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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으면 문서·메모 찢는 트럼프 습관에 백악관은 '골머리'

  • 이새봄
  • 입력 : 2018.07.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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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감세안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EPA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감세안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EPA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특한 버릇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메모나 편지, 심지어는 부정적인 뉴스를 찢어버리는 것이다. 사업가 시절에는 이 습관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듯, 사업가인 트럼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서류를 찢어버리면 이 서류는 잘 담겨 버려지면 될 일이다.

하지만 장소가 백악관이고, 트럼프가 사업가가 아닌 '대통령'일 경우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통령의 서류는 함부로 파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대통령 기록법에 따라 대통령이 건네는 모든 편지와 메모, 이메일 등의 기록을 보존하고 이를 기록 보관서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이나 바닥에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대통령의 이런 습관을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적인 서류 정리 시스템'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결국 백악관 직원들은 대통령의 기록을 보존하기 위해 청소직원 대신 직접 쓰레기통과 바닥을 청소하기로 했다.

CNN·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공무원인 솔로몬 라르티(54)는 졸지에 찢어진 서류를 뒤처리하는 '전담 직원'이 됐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첫 5개월 동안 구 행정부 건물에서 찢어진 서류조각과 씨름해 왔다. 심지어 이 일은 라르티 혼자 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부서 전체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 몇 달 동안 종이를 테이프로 붙이는 일에 전념했다고 전했다. 라르티의 동료 중 한 명이기도 한 고위 기록 관리 분석가 레지날드 영 주니어(48)는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정부에 근무해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 했다며 넋두리를 했다고 폴리티코는 밝혔다. 레지날드는 "내 연봉이 1년에 6만달러(약 6700만원)다. 솔직히 이것보다는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라르티는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 중 가장 자주 산산조각이 난 것은 뉴스 기사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나온 기사는 대부분 찢어졌다. 각종 초대장과 의원들로부터 온 메모도 종종 찢어졌다. 이들이 기억하는 '가장 힘들었던 업무'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에게서 온 메모를 이어 붙이는 일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메모를 지나치게 작게 찢었고, 이들은 일일이 이 모든 것을 이어 붙여야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이었다는 게 백악관 참모들의 전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문서 보존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비서관이었던 리사 브라운은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선거 유세 당시 기록했던 연설문까지 국립 기록 보관소로 보냈다"며 "모든 선거 캠페인 자료는 백악관에 올 필요가 없으며 기록 보관소에 갈 필요도 없다"고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습관은 이들을 포함한 일부 기록담당부서 직원들이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이들은 올해 봄까지 백악관 기록 관리 부서에에서 일했지만,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고 이에 반발해 백악관 인사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본인들의 부당해고에 대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언론과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그들의 업무 내용을 공유하던 중 함께 밝혀졌다.

[이새봄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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