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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구세주, 야전용 방한 파커 'M51-피시테일'

  • 남보람
  • 입력 : 2018.08.0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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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52] 1. 이누이트인들이 입던 방한 외투, 파커

우리가 '파커' 혹은 '파카'라고 부르는 옷이 있다. 이누이트인이 입던 방한 외투로, 'Parka'라 적는다. 이는 러시아 북쪽에 살던 네네츠인(Nenets)의 말로 '동물의 가죽'이란 뜻이었다. 파커는 동물 가죽으로 만든 이누이트인의 방한 외투였다.

이누이트인은 순록이나 바다표범 가죽으로 파커를 만들었다. 털을 뽑거나 무두질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보온력을 높였다. 옷에는 후드 모자가 달려 있었다. 후드는 털이 안쪽으로 향하게 만들었는데 늑대 가죽을 최고로 쳤다. 완성된 파커의 안쪽에 생선기름을 발라 방수 처리를 했다.

파커를 입은 이누이트인들 /출처=인스타그램
▲ 파커를 입은 이누이트인들 /출처=인스타그램

2. 미 육군과 파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동계 전투 때 입을 방한복 개발에 주력했다. 북유럽의 혹한을 경험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미 육군은 이누이트인들이 입던 파커를 참고하여 보급용 방한 외투 개발에 힘썼다. 목표는 '보온성, 활동성, 경제성을 모두 갖춘 보급용 방한 외투를 만든다'는 것이었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두껍게 만들면 활동성이 떨어졌고, 얇게 만들면 가격이 올라갔다.

1940년대 미국 보스턴의 한 육군 연구소에서 파커의 방한능력을 실험하는 모습 /출처= https://www.heddels.com/2017/01/the-history-of-the-parka/
▲ 1940년대 미국 보스턴의 한 육군 연구소에서 파커의 방한능력을 실험하는 모습 /출처= https://www.heddels.com/2017/01/the-history-of-the-parka/

1948년에 양산 가능한 모델이 나왔다. 이를 M-48이라 부른다. 야전에 보급 가능한 형태가 나온 것은 1951년이었다. 이것이 'M-51 피시테일(Fishtail) 파커'다. '피시테일'이란 별칭이 중간에 붙은 것은 이 옷의 뒤춤이 물고기 꼬리처럼 둘로 갈라져 길게 밑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M-51 파커 앞, 뒤 /출처=핀터레스트
▲ M-51 파커 앞, 뒤 /출처=핀터레스트
M-51 파커 후드에 털을 달기 전(좌)과 후(우) /출처=이베이
▲ M-51 파커 후드에 털을 달기 전(좌)과 후(우) /출처=이베이


뒤춤을 둘로 갈라지게 한 것은 칼바람이 파커의 밑으로 들어오지 않게 다리 안쪽으로 넣어 묶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뒤쪽에 똑딱이 단추가 있어 필요하다면 길게 밑으로 내려온 뒤춤을 올려 고정할 수도 있었다.

뒷춤의
▲ 뒷춤의 '피쉬 테일'(좌)과 이를 다리 안쪽으로 넣어 묶은 모습(우) /출처=핀터레스트

3. 한국전쟁에서 본격 보급된 파커

미 육군은 1951년, 야전에 M-51 파커를 시험 보급했다. 이 '야전'이란 한반도였다. 장병에게 대량 보급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추지 못했고 물에 젖으면 무거워지는 면 소재의 한계도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따뜻하고 얇으며 싼'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엔 한반도가 너무 추웠다.

미 육군은 비싼 신소재를 사용하는 대신 면에 울을 섞은 것을 새틴 혹은 포플린 방식으로 직조해 방수, 방풍이 되도록 했다. 후드에 늑대나 코요테의 털을 달아 보온성을 높이고자 했다.

한국전쟁기 한반도의 혹한을 경험했던 미군 중 한 명은 자신의 수기에 '파커는 기적이었다. 나는 파커를 사랑했다. 파커가 없었더라면 그 혹독하게 추운 한국에서 어떻게 버텼을지 상상할 수 없다'고 기록했다.

한국전쟁 당시 파커를 입은 미군들의 모습(상), 1960년대 개량형 파커를 입고 있는 미군 보초(하) /출처=위키피디아
▲ 한국전쟁 당시 파커를 입은 미군들의 모습(상), 1960년대 개량형 파커를 입고 있는 미군 보초(하) /출처=위키피디아

[남보람 전쟁사 연구자·육군군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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