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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표가 직원들 업무에 효과적으로 참견하는 방법은

  • 이가윤
  • 입력 : 2018.09.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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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Scene-18] "아침에 슬랙으로 부탁한 일은 다 끝났어요? 다했으면 이제는 뉴스레터 문구를 수정해줄 수 있어요?" "뉴스레터 내용이 이게 뭐예요? 고객을 생각하면서 쓸 순 없어요? 이리 줘봐요. 제가 다시 써줄게요."

30명 직원이 넘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그의 하루 일상은 직원 10명이 채 안 됐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여전히 직원 업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그도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렵게 뽑은 직원이 대표가 원하는 만큼 따라주지 못할 때면 그 직원이 미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진 제공=Startup Stories
▲ 사진 제공=Startup Stories

◆ 대표님도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고 계신가요?

마이크로매니징(macro managing)에 대해 고민하는 그와 이야기를 하다 스타트업과 마이크로매니징에 대한 연관 검색어를 찾아봤습니다. 그에게 "마이크로매니징이 나쁜 건 아니다"는 희망도 심어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매니징은 부정적 용어로 표현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직원들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데는 직원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감시하는 마이크로매니징이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어카운템프스의 조사에 따르면 직원 60%가 마이크로매니징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이 중 70%는 이러한 대표의 경영방식으로 팀 사기는 물론, 직원의 생산성과 창의성까지 방해한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대표 입장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당장의 성과를 내야 하는데 직원들을 지켜보고 가르칠 시간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존 보이트넛(John Boitnott)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항목들을 열거했습니다. 이 중 2개 이상 해당된다면 당신은 직원들에게 마이크로매니징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1)"내가 하면 훨씬 잘 할텐데"라는 생각

2)업무는 일임했지만 결과물을 기다리지 못하고 업무 중간 참견하는 태도

3)업무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기보단 말로만 시키는 모습

4)직원들의 실수나 새로운 시도를 용납하지 못한다는 생각

5)대표가 지시한 업무를 직원에게 '두 번'이나 말했는데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그 업무를 직원에게서 빼앗아오는 행위

사진 제공= Trello Blog
▲ 사진 제공= Trello Blog

◆ 효과적인 마이크로매니징은 가능할까

그래도 마이크로매니징을 할 수밖에 없고 지금이 꼭 필요한 시기라면, 효과적인 마이크로매니징 방식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세 번의 연쇄 창업에 성공한 쉬드 발키히의 글도 참고했습니다.

1)직원들에게 대표가 업무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절차를 공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매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때,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업무로 일이 진행된다고 느껴질 때 등 입니다. 또 대표가 한 직원, 한 팀에 마이크로매니징을 했다면 이 내용들을 전체 멤버에게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팀원들도 대표의 철학을 업무로서 공유받을 수 있습니다.

2)천천히라도 업무를 위임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당장 모든 일을 떼어서 직원들에게 위임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위임이 가능한 영역부터 조금씩 일을 넘겨주길 추천합니다. 위임의 방식과 범위도 개별단위, 팀 단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과 범위는 대표가 판단해야할 부분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대표가 자신의 업무를 위임해야 할 때라고 느끼는 척도는 자신이 '번아웃' 직전까지 왔다고 느낄 때입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업무가 과다하고, 자신이 정작 집중해야 할 일들을 놓치고 있다면 마이크로매니저로서의 업무를 종료해야 할 때입니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대표로서의 역할도 지금보다 좁혀보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3)대표의 업무를 믿고 대체할 만할 C-Level을 뽑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던 C-Level을 꼭 뽑아야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 역량을 갖추면서도 회사의 팀, 팀원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진 사람을 찾았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회사로 영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고민을 가진 '그'가 이 글을 읽자마자 경영 방식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글을 통해 마이크로매니징은 언젠가는 포기해야 할 경영방식이며, 동시에 회사의 조직, 문화, 직원역량 개발 등을 고민하는 매크로매니징(macro managing)에 더욱 천착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가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사업운영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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