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공룡 플랫폼' 유튜브, 몸집만큼 그림자도 커졌다

  • 최용성
  • 입력 : 2018.04.16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Tech Talk-107] 규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한 지인이 "가능한 모든 규제에 반대하지만"이라며 분노에 찬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 글에는 어떤 유튜브 채널이 언급돼 있었다. 해당 채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투' 폭로와 관련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었는데, 선정적 제목이 눈길을 확 끌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광고부터 재생됐다. 국내 한 대형 공공기관의 멀쩡한 광고였다. 구독자 수만 1만5000여 명에 달했고, 개중에는 조회 수가 수십만 건인 영상도 많았다. 이 정도라면 광고 수입도 상당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5초 후 더 이상 광고를 보지 않겠다고 '스킵'을 눌렀지만 나는 이미 이 콘텐츠 제작자 광고 매출에 기여한 1인이 됐다. 나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의 시청으로 계산된 광고료는 정확하게 그 제작자 통장으로 입금될 것이다.

해당 영상은 기존 라디오 방송, 팟캐스트 등에 나왔던 내용을 짜깁기해 올려 놓은 것들이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미투 폭로자 입장을 밝히는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도 하고 있는데요…"라며 미투에 대한 터무니없는 의혹이나 2차 가해 사례를 언급하는 상황이 있는데, 제작자는 이런 장면들만을 모아 교묘하게 짜깁기해 놓았다. 지인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오히려 해당 콘텐츠 조회수를 늘려줄 염려가 있음을 우려하면서도 유튜브의 허위, 기만, 거짓 정보 유통 문제 현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지적하기 위해 주소를 공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보는 순간, 강력하게 규제하고 싶은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든다"고 썼다.

유튜브 로고. 유튜브는 누구도 제어하기 힘든 거대 공룡이 돼 버렸다.
▲ 유튜브 로고. 유튜브는 누구도 제어하기 힘든 거대 공룡이 돼 버렸다.

이 제작자가 만든 영상은 '가짜뉴스'인가? 모든 영상을 다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그리하면 해당 콘텐츠의 광고 수입을 또 올려주는 셈이 될 테니 개인적으로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 기존 방송에 나왔던 것들을 짜깁기한 것들이라 특별히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다(팟캐스트에서 따온 내용 중에는 그런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극적인 제목과 황당하게 편집해 놓은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미투라는 사회운동은 어느새 혐오스러운 게시판에서나 볼 수 있는 저급한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문제는 요즘 뉴스를 이런 형태로 소비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는 데 있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퍼뜨리는 이유는 뻔하다. 개인의 창작 활동? 표현 욕구? 그렇지 않다. 그저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읽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바야흐로 동영상의 시대다. 어떤 사실이나 지식을 습득할 때 동영상은 활자 이상의 강력함을 발휘한다. 게다가 보거나 듣기만 하면 되므로 간편하기까지 하다. 새로운 요리를 시도할 때 요리책과 영상 시청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요리책을 뒤적이는 것보다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 하나를 보는 게 더 빠르고 이해하기도 쉽다. 요즘처럼 LTE급 초고속 모바일 서비스가 보편화한 상황에서는 관련 기사를 검색하거나 책을 구하는 게 오히려 더 번거로울 것이다. 이런 동영상 시청 패턴을 단지 편의주의적이고 기능적 관점으로 해석할 일은 아닐 것 같다. 동영상 시청에는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읽으면 바로 해결될 내용도 동영상으로 보면 최소 몇 분 이상 걸린다. 그럼에도 동영상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그게 오늘날 주류 커뮤니케이션이자 문화로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는 이런 흐름을 타고-혹은 흐름을 만들며-고공 행진 중이다. 동영상을 올린 이용자에게 조회 수에 상응하는 광고 수입을 주는 모델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청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광고주가 몰리고,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 구미에 맞는 맞춤형 영상과 광고를 제공하는 기술이 더해졌다. 국내에서도 유튜브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페이스북, 네이버 등을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올라섰다. 특히 10대들에게 유튜브는 가장 애정하는 SNS로 자리를 잡았다. 10대 사이에서 유튜브는 단지 동영상 플랫폼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그 자체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포털에 접속하는 대신 유튜브로 들어가 키워드를 넣고 검색한다.

/사진=AP 연합뉴스
▲ /사진=AP 연합뉴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유튜브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의식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 테러, 인종차별 등 부적절한 영상 노출로 논란이 일 때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유튜브 광고 중단을 선언하지만 그때뿐이다. 논란이 잦아들고 나면 슬그머니 광고를 재개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마케팅 도구를 포기할 기업은 없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최근 조회 수와 광고료 등에 불만을 품은 한 이용자가 유튜브 본사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 사건도 일어났다. 그래서 유튜브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매월 15억명 시청, 분당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쌓이는 이 공룡 플랫폼을 누가 손볼 수 있겠는가. 개방적이고 창의적 콘텐츠가 넘쳐나던 이 공간은 폭발적으로 성장한 몸집만큼이나 거대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버렸다.

[최용성 매경닷컴 DM전략국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