먼다오)에서 빚는다. 토양이 비옥해 고량주의 원료인 수수의 품질이 좋고, 섬의 지하수 수질 또한 뛰어나 명주를 빚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대만 고량주 시장의 약 80%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고량주 종주국인 중국에 수출한다. 주류전문점에서 600㎖ 한 병에 7만원에 판매한다. 대만에서는 훨씬 저렴하다. 본인이 대만 여행을 가서 구입하거나, 지인이 대만에 갈 때 부탁하는 게 좋겠다. 국내 대형마트에서는 알코올 도수 38도짜리 금문고량주를 정식 수입해 판매한다. 38도짜리 금문고량주는 맛보지 못했다. 맛볼 생각도 없다. 58도짜리가 있는데 38도짜리라니 왠지 김이 샌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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