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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의 숨은 암초' 쉽게 이해하는 대손충당금

  • 이재홍
  • 입력 : 2018.07.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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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20]

◆동네 슈퍼마켓 외상값은 누가 떼어먹었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네 입구에 조그만 슈퍼마켓들이 있었습니다. 슈퍼마켓이라는 말보다는 구멍가게가 더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돈을 타서 과자도 사먹고, 아버지 담배 심부름도 곧잘 다녔죠. 가게 안에는 보통 조그만 방이 있었는데 주인이 항상 방안에서 돈을 받았습니다. 살림집 역할도 하고 카운터 역할을 하는 공간이었죠. 방 한쪽을 보면 검은색 표지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공책이나 손바닥만 한 수첩 여러 개를 노끈으로 묶어 놓은 것이 있었는데 표지에 까만 매직으로 재홍이네, 후남이네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두부 심부름을 하면서 "돈은 엄마가 내일 드린대요"라고 말하면 가게 아주머니는 수첩에 두부 200원,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그 두루마리의 정체는 외상값 공책이었던 거죠.

한번은 가게 아주머니와 엄마가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말을 들어보니, 가게 아주머니는 옆집 신혼부부가 외상값을 떼먹고 이사를 간 것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동네 슈퍼마켓 아주머니는 외상값을 떼일 수 있는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동네 슈퍼도 거의 없을뿐더러 대부분이 신용카드로 결제하니 이런 풍경이 사라졌습니다.

◆기업은 여전히 외상거래 중-외상값을 떼일 때는 어떻게?

기업에서는 현금을 미리 받고 거래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외상거래죠. 재무상태표에 매출채권, 미수금으로 적혀 있는 금액이 외상으로 물건을 판 대금입니다. 매출채권과 미수금은 서로 차이가 있습니다. 회사의 재고자산을 팔고 난 외상대금은 매출채권으로 기록합니다. 기타 회사에서 사용하는 물품 등 주요 영업활동 외에 발생한 외상대금은 미수금으로 기록합니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에서 그랜저를 판 대금은 매출채권으로, 현대차 임직원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던 버스를 중고로 판 대금은 미수금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매출채권과 미수금은 외상값으로 본질은 동일합니다.

회계감사 현장에서 회사와 회계사 의견이 매번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인데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 문제, 매출채권과 미수금에 대해 대손충당금의 설정 문제, 개발비에 대한 자산성 검토입니다.

외상대금은 항상 떼일 위험이 있습니다. 슈퍼마켓 아주머니처럼요. 기업에서 외상매출금(매출채권)을 떼이면 장부에서 외상매출금의 금액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를 대손처리한다는 표현을 합니다. 재무상태표에서 대손 처리에 쓰이는 계정 과목명이 대손충당금입니다. 실제 재무상태표에는 아래 표처럼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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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외상매출금 64억원 중에서 대손충당금 1억3000만원은 떼일 것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전년도 외상매출금 55억원에서 올해 65억원으로 약 10억원이 늘었는데, 대손충당금은 2000만원 정도 늘어났습니다. 외상대금이 증가하니 못 받을 돈이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점은 대손충당금 금액을 기록할 때는 떼인 돈뿐만 아니라 떼일 돈으로 예상되는 금액도 대손충당금으로 쌓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회사와 회계사 간에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간 회사가 폐업했거나, 부도 상태인 경우에는 대손충당금을 쌓는데 이견이 생길 리 없습니다. 하지만 떼일 돈으로 예상하는 부분에서 의견이 갈리게 됩니다.

◆떼일 돈을 어떻게 추정할까

떼일 돈은 어떻게 예상할까요? 보통 기댓값을 이용합니다. 동네 슈퍼마켓에 오는 신혼부부가 10집이라고 가정하면 그중 한 집이 돈을 떼먹고 갔으므로 10% 확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슈퍼마켓의 외상대금 중 신혼부부의 것이 100만원이라면 여기에 10%를 곱해서 10만원을 장래에 못 받을 금액으로 추정하는 것이지요. 실무에서는 매출채권의 발생 기간별로 금액을 구분합니다. 연령분석이라고 하는데 외상매출금이 발생한지 3개월, 6개월, 1년, 1년 이상으로 구분한 뒤 과거에 못 받았던 확률을 곱해서 대손충당금을 산출합니다.

◆대손충당금 증감에 따라 울고 웃는 실적

대손충당금 증감에 따라 회사 실적이 급격히 변동하기도 합니다. 특히 금융권의 실적 변동성을 크게 만듭니다. 은행업은 많은 개인과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가는 것이니 경기와 밀접한 관계도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떼이지 않게 하는 것이 업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한번 보겠습니다.

은행권 관련 기사인데요. 어떤 은행은 실적이 좋아져서 성과급을 받은 반면 어떤 은행은 같은 시기에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은행들 7년 만에 '훈풍'…성과급도 2배 증가> (2018-03-01)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이 늘고, 성과급 지급액도 증가함. 순이익 증가 이유는 부실이 줄어 대손충당금이 줄었기 때문임.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들의 대손비용이 5조원 감소함. <부산은행 대손충당금 급증…작년 말 기준 5240억원> (2018-02-09)

BNK금융지주가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 실적을 기록. 주력 계열사인 부산은행의 실적 부진 탓.

부산은행 당기순이익은 37%나 감소. 대손충당금 증가 때문임.

BNK금융 관계자는 "조선, 해운, 철강, 자동차 등 지역 주력업종의 실적 악화로 부도와 도산이 일시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함.

이처럼 은행권 실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대손충당금 규모입니다. 대손충당금은 떼인 돈뿐만 아니라 떼일 돈까지 예상해서 금액을 측정해야 하니 거래처 신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거래처 신용이 좋아지면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해야 할 금액이 적어지고 반대라면 금액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비단 금융권뿐만 아니라 건설업 등도 외상 대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실적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볼 때 항상 관심을 둘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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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회계사]

※공주사대부고를 거쳐 한양대 경영학부를 졸업했습니다.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이 있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 자문 업무를 수행했으며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기업 전략 수립, 내부 통제 개선 등과 회계·세무 자문(가업승계, 상속세·증여세)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현재는 기업 및 개인 고객을 위한 세무 자문, 재무실사와 기업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이것이 실전회계다'(공저)와 'LOGISTAR FORECAST 2017'(공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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