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떠난 여행, 무엇을 생각해야할까

  • 유재천
  • 입력 : 2018.05.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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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사하고 싶으세요? : 유재천 코치의 직장인을 위한 전 상서-10] 퇴사 후 여행, 그다음에는? : 퇴사 여행을 통해 얻어야 할 것

일 년 중 직장인이 가장 기다리는 기간은 여름휴가다. 늘어나는 업무량에도 휴가를 생각하며 힘을 더 내거나 눈을 질끈 감는다. 연차 하루만 내도 기분이 좋은데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일터를 떠나 여행을 가는 건 어쩌면 일 년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좋은 여행을 더 긴 기간 동안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별한 휴가 제도가 있는 회사라면 가능하겠지만 보통은 퇴사해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은 퇴사 여행을 통해 그 꿈을 꾸지만 현실에서 퇴사는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섣불리 퇴사해서도 안 된다.

직접이 아닌 간접 경험이라도 해보고 싶어 퇴사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관련된 스토리나 기사를 읽어 내려가면 부러운 마음이 커진다. 여행을 만끽하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모습의 사진을 감상하며 잠시 대리 만족한다. 다른 직장인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기사의 댓글로 눈이 간다. 퇴사 용기에 대한 박수와 응원의 댓글이 일부 보이지만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베스트 댓글은 '퇴사 여행, 그다음이 없어'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의 용기보다는 오히려 퇴사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퇴사를 조장하는 건 아닐까 하는 반감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무엇보다 퇴사자의 여행 후가 궁금하다. 퇴사 후 여행을 떠났던 많은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퇴사 여행 이후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자신의 미래 계획에 참고하는 것은 좋겠지만,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려운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맞춤형 정답을 요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점을 달리하고 질문을 바꿔야 한다. '퇴사 여행 후, 그다음에는?'보다 좋은 질문은 '그들은 퇴사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 돌아올까?'이다.

첫 직장을 그만둘 때 바로 퇴사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다. 두려웠다. 여행을 갔다 온다고 갑자기 무엇이 달라지거나 희망찬 미래가 열릴 것 같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퇴사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퇴사 여행을 통해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멈췄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삶을 마주하며 떨어져 나간 자신의 영혼을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자신을 채우는 일이 먼저고 그 일이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에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퇴사 후 1년 반이 지나 떠난 여행을 통해 알게 됐다. 하지만 반드시 퇴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미리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현실에서 선택 가능한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퇴사 여행에서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삶에 관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에게 일이 필요하겠지만 삶이 먼저다. 삶 안에 일이 있다. 일에 지치고 일터에서 상처를 받았다면 일과 일터를 바라보기보다는 삶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오롯이 보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의 걱정이기보다는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의지와 용기다.

퇴사 여행에서 얻어야 할 두 번째는 자신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이해다. 인정받기 위해 때로는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첫 직업과 직장을 선택할 때 역시 중요한 것이 자신에 관한 것들인데 그때는 제대로 점검해볼 시간이 없었거나 경험이라는 재료의 양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험이라는 내용물이 증가했음에도 자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이유는 여전히 앞만 보고 달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시간을 마련했다면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얻어야 할 것은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다. 다시 마주하는 냉혹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 또다시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꿈꾸는 변화보다는 새로운 힘이 필요하다. 조절하는 힘이 퇴사 후에도 계속되는 삶을 다르게 전환시켜 줄 것이다. 조절하는 힘은 외부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내부에서 삶의 의지와 용기, 자신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바탕이 돼야 생기는 능력이다.

만약 퇴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글을 참고하여 여행에서 더 많은 것들을 얻고 오길 바란다. 물론 그보다는 퇴사 여행을 하기 위한 퇴사를 막는 것이 우선이고 바람이다. 퇴사 여행을 한다고 해서 지금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더 현명한 관점은 퇴사 여행에서 얻어야 할 것들을 퇴사 여행 경험자를 통해서 듣고 각자의 보통 여행에서 얻으려는 자세다. 굳이 퇴사 여행에서 얻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유재천 인생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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