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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원에 회사매각 후 하이테크 회사만 투자하는 이 남자

  • 박수호
  • 입력 : 2018.04.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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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재계 인사이드-110] 그는 KAIS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반도체 장비 핵심 기술인 플라스마의 발생·검사, 측정 분야에서 사업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데요. 2000년에 '플라즈마트'를 창업한 이용관 대표 이야기입니다. 당시 닷컴 열풍에 개인 PC 수요도 폭발해 반도체 시장은 급성장 추세였습니다. 플라즈마트 역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많은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았답니다. 워낙 기술력이 좋다 보니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MKS가 유독 회사 인수에 열성적이었습니다. 결국 수년간 계속해서 플라즈마트 문을 두드린 끝에 플라즈마트는 2012년 7월에 약 300억원에 매각됩니다. '깜짝 거부'로 잠시 유명세를 탔던 그는 이후 대외적으로는 잊힌 인물이 됐지요.

그런데 2014년 7월 그가 새롭게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라는 직함이었습니다. 기술 벤처 경영과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창업기업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랍니다.

"첨단 하이테크 기술이 제대로 된 시장을 만나 사업화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적절한 시장을 찾더라도 하나의 솔루션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 외에 다양한 고도의 기술이 융합돼야 하기 때문인데, 특히 이러한 딥테크 기술 사업화를 자본과 인력 측면에서 항상 부족한 스타트업이 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혁신성이 뛰어난 기술을 직접 발굴해 창업자와 함께 사업 모델을 만들고, 투자하는 밀착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제 후배 창업자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겁니다. 블루포인트는 지난 3년여간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요. 4월 기준 사물인터넷(IoT), 로봇, 소프트웨어, 바이오 분야 등 약 70개 기술기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있으며, 토모큐브, 플라즈맵, 스트리미 등 투자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지요.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벤처지원센터, 창업지원기관이 있음에도 이 대표는 어떻게 차별화했기에 성과를 이만큼이나 냈을까요. 그는 '사업화'라고 강조합니다.

"흔히들 창업 선배들에게 사업에 대한 조언을 얻지만, 이런 것들이 사실 실제 사업 운영과 맞는 것인지, 좋은 것인지, 잘 체계화되지 않은 지식이 많아요. 경험은 있지만 파편적이고 널브러진 것들이 많기에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기술 창업에 집중합니다. 파트너와 투자 심사역들은 기술 창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발굴해 사업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사실 테크기업, 기술기업의 성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취재 경험상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괴짜 발명가는 여럿 봤지만 이들이 기업을 일구지는 못하는 사례를 더 많이 봤으니까요. 연간 20조원의 국가예산이 신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 과제에 쓰이고 있지만, 사실 '왜 이러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정부 과제를 거쳐 상용화되는 기술도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쉽게 말해 들이는 비용 대비 탄생하는 아이템이 현저히 적다는 말이지요.

"첨단 기술로 창업하는 테크 창업자들은 주로 대학원, 연구실에서 사업에 대한 훈련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의 목표나 훈련 방식은 항상 '새로운 발견'을 학계에 알리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막상 시장에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보다는 시장이 정말 원하는, '시장에 맞는 기술'이 더 좋은 가치를 인정받거든요. 사실 새로운 것을 좇는 엔지니어 창업자들에게는 이런 게 가장 어렵지요. 또 기술 창업자들이 시장을 이해하고 시장에 맞춘 기술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가 생각한 건 시장 지향적인 전문가들이 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산업 전문가들을 우리는 도메인 엑스퍼트(Domain Expert)라 부릅니다. 기술력이 높은 솔루션 엑스퍼트(Solution Expert)들을 이러한 도메인 전문가와 만나게 해 정확하고 빠르게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역할입니다."

듣고 보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 성장시킬 수 있게 할까 궁금해집니다.

"실리콘밸리는 혁신 제조기업 창업 생태계에서 수많은 벤처 창업과 관련한 직간접 경험으로 기술 창업자들이 준비된 창업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성공 벤처 창업가가 다시 창업 생태계로 돌아오는 사례가 적고, 신규 창업자들이 창업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뭘 개발해야 하는지 정하는 작업부터 아주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창업을 진행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창업 경험을 공유하는 선배 창업가도 늘어나고, 공학 계열의 벤처캐피털 심사역들도 늘어나는 등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요. 우리가 개발한 기술에 대한 장점을 알고 있더라도 이를 실제 시장이 가진 문제와 기술의 가치를 잘 엮어낼 수 있는 훈련이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창업팀을 만나 투자해주고 사업 방향성만 잡아주는 게 아니라 대기업인 LG디스플레이, 코스맥스, GS리테일, 인터파크, 녹십자웰빙, 삼성증권, 인터베스트와도 협력해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한 겁니다. 그래야 창업자들도 시장 수요를 더 알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그는 최근 기술 창업자들을 위해 서울 성수동에 '스테이션 니오'를 열었습니다. 최근 공유 오피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어떤 점이 다를까요.

"대부분의 공유 오피스 구조가 네트워킹 위주의 오픈형 구조로 돼 있는 곳이 많더군요. 기술 개발, 보안 등이 중요한 테크 스타트업에는 이러한 구조가 잘 맞지 않습니다. 기술에 대한 보안, 연구원들이 개발에 시간을 오롯이 쓸 수 있는 사적인 오피스 공간이 더 필요한데 별로 없었어요. 스테이션 니오는 밀집도가 높고 공용 공간이 넓게 구성돼 있는 기존의 공유 오피스들 단점을 보완해 블록체인형 구조의 공용 공간을 곳곳에 배치한 테크 스타트업에 특화된 구조로 설립됐습니다."

성수역 인근에 위치한 8층 건물의 두 개 층을 우선 리모델링해 이번달에 정식 오픈했는데요. 20개 기업, 110여 명의 창업기업 멤버들이 입주 가능하답니다. 향후 목표는 테크 스타트업들을 위한 대표 공간으로 발전시켜 이를 캠퍼스 형태로 확장시키는 것이라네요. 이 대표는 "2년 동안 건물 전체로 확장해 리모델링할 계획이며, 산업 전문가들을 연결하는 기능까지 수행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거금 300억원을 쥐었으면 이제 좀 쉴 만도 한데 "창업하며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와 성공 노하우를 모아 신규 창업자들의 어려움을 줄여주고 싶다"는 그. "기술 창업에 뛰어드는 최초 창업자들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함께 시장을 개척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이 현실화되는 건 머지않아 보였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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