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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에서 알아보는 담배의 모든 것

  • 이덕주
  • 입력 : 2018.06.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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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야사-14] 지난주 담배에 관한 떠들썩한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1급 발암물질이 5종 있고, 타르가 일반 담배보다 많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아마 담배를 피지 않으시는 분들은 이것이 왜 중요한지 고개를 갸우뚱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식품야사에서는 전자담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번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궐련이라는 말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담배를 말합니다. 종이에 담뱃잎을 싸서 불을 붙여 피우는 것을 지궐련(cigarette)이라고 하는데요. 이 지궐련에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전기로 '가열(heat)'하는 것이 바로 궐련형 전자담배입니다. 이런 방식을 '찐 담배'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식품야사 4화에서 커피에 대해 다뤘던 것처럼 담배도 다양한 형태로 섭취가 가능한 식물입니다.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에스프레소 머신인 것처럼 담배의 니코틴을 흡수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궐련에 불을 붙여서 폐를 통해 흡수하는 것입니다. 궐련 방식이 니코틴을 흡수하는 데 가장 편리하고 산업적으로 성공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궐련 외에도 우리가 시가라고 부르는 여송연(엽궐련)도 있고 씹는 담배, 심지어 코로 담배가루를 들이키는 코담배도 있습니다.

골초들(루스벨트, 처칠, 스탈린)과 금연운동가(히틀러)의 전쟁에서 승리는 골초들에게 돌아갔습니다.
▲ 골초들(루스벨트, 처칠, 스탈린)과 금연운동가(히틀러)의 전쟁에서 승리는 골초들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담배산업 자체는 지금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담배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국가별로 금연 활동을 벌이고 있고, 점점 담배에 많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을 뿐 아니라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담배업계에서 내놓은 혁신적인 제품이 바로 '찌는 담배'입니다. 대표적으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의 '글로', KT&G의 '릴' 세 가지 입니다. 태워서 연기를 내지 않고 연소 직전까지만 온도를 올려서 증기(에어로졸)를 만들어낸 뒤 이를 통해 니코틴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태우는 제품보다 유해물질이 적다는 것이 담배업계 주장입니다.

지난주 식약처가 발표한 내용은 이 같은 담배회사의 주장이 틀렸으며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궐련만큼이나 유해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담배회사들은 '덜' 유해하다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식약처의 결론에 담배회사들은 반박했습니다. 핵심만 요약하자면 지궐련을 태워서 나오는 물질과 가열해서 나오는 물질이 다른데, 식약처는 그 두 가지 물질이 같은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심지어 네티즌들도 댓글을 통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저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쪽이 맞는지는 사실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산업을 살릴 수 있을까요?
▲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산업을 살릴 수 있을까요?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사실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개인의 의견이나 과학적 사실보다는 내가 어떤 입장에 처해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경우를 많이 지켜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를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7일 브리핑 자리에는 3개 정부 부처에서 참석했습니다. 첫 번째는 식약처입니다. 두 번째는 보건복지부입니다. 세 번째는 기획재정부입니다. 세 부처는 모두 정부에 소속돼 있지만 사실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이해관계와 입장이 좀 다릅니다.

먼저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의 돈을 다루는 부처(이른바 예산)입니다. 세금을 거두는 기관이 국세청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세금을 거둘지를 관리하는 곳이 바로 기획재정부입니다. 기획재정부에서 담배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 바로 출자관리과입니다. 예산을 다루는 부서는 들어오는 돈은 늘리고, 나가는 돈은 줄이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담배로 거두는 세금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게 기획재정부 입장입니다.

두 번째로 보건복지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을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국민이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돈을 쓰는 곳이 바로 보건복지부입니다. 담배 판매를 어떻게든 줄이려고 하는 부처입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어찌 보면 상충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식약처는 음식과 약을 다루는 전문부처입니다. 1998년 이전까지만 해도 보건복지부 소속이었는데 별도의 '청'으로 독립했고 2013년에는 독립적인 '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전문부처라는 뜻은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단순히 행정조직이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을 하는 기관이라는 의미입니다. 음식이나 약의 유해성을 다루기 때문에 식품영양학·약학·독성학 같은 과학적인 접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제품을 다루고 이를 규제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식약처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욕을 먹는 정부기관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식약처는 어떤 제품이 '유해하다' '유해하지 않다'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식품·의약품과 관련해 사고가 발생하면 비난의 화살이 식약처에 돌아갑니다.

지난해 8월 생리대 사태와 살충제 달걀 파동이 대표적입니다. 모든 여론과 언론, 소비자단체의 비난이 식약처에 쏟아졌습니다. 2015년 백수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고 과거 사례를 찾아보면 매년 두세 차례는 식품·의약품 관련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품·의약품 관련 사태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분노와 파장을 일으키지만 시간이 지나서 결과가 나오면 실체보다 공포가 더 컸던 적이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식약처는 일단은 어떤 사안에 대한 판단을 보수적이고 안전한 방향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전하다' 혹은 '무해하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기보다는 일단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2015년 백수오 사태는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습니다.
▲ 2015년 백수오 사태는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할 때 식약처에는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1)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

2) 궐련형 전자담배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해

3) 궐련형 전자담배가 더 유해

4) 알 수 없다

1)의 경우 궐련형 전자담배를 쓰는 것을 식약처가 홍보하고 있다고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습니다. 1)과 같은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해외 정부기관도 없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1)은 애초부터 답안지에 없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식약처의 발표는 2)와 3)을 적절히 섞어 놓았습니다. 타르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더 많고 발암물질도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식약처의 결론입니다.

식약처 뒤에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있습니다. 식약처는 두 기관의 이해관계에 맞는 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두 기관은 모두 궐련형 담배가 유해하다는 결론이 유리한 입장에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그래야 현재 일반 담배의 90% 수준인 궐련형 전자담배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지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보건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전체 흡연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담배회사들도 제각각 입장이 다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1위인 '아이코스'를 만드는 필립모리스는 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도 만들지만 일반 궐련을 훨씬 많이 판매하는 KT&G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어째서인지 궐련형 전자담배 중 유해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결과가 나온 BAT의 '글로'도 반발했지만, 필립모리스처럼 강력하지는 않았습니다.

식약처를 비롯한 정부기관의 보수성은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21세기의 가장 끔찍한 화학참사가 한국에서 벌어진 것은 정부기관을 더욱 보수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살균제를 만든 '옥시레킷벤키저'에 있지만 이를 허가해준 환경부 책임도 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같이 입장에 따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말만 하면 돼)'라는 식으로 발표가 이뤄지다 보니 과학적 분석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됩니다. 지금도 궐련형 전자담배 기사 댓글에는 식약처를 불신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적어도 전문가 집단인 식약처는 입장(이해관계)과 무관하게 공정한 판정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학이란 것이, 식품의 유해성이라는 것이 칼로 무를 베듯이 딱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제는 상식이 돼버린 담배의 유해성이 밝혀지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류가 흡연을 시작한 것이 기원전 1세기이고, 이것이 신대륙 발견과 함께 서양사회에 유입된 것은 15세기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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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픽은 1900년대 이후 미국에서 궐련 소비량(갈색)과 10만명당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붉은색)를 그래프로 그린 것입니다. 대략 20~30년의 시차를 두고 그래프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긴 시간에 걸쳐 데이터를 통해 담배와 폐암의 상관관계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는 인체에 대한 유해성, 특히 담배와 같은 제품의 유해성은 바로 티가 나지 않고 긴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특히 폐암과 같은 암은 인간이 늙어서 약해진 50대 이후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으로 담배가 유해하다는 결과가 명확해지고 사람들 사이에 유해성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 이후라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고 각종 암의 원인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입증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19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에서 평균 수명은 50세 미만이었고 1960년이 돼야 70세가 됐기 때문입니다. 흡연으로 인한 폐암으로 죽기 전에 다른 이유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담배의 유해성은 우리가 장수하고 100세 시대를 살게 됐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입니다.

루서 테리 미국 보건위생국장이 1964년 1월11일 발표한 <담배와 건강> 보고서는 담배산업을 관 속에 집어넣고 뚜껑에 못을 박았습니다.
▲ 루서 테리 미국 보건위생국장이 1964년 1월11일 발표한 <담배와 건강> 보고서는 담배산업을 관 속에 집어넣고 뚜껑에 못을 박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새로운 니코틴 섭취 방법인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간의 수명을 얼마나 단축시키는지를 정확히 알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식약처가 발표할 가장 과학적입 답은 '4) 알 수 없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발표해도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담배의 유해성이 밝혀지기 훨씬 이전부터 담배와 함께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금입니다. 에릭 번스의 '신들의 연기, 담배'라는 책에 따르면 담배는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서양에 전파된 지 불과 1세기 만에 전 세계로 퍼졌고 수많은 사람을 중독시켰습니다. 그리고 왕들은 바로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1604년 영국의 왕 제임스 1세가 엄청난 세금을 부과한 것이 유명합니다. 1862년에는 미국에서 남북전쟁 당시 전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으로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피우는 담배 생산품에 직접 세금을 매겼습니다. 당시에도 5센트짜리 담배에 4센트의 세금이 붙었다고 하니 현재 4500원짜리 담배에 붙는 73%의 세금은 그렇게 높지 않아 보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요. 조선시대 한양에 있던 다양한 시전(정부가 허가한 시장) 중 연초전(담배를 파는 시전)은 5푼의 국역(일조의 세금)이 부과됐다고 합니다. 또 19세기 말 대한제국이 만들어지면서 국영 연초제조소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일제에 우리나라가 강점된 이후에는 총독부에 의해 전매국이 운영됐습니다. 담배와 함께 인삼·소금·아편이 전매제가 이뤄지던 품목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담배회사인 KT&G는 1883년 설립된 조선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을 자신들의 시초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명목으로 담배에 세금이 붙었을까요? 담배의 유해성이 밝혀진 것은 1950년대 이후. 어찌 보면 담배가 개인과 주변 사람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기 훨씬 이전부터 담배에는 높은 세금이 붙어 있었습니다. 제임스 왕이 세금을 부과하는 데 이유가 있었을까요? 명목은 붙이기 나름이었습니다. 담배가 인간이 접하는 가장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며 아무리 높은 세금이 붙어도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 권력자나 국가가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 베이브 루스

- 빌 터틀

- 토니 그윈

- 커트 실링

미국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알 만한 전설적인 프로 야구선수들 이름입니다. 이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선수 시절 씹는 담배와 같은 비흡연식 담배를 애용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구강 관련 암으로 투병했습니다. 베이브 루스는 53세에 식도암으로, 빌 터틀은 69세에 구강암으로, 토니 그윈은 54세에 침샘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커트 실링은 2014년 48세에 구강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암에 걸린 가장 큰 원인으로 씹는 담배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구강암은 다른 암보다도 더 치료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공포감이 큽니다.

흡연이 아닌 비흡연식 담배라도 이처럼 유해성이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니코틴을 섭취하는 방식이 바뀌어도 여전히 담뱃잎에 담긴 유해물질은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중독성이 높은 담배의 특성상 발암물질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접촉하게 되면 암이 발병할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 역시 답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담배는 백해무익이라는 것. 담배회사도 식약처도 보건복지부도 소비자도 모두 아는 그 얘기를 우리는 왜 계속 반복하는 걸까요?

[이덕주 유통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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