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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도착 한 달 만에 이사 3번을 한 사연은

  • 하노이드리머
  • 입력 : 2018.09.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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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4] 낯선 땅 하노이에 온지 이제 한 달이 넘었습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래도 비교적 안정이 된 상황인데요, 지금 여건까지 이르기에도 쉬운 건 없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삶의 토대를 바꿔서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이럴 거면 왜 왔나' 하고 후회한 적도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의 갈등은 시차를 두고 한 번씩 올라올 것 같네요.

이번 글에서는 제가 하노이에 와서 한 달 만에 이사 3번을 한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중 한 번은 호텔로 도망간 것이니까 이걸 빼더라도 2번의 정식 이사를 한 셈입니다. 무슨 한 달 만에 이렇게 이사를 많이 하냐고요. 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하노이에서 집을 구하시는 분들은 제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조금이라도 편한 길을 택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시작은 7월 초 제가 하노이에 잠시 출장을 왔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주말을 끼고 출장을 온 저는 토요일 오전 시간을 잠시 빼서 집을 보러오는 선택을 합니다. 어디에 살지 단지는 이미 정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데려오는 만큼 제가 없어도 와이프와 아이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손쉽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쇼핑몰이 지척인 곳을 골랐습니다. 누구를 통해 집을 구할지도 한국에서 미리 알아보았습니다. 베트남 현지 분이었지만 한국말을 썩 잘하는 분이었습니다(결국 저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이분을 통해 구하게 됩니다).

집 거실 전경.
▲ 집 거실 전경.

한국에서 미리 어디에 살지, 방 몇 개짜리인지, 집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감내할 수 있는 월세는 어느 정도인지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오전 시간 잠깐을 할애해 집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조건에 맞는 집 3채를 보게 됩니다. 중개업을 하는 베트남 분은 그중 한 집을 추천했습니다. 거실이 제법 넓고 깨끗하게 관리된 집이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있었다면 집을 더 보고 싶었지만 솔직히 마음의 여유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 다음날 바로 귀국편 비행기를 타야만 했거든요. 생각했던 예산에 비해 월세가 소폭 비쌌지만 결국 그 집을 계약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합니다. 귀국 직전에 전화로 계약 조율이 한 번 더 있었습니다. 베트남 집주인이 베트남 동으로 월세를 받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원래는 달러 기반 계약이었는데 말이지요. 매번 환전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요새 신흥국 통화가 불안한 상황인데 오히려 앞으로 환율 측면에서 이득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다만 가계약금이라도 걸고 와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해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베트남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돈을 부쳐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지인 역시 같은 중개인을 통해 집을 구한 사람이었습니다.

큰일을 치렀다는 안도감을 가슴 한쪽에 품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와서는 또 전처럼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어 귀국 이틀인가 후에 현지 지인에게 전화를 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가계약금을 대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ATM에 들러 지인에게 돈을 부치고 그 다음날이었던가요. 베트남에서 카카오 보이스톡으로 지인에게 전화가 옵니다.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찜해놨던 집이 다른 데 팔려갔다는 겁니다.

당시 일과 관련된 저녁 약속 자리였는데 화장실에 가는 척 서둘러 나와 부동산 중개인에게 카톡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가득했어요. 제가 너무 안일했습니다. 더 높은 월세를 제시한 다른 임차인이 다른 부동산을 통해 그 물건을 가져갔다는 겁니다. 저야 구두로만 계약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니 할 말이 없지요. 순간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결론은 두 가지로 모아집니다.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하느냐, 아니면 가서 보고 계약하느냐 둘 중 하나입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두 가지 방법을 다 써보기로 했습니다. 매물을 가지고 있는 현지 중개업소 여러 곳에 연락을 했습니다. 그렇게 추려서 3개 정도가 후보로 나왔습니다. 현지에 있는 또 다른 지인에게 어려운 부탁을 했습니다. 이 지인은 베트남에 오래 살아 언어에 능통한 사람입니다. 대신 집을 봐줄 수 없겠느냐고. 망설이던 지인은 제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남의 집을 봐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에요. 많은 부담이 따르는 일이지요.

그래서 7월 어느 주말에 저는 카카오 페이스톡을 통해 원격으로 집을 보게 됩니다. 지인 2명이 제가 소개한 집 3곳과 현지에서 소개받은 집 3곳을 합해 6곳이나 보여줬습니다. 일단 가서 집을 돌아본 뒤 페이스톡으로 서울에 있는 저와 전화 연결을 합니다. 그렇게 방 구석구석을 스마트폰을 통해 와이프와 지켜봅니다. 하지만 솔직히 집이 가진 정확한 느낌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들어오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결국 집을 구할 수는 있었습니다. 집을 봐준 지인 2명이 그중 제일 낫다고 하는 집이었습니다. 처음에 봤던 집보다 크기는 많이 작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무엇보다 시원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현지에서 오래 산 지인은 베트남에서는 꿉꿉한 느낌이 나는 집부터 걸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와이프와 상의를 거쳐 이 집을 낙점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우유부단합니다. 집이 좀 좁은 게 마음에 계속 걸렸습니다(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건 부질없는 걱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에 있는 지인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지인은 썩 그럴듯해 보이는 제안을 내놓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은 가구 수만 5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입니다. 그래서 현지인 중에 집을 여러 채 돌리면서 에어비앤비에 집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에어비앤비로 며칠 살면서 같은 단지에 있는 집을 구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봐도 집은 좋은데 좀 좁은 느낌이어서 아쉽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꽤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결국 이 제안을 따르기로 합니다. 돌고 돌아 결국 좋은 집을 구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게 고생길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날로 에어비앤비를 뒤져 '슈퍼호스트'가 관리하는 집을 일주일이나 계약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집은 꽤 괜찮아 보였습니다. 믿었습니다.

대망의 출국날이 다가옵니다. 살던 집은 월세를 주고 나왔는데 어디서 그렇게 짐이 많이 나오는지 정리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짐 몇 개는 항공편으로 부치고, 항공사 화물 티켓을 수십만 원어치 구매해 박스와 여행가방 몇 개를 비행기에 함께 실었습니다.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결국 꽤 많은 짐을 보낸 셈이지요.

공항에서 짐을 옮길 때는 허리가 부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짐을 단지 앞에 내려놓고 또 여러 사연을 거쳐 에어비앤비로 빌린 집 안으로 1차 짐을 들여놓습니다. 들어갈 때 느낌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구석구석 낡은 느낌이긴 했지만 사진에서 본 것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첫날이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지나갑니다.

하지만 '나쁘지 않네' 정도였던 첫 느낌은 다음날 아침부터 산산이 부서집니다. 문제는 바퀴벌레였습니다. 바퀴벌레가 많아도 너무나 많았습니다. 이 집은 방 2개에 화장실 2개짜리 집이었는데, 화장실 문을 확 열면 세면대에 새끼 바퀴벌레 3~4마리가 활보하고 있는데 바로 보입니다. 저쪽 멀리에 있던 샤워기 부스 안에도 큰 바퀴벌레 한두 마리와 작은 바퀴벌레 여러 마리가 보입니다. 또 어느 순간에는 열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 집에서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했는지 지금도 미스테리일 정도입니다. 임시로 살 집이라 밥을 하지는 않았지만 냉장고 옆 싱크대 역시 바퀴벌레 군단이 이미 점령한 것 같습니다. 슈퍼호스트라는 여자 집주인은 제가 오는 날 집에 있지도 않고 지인을 대신 보냈습니다. 이 집에서 일주일을 보낼 생각을 하니 극도의 짜증이 몰려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특히 바퀴벌레를 매우 싫어했거든요.

잠시 이야기를 옆길로 돌리자면, 이곳 베트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바퀴벌레에 매우 둔감한 편입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날파리를 보는 것같이 바퀴벌레를 봅니다. 단지 안에 있는 괜찮은 식당에서 아침을 먹을 때였습니다. 쌀국수를 거의 먹고 일어나려는 찰나 쎄한 느낌이 몰려옵니다. 제 앞 사기그릇 바로 옆에 새끼 바퀴벌레가 보이더니, 0.1초의 시차를 두고 꽤 큰 바퀴벌레가 뒤따라 등장합니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은 저는 벌떡 일어나 종업원을 상대로 바퀴벌레를 가리켰는데, 잠시 당황한 빛을 보이던 20대 여자 종업원은 바퀴벌레가 사이드라인을 타고 질주하는 그릇을 통째로 들더니 주방으로 가져가 버립니다. 그 바퀴벌레는 주방에서 죽었을 거라고 굳게 믿어봅니다. 한국에서라면 매장 전체가 난리가 날 일이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옆에서 식사하던 손님들 표정이 너무나 평안하더라고요. 이후로도 식당에 갈 때마다 바퀴벌레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게 제 주요 관심사가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바퀴벌레와 조우한 적이 몇 번에 걸쳐 있었고, 그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건 저 하나였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 바퀴벌레 소굴이 된 이 집에서 더는 살 수 없다고 마음의 결정을 내립니다. 그래서 일단 큰 짐은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거실에 두고 몸만 호텔로 피하기로 결정합니다. 각종 사이트를 뒤져 가족 전체가 머물 만한 호텔방을 찾아냈습니다. 호텔에 가니 비로소 마음의 평안이 좀 오더라고요. 깨끗하게 정리된 침구에 머리를 묻으며 앞으로의 일을 고민합니다. 하루빨리 살 집을 구해야겠다. 중개인에게 재촉 전화를 겁니다.
거실에서 촬영한 외부 전경. 단지 내 수영장과 농구장이 보인다.
▲ 거실에서 촬영한 외부 전경. 단지 내 수영장과 농구장이 보인다.


그 다음날 바로 4곳의 집을 보게 됩니다. 그중 한 집이 지금 제가 사는 집입니다. 집주인이 한국인인 집이었습니다. 집 자체가 괜찮기도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남은 3채의 집 중 한 곳은 부엌에 거대한 개미떼가 활보하는 것을 봤고 나머지 두 개 집에서는 제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가 배를 뒤집고 죽어 있는 것을 목격했으니까요.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계약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문제는 시기였습니다. 이분들은 20여 일 후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분들이었습니다. 즉 당장 입주가 불가능한 집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하루빨리 바퀴벌레가 득실대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갈 곳이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중개인이 하나 묘안을 냅니다. 자신이 관리해주는 집 중에 잠시 비어 있는 작은 집이 있으니 이 집을 20일간 계약하고 살다가 이사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저는 그 제안을 따르기로 합니다. 그날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바퀴벌레 집에서 박스를 카트에 싣고 몇 차례에 걸쳐 이삿짐을 나릅니다. 임시로 살 집은 작았지만 깨끗했습니다. 다만 잠시 살다가 이사를 가야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항공으로 부친 짐은 받지 않고 잠시 지인 사무실에 넣어놓기로 합니다. 인프라가 부족했던 우리 가족은 외식을 전전하며 20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최종 이사를 왔습니다. 날짜도 잊어버릴 수가 없습니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4강에서 맞붙었던 바로 그날이거든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저희 가족 메뚜기 생활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한 가지 더 제가 왜 이렇게 바퀴벌레를 싫어하는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마도 불확실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날파리를 비롯한 해충들은 집에 들어오면 본인들의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윙윙 날아다니며 자기들이 집에 들어왔다는 걸 알립니다. 그래서 이놈을 잡으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단순합니다.

바퀴벌레는 그렇지 않습니다. 으슥한 곳에 숨어 은신합니다. 어디에 얼마나 숨어 있는지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가끔씩 보이는 한 마리를 보면 그 뒤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다수가 떠오릅니다. 그게 사람을 소름끼치게 합니다.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 이게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포를 키웁니다. 물론 생긴 것도 아주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새로 이사온 집은 다 좋았지만, 가끔씩 새끼 바퀴벌레가 한 마리씩 나오곤 했습니다. 이사 올 때 우리나라의 세스코 같은 방역 업체를 불러 방역을 했는데, 마릿수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또 한 번 불러 애프터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또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몰라 불안합니다. 바퀴벌레에 둔감한 현지 사정 특성상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퀴벌레를 막지 않으면 바퀴를 박멸할 방법이 없거든요. 하지만 여러 여건상 외부 유입 바퀴 경로를 모두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래저래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는 수밖에요. 베트남 한국 교민 중에서 방역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이 많습니다. 여기에 특화된 업체가 들어와 장사를 하면 확실히 손님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노이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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