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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 1900억원 광고 스캔들 휘말리다

  • 김대기
  • 입력 : 2018.07.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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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차이나-80]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가 1900억원에 달하는 광고 스캔들에 휘말렸다. 신상이 묘연한 상하이 바오산 출신 여성 리쥐안(34)이 최근 3년간 비야디 임원을 사칭하며 광고대행사 25곳과 11억위안(1870억원) 규모 비야디 광고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리쥐안은 영국 명문 축구 구단인 아스널 FC와 비야디 간 스폰서십 체결을 주도하다가 또 다른 사기 행각이 발각됐다.

비야디 광고 스캔들은 리쥐안을 중심으로 비야디, 광고대행사 간 복잡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사건의 진실이 미궁 속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비야디, 리쥐안, 광고대행사 모두 주장이 다르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중심엔 리쥐안이라는 여성이 자리 잡고 있다. 1985년생인 그는 상하이 출신으로 과거 부동산 회사에서 경리를 맡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는 '수억 위안 규모 광고 사건에 휘말린 비야디, 베일에 가려진 리쥐안과 그녀의 은밀한 상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3년 전 리쥐안은 중국 광고업계에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두 장의 명함을 들고 다니며 중국 광고 대행업체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한 장에는 '상하이 위홍 문화전파 유한공사 책임자'라고 기재돼 있었다. 또 다른 한 장은 '상하이 비야디 전동차 유한공사 화둥지역 총경리'라고 적힌 명함이었다. 리쥐안은 '상하이 위홍 문화전파'가 비야디에서 분사한 회사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그 후 리쥐안은 비야디 총경리 신분을 이용해 지난 3년간 총 25개 광고대행사와 11억위안(1870억원) 규모 비야디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리쥐안은 비야디 명의로 위조 인감까지 만들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대행사가 리쥐안과 계약을 맺고도 '사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유는 중국 광고업계의 계약 관행 때문이었다. 중국 광고업계에서는 광고주가 발주를 하게 되면 대행사가 우선 사비를 들여 광고를 제작한 다음 비용을 청구하는 '후불 결제' 관례를 따르고 있다. 펑파이에 따르면 상하이 소재 광고대행사가 리쥐안에게 광고 대금을 달라고 요청하자 리쥐안은 '비야디의 1급 광고 대행 자격'을 제시하면서 차일피일 대금 결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광고대행사 대표는 펑파이와 인터뷰하면서 "비야디의 1급 광고 대행 자격을 받게 되면 향후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리쥐안에게 더 이상 대금 독촉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금을 받지 못한 광고대행사가 늘어나자 리쥐안의 사기 행각이 들통난 것이다.

현재 중국 공안 당국은 리쥐안, 비야디, 광고대행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모두가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어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리쥐안의 주장은 이렇다. 자신이 비야디의 유력 고위인사이자 주주인 천전위와 관시가 두텁고, 천씨가 지시한 대로 광고대행사들과 접촉해 합법적으로 계약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야디는 리쥐안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비야디는 공식 성명에서 "리쥐안이라는 여성은 비야디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비야디가 공식적으로 리쥐안에게 광고 중개 업무를 맡긴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고대행사 대표들은 비야디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광고대행사 대표는 펑파이와 인터뷰하면서 "지난 3년 동안 리쥐안과 광고 계약을 맺고 실제 비야디 자동차 전시회를 열었으며 여러 차례 자동차 광고까지 했다"며 "비야디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실질적인 금전적 손실을 본 곳은 리쥐안을 믿고 실제 광고 대행 업무를 진행했던 대행사들이다. 리쥐안은 광고 중개인으로서 광고 계약을 맺은 당사자이지만 실제 그의 수중에 들어온 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리쥐안이 무슨 이유로 사기행각을 벌였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리쥐안은 중국을 넘어 이국 땅 영국에서도 사기 행각을 벌이다 적발됐다. 지난 5월 리쥐안은 비야디와 영국 명문 구단 아스널 FC 간 스폰서십 계약 체결을 주도했다. 당시 리쥐안은 상하이 위홍 책임자 신분으로 비야디에 접근해 초특가 제안을 했다. 요지는 아스널과 3개 시즌 스폰서십 체결 조건으로 비야디가 120만위안(약 2억400만원)만 지불하면 된다는 것. 이 제안을 받아들인 비야디는 리쥐안과 상하이 위홍에 120만위안을 건넸다. 그러고 두 달도 안 돼 비야디는 진짜 스폰서 계약 체결액이 4500만위안(약 76억5000만원)인 것을 알게 됐고, 스폰서십을 포기하게 된다. 수상한 점은 아스널과 계약 당시 리쥐안 측에서 500만위안(약 8억5000만원)이라는 거금이 별도로 전달됐다는 사실이다. 리쥐안이 500만위안을 어디서 조달했는지, 왜 비야디에 120만위안만 부담하게 하고 자신이 추가로 500만위안을 아스널에 건넸는지 등 의문투성이다. 현재 아스널 측도 비야디 스폰서 로고를 삭제하고 관련 사건을 내부 조사하고 있다.

[베이징/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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