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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제적인 환경은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송민령
  • 입력 : 2018.07.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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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송민령의 뇌과학 에세이-14] 무더운 열대우림과 건조한 사막, 추운 북극은 물론 지구 밖의 우주 정거장에서도 사람이 산다. 사람들은 다양한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문화적인 환경에도 적응해서 살 수 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마련인데도 다양한 환경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은 뇌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환경을 품으며 빚어지는 뇌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뇌는 호모 사피엔스가 태어나서 경험할 법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두루 갖춘 상태로, 하지만 특정한 환경에 특화되지는 않은 상태로 태어난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경험하는 환경과 자극에 갈수록 특화된 형태로 다듬어진다.

예를 들어서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처럼 기본적인 능력조차 환경과 반응해서 시각 뇌가 '빚어져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한쪽 눈을 몇 개월간 가려두면, 가려둔 쪽 눈에 연결된 시각 뇌 영역은 신경 네트워크가 다듬어지는 데 필요한 시각 자극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이 고양이는 나중에 가려둔 눈을 뜬 뒤에도 가려뒀던 눈으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된다. 멀쩡한 눈이 있어도, 뇌가 환경을 품어내며 빚어지지 않으면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말을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는 모든 나라의 말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어떤 나라의 말도 잘 듣지 못한다. 그러다가 자주 들리는 소리(예: 모국어)를 더 잘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자주 들리지 않는 소리(예: 외국어에만 있는 독특한 발음)는 듣지 못하게 된다.

유아기·아동기 때는 물론, 성인이 된 후에 경험한 일들도 뇌를 바꾸어 간다. 나이가 든 뒤에도 좋아하는 음악이 조금씩 달라지고, 카카오톡이나 스마트폰처럼 신기술에 익숙해지고, 이사해 간 동네와 새로운 직장에 적응할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한 사람의 뇌는 그가 살아가면서 경험한 수많은 사람과, 환경과, 자극과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사회경제적 지위와 뇌 발달

만일 누군가가 아주 어려서부터 경험한 환경이 거칠고 부족하기만 했다면 어떨까? 사람의 뇌는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평생 동안 변해가지만, 뇌가 한창 발달하는 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에 경험한 환경은 특별히 큰 영향을 끼친다. 이 시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언어 능력, 기억, 인지 능력,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덜 발달하게 된다. 따라서 결핍된 환경과 뇌 발달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 정의와 국가 인력 관리 측면에서 중요하다. 만 10~24세 인구의 90%가 중저개발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결핍된 환경이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불리한 환경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아는 것은 국제 보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몇 가지 어려움 때문에 사회경제적인 지위와 뇌 발달의 관계는 비교적 최근에야 연구되기 시작했다. 과학 연구를 하려면 변인을 명확히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직업, 수입, 교육 수준, 살고 있는 지역 등 여러 요소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 사회경제적인 지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제적인 수준의 음악가가 사무직 노동자보다 더 높은 교육을 받지는 않았을 수 있다. 또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뇌 발달에 요인을 주는 다른 요인들(예: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과 질, 영양, 안전 등)과 상관관계를 보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높더라도 부모가 너무 바쁘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의 양과 질이 낮을 수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연구들은 사회경제적인 지위와 뇌 발달 사이에 상관관계(인과관계가 아닌!)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언어 능력이다.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낮은 아동·청소년일수록 언어에 관련된 뇌 영역의 활용도가 낮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동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동에 비해 3000만 단어 정도를 적게 듣는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아동이 보호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고, 대화의 품질도 낮기 때문(예: 주고받는 대화는 거의 하지 않고, 지시형 말만 자주 듣는 경우)이라고 추정했다.

사회경제적인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또 다른 뇌 부위는 해마다. 만성 스트레스, 방임은 해마의 크기를 줄인다. 비록 스트레스가 취약한 사회 계층에 제한된 것은 아니지만, 낮은 사회 계층의 아동들의 뇌에서 작은 해마가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해마는 서술기억과 긴밀하게 연관된 부위인데, 실제로 취약 계층의 아동은 서술 기억 능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취약 계층의 아동에게서는 주의를 집중하고 감정을 조정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들은 사람의 능력과 성품이 집안의 재산과 지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불행하게도 (혹은 부당하게도) 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아동과 보호자가 함께 하는 시간과 질, 영양 등)이 사회경제적인 지위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뜻이며, 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바꿈으로써 취약 계층의 아동의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온갖 모습으로 살아갈 잠재력을 갖고 태어난 한 사람이 훌륭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온 마을이 필요한 모양이다.

출처:

[1] KG Noble (2014) Rich man, poor man: socioeconomic adversity and brain development. Cerebrum.

[2] MJ Farah (2017) The neuroscience of socieoeconomic status: correlates, causes and consequences. Neuron 96: 56-71.

[송민령 작가(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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